'잠실 예수의 운명은?' LG 켈리가 9일 KIA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9안타를 맞고 5점을 내준 뒤 6회 교체돼 패전을 안았다. LG프로야구 LG가 1위 KIA와 진검승부에서 완패를 당했다. 힘의 대결에서 밀렸는데 LG로서는 외국인 투수 교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LG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4 대 11로 졌다. 후반기 첫 경기, 특히 1위 KIA와 승차를 좁힐 수 있는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46승 39패 2무가 된 LG는 1위 KIA(49승 33패 2무)와 승차가 4.5경기로 벌어졌다. 두산과 공동 2위도 허용했다. 올 시즌 1, 2위 승차가 가장 많이 벌어지게 됐다.
당초 LG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 본격적인 1위 싸움을 예고했다. 지난 4일 키움과 원정을 앞두고 염 감독은 "어쨌든 LG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라면서 "전반기 70~80% 전력으로도 2위를 했는데 후반기 1위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후반기 첫 3연전 상대가 공교롭게도 KIA였다. 3.5경기인 승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LG는 부활한 에이스 케이시 켈리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35살의 켈리는 지난해부터 살짝 에이징 커브 징조를 보였다. 올해도 부진했지만 지난달 25일 삼성을 상대로 아쉽게 퍼펙트 게임이 무산된 완봉승을 거뒀다. KIA에도 지난달 19일 5이닝 2실점으로 버티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KIA 김도영(가운데)이 9일 LG 켈리를 상대로 장타를 때려낸 뒤 2루로 달리고 있다. KIA하지만 켈리는 KIA 타선을 견디지 못했다. 1회부터 볼넷에 이어 김도영에게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데 이어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점을 더 허용했다. 켈리는 3회도 김도영의 안타와 최형우의 빗맞은 2루타에 이어 나성범의 희생타로 추가 실점했다. 5회도 나성범의 2루타, 김선빈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내줬다.
켈리는 이날 5이닝 동안 탈삼진은 1개에 그쳤고, 안타 9개와 볼넷 1개로 5점을 허용했다. 최근 상승세였고, 전반기 이후 7일 만의 등판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난타를 당했다. 시속 140km 중반대 속구는 KIA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고, 변화구도 밋밋해 정타를 거푸 허용했다.
올해 켈리는 18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ERA) 4.68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5년 동안 68승을 거둔 에이스의 위력이 사라졌다. 최근 반짝했지만 KIA를 상대로는 다시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우승을 위해 가을 야구에서 만나야 할 KIA에 난타를 당했다는 점에서 위험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LG는 전반기 외인 교체를 검토해 차명석 단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대체 선수를 물색했다. 켈리는 물론 좌완 디트릭 엔스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엔스는 그래도 8승(3패)을 수확했지만 ERA가 4.62로 켈리와 큰 차이가 없다. 타고투저 흐름이라 해도 외국인 원투 펀치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LG 좌완 디트릭 엔스. 연합뉴스
지난해 LG는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이룬 여세를 몰아 2년 연속 정상에 도전하는 팀이다. 물론 우승 후유증에 따른 주축들의 부상과 마무리 고우석의 미국행 등 지난해보다 전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른 팀 역시 압도적으로 순위 싸움에서 치고 나가지 못해 LG로서는 후반기 반격을 노릴 만했다.
다만 외인 투수, 특히 켈리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인다면 정상 도전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LG는 지난해 14승(3패)을 거둔 임찬규와 최원태 등 토종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었다. 임찬규가 복귀했고, 최원태도 주말 삼성과 3연전에 돌아오지만 선발진을 지탱해줘야 할 외인들이 불안하면 1위 도약은커녕 2위 수성도 쉽지 않다.
이날 LG 타선은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5⅓이닝 동안 4점을 뽑았다. 오스틴 딘이 2점 홈런을 날리는 등 나름 득점 지원을 해줬다. 그러나 켈리의 초반 대량 실점으로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연 LG가 1위 도약을 목표로 추진하는 후반기 대반격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