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분향소 찾은 이주민들 "남 일 같지 않아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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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일하러 간 지인들…사고 소식에 심장 내려앉아"
'안전 사각지대' 놓인 이주노동자 "업무 환경 개선 절실해"




"남 일 같지 않아 눈물만 나요. 안전한지 위험한지도 모르고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을 거예요."
 
23명의 희생자를 낸 아리셀 공장 화재 발생 이후 처음 맞는 주말 추모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국내에서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은 도시인 경기 안산시 다문화공원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분향소'를 찾은 이주민들은 "남 일 같지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다문화공원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이주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한혜인 기자
2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다문화공원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이주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한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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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이후 첫 주말…조문객 추모 발걸음

29일 오후 분향소를 찾은 중국 출신의 박복자(51)씨는 "2005년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며 "20년 가까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박씨는 "예전에 파견업체를 통해 일할 때는 내가 하는 일이 안전한지 위험한지도 모른 채 하라고 하니까 일을 했었다"며 "사고를 당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어 "희생자들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위험 사실이 고지되고, 안전 교육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사고가 '내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중국 교포 김영남(58)씨는 "안산에 사는 지인들이 화성 공장으로도 일을 하러 가기 때문에 사고 소식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시 이런 비극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국 교포는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며 "지인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면서도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구들의 상황이 마냥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왔다는 유정후(29)씨는 "외국으로 힘들게 돈을 벌러 오셨는데 너무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아팠다.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마지막 인사라도 꼭 하고 싶어서 조문을 왔다"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이주노동자 근무환경 개선되고 안전교육 강화돼야"

안산 추모분향소는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마련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이주민선교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이주민선교운동본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센터, 한국이주민선교연합 등이 함께하고 있다. 다문화공원에 설치된 분향소는 30일까지 운영되며 이후 논의를 거쳐 서울 신도림 등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천응 목사는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목사는 "대부분의 이주 노동자들이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산업 안전 교육이나 훈련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난 안내와 같은 사전 안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번 화재는 인재(人災)"라고 꼬집었다.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이주노동자나 이주민들이 일반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이주민 2세, 3세를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이주민을 이방인이자 선교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교인이자 지역사회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주민을 향한 차별을 거두고, 관심과 연대를 확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는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내국인은 5명, 외국인은 18명으로 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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