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열린 퀴어 축제. 김정남 기자6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 축제가 열렸다. 축제 장소 인근에서는 기독교계와 학부모 단체 등이 주최한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가 함께 열렸다.
이날 오전 대전역 인근 소제동 일원에서는 형형색색 깃발과 함께 30개의 부스가 차려졌다. 지난 5월 축제조직위원회가 꾸려졌고 40여 단체가 참여했다. 성소수자 모임뿐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민주노총 대전본부 등 노동계, 진보 정당들도 부스를 설치해 축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타 지역에서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날 대전에서 열린 축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부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추산 700명이 모였고 축제에 참석한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전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앞서 "성소수자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축제가 되고, 그 외 시민들에게는 퀴어와 함께하는 삶을 알아가는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대전에서 첫 퀴어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거셌고 이장우 대전시장은 퀴어 축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등 1280명이 배치됐다. 대전은 물론 충남과 전북, 광주, 대구에서도 지원을 나왔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소제동부터 선화동 옛 충남도청사까지, 다시 은행동 성심당 인근까지 돌아오는 행진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행진 선두 앞을 가로막으며 반발하기도 했다.
퀴어 축제에 반대하며 열린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 김정남 기자대전 퀴어 축제 장소 약 500m 거리에선 21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가 열렸다. 대전 기독교계와 학부모 단체 등 70개 단체가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공공장소에서의 퀴어 행사에 반대하며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최 측은 시민대회에서 "도리어 갈등을 조장하고 가정을 해치고 우리 자녀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들은 반대하는 교회와 시민에 대해 혐오 세력이요 혐오 단체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일 연 기자회견에서도 퀴어 축제에 대해 "동의되지 않은 행사를 어떻게 축제라고 할 수 있는지, 왜 대전시는 이를 막지 못했는지 학부모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퀴어 축제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가족 시민대회 참가자들도 서대전네거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동광장에서는 가족주류화정책연대의 주최로 '가족중심 생명존중 문화축제'도 열렸다. 주최 측은 "건강한 성문화와 가족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올바른 가치관을 널리 보급해, 대한민국 저출산 위기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