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의회. 남구청 제공남성 육아휴직률 전국 꼴찌 수준인 광주광역시가 '아빠 육아휴직 지원 조례'를 마련했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일선 5개 구청의 관련 조례 제정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4월 광주시의회 박미정 의원의 발의로 '광주광역시 남성 육아휴직 참여 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조례는 남성 육아휴직 지원계획을 세워 남성 육아휴직 장려금 지급과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위한 상담 등 여러 사업 시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조례 제정 이후 예산 집행을 해야하는 각 구청이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안' 제정에 속속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제각각이다.
광주 광산구의회는 지난 6월 28일 제288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국강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안' 원안을 가결했다. 조례안은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 급여 지급 대상인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6개월간 월 50만 원의 장려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광주에서는 지난 4월 북구의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서구, 광산구가 구비를 투입해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된 세 자치구에서 관련 예산 편성이 이뤄지거나 실제 지급으로 이어진 곳은 없다.
광주 광산구의회. 광산구의회 제공
광주 광산구의회 국강현 의원은 "타 구에서 이미 조례를 만들었지만 예산이 세워지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광산구는 10억 정도의 예산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에서 관련 조례를 만든 뒤 이를 시행하기 위한 연구용역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며 "내년 본예산에 시비와 구비가 절반씩 투입되며 제도에 호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조례를 제정한 광주 북구는 장려금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지급 시기도 정해지지 못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장려금을 지급한 적은 한 번도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 지급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장려금 지급을 위해 1년에 1억 원 정도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는 조례를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지난 6월 제정했지만 구 재정 상황에 따라 예산 편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25년도부터 실행할지도 정해진 바가 없다"며 "우선 조례만 발의된 상태에서 사업이 실행될지는 구 예산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조례 제정에 나선 의원들은 광주시가 제정한 '광주광역시 남성 육아휴직 참여 지원 조례'의 장려금 지급 내용이 선언적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비를 투입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고 설명한다.
광주 서구의회 김태진 의원은 "광주시가 비용 추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치구라도 장려금 지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정에 나섰다"며 "시비로 지급하더라고 구 조례가 따로 있어야만 구비를 포함해 장려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시가 처음부터 세부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면 자치구 조례 제정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5개 자치구 모두 구체적인 지급 근거 마련을 위해서는 조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북구의회 손혜진 의원은 "광주시가 예산 마련을 구체적으로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북구는 내년 본 예산부터 투입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청사 전경. 광주시 제공광주시는 지원 금액을 구체화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정부 시책이 달라지면서 검토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광주광역시 김선자 여성가족과장은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초단체 단위에서 남성 육아휴직 지원금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며 "조례를 제정한다고 해도 예산 작업을 위해서는 바로 시행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금액뿐만 아니라 지원 형태에 대한 부분을 올해까지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보편적 복지 차원의 접근에서 장려금 지급액을 통일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양성평등 문제, 고용 보험 미가입자 등이 포함되지 않아 조례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광주 동구의회 박현정 의원은 오는 9월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동구의회에서 발의된 출생 지원 조례에서 남성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내용을 따로 조례로 지원하는 동시에 집행부와 예산 추계로 나온 1억 원을 편성할 계획도 논의했다. 박 의원은 "1억 원 편성을 100% 구에서 마련하는 것은 어려워 시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기본 조례가 아닌 실효성 있는 조례를 위해 행정기관과 의원 모두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의회에서는 아직 관련 조례를 발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차원에서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조례가 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구를 제외한 4개 구의회에만 진보당 의원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광주광역시 아빠 육아 휴직률은 20.8%로 전국 평균인 28% 대비 7.2%P가 낮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자치구별로는 광산구가 30.1%로 가장 높고 서구 18.9%, 북구 16.8%, 동구 14.5%, 남구 13.4%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