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까지 미국에서 뛰지만…커져가는 '트럼프 컴백'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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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트럼프, 중국산 제품에 세금 폭탄 예고…중국산 IT기기 수요 급감 전망
중국, 국내 반도체 기업 주요 고객이자 주요 생산 지역…타격 불가피
미국 내 생산 안 하면 관세 폭탄도…미국 현지 투자 압박 더 커질 듯
주요 기업, 美 대관 강화하고 회장 등 수뇌부 美 직접 찾아 상황 점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올 11월 미국 대선이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보호무역주의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 제일주의' 시즌2 불보듯

2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대선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에서 '트럼프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합주는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로 펜실베니아와 미시건, 위스콘신,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오하이오 등 7개 주를 의미한다. 미국 대선에서는 얼마나 많은 경합주에서 승리하느냐가 당락 결정의 중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오는 27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간 첫 TV토론회를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올 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7개 중 6개~7개에서 오차 범위 안팎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 이상 고율 관세 적용을 예고했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 기업이 제3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시 중국산 최종재가 아니더라도 중국산 원료나 중간재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한 불이익도 전망된다.

이와 함께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는 폐지를 예고된 상태다.

삼성전자, 1분기 최대 고객 中…현대차·기아, 美 친환경차 2위


주력 수출 품목으로 국내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등 IT 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등 미국 대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단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및 패키징시설을, SK하이닉스는 D램 및 낸드 생산공장을 중국에 구축한 상태인데 이곳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는 중국 IT 기기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국을 대상으로 14조 754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가 기준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중국으로부터 4조911억원을 벌어들었다. 미국(6조3126억원)보다는 적지만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와 유럽, 국내 매출을 모두 합한 금액보다 많은 매출을 거뒀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출 효자'로 떠오른 자동차 산업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사상 처음 스텔란티스를 밀어내고 GM(제너럴모터스), 토요타, 포드에 이어 미국 판매 4위에 올랐다. 친환경차만 놓고 보면 지난달 역대 최대인 3만4288대를 미국에서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친환경차는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에서 21.5%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예고한 대로 IRA를 백지화할 경우 호실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들어가는 예산 부담을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이번에 집권하게 된다면 집권 초기 IRA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 현지 생산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후 해외 기업들에 대한 미국 내 공장 건설 등을 압박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단행한 바 있다.

美 대관조직 강화, 로비 금액 증액…회장단 속속 美 방문도

    
미국 차기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 대관조직을 강화하고 로비 금액을 증액하는가 하면 그룹 총수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며 상황을 직접 챙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와 회동한 지 2개월 만에 다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빅 테크들이 모여있는 새너제이는 물론 현지 파트너사들이 있는 미국 여러 곳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도 미국 출장에 나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나섰다. 지난 13일 귀국한 이 회장은 2주간 미국 동·서부를 가로지르며 글로벌 CEO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구 회장은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실리콘밸리와 미국 테너시를 방문해 북미 사업과 미래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그룹 총수들의 연이은 미국행에 대해 각 그룹은 'AI 주도권 선점'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지 인사들과 접촉해 정세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이중포석'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이 방문했던 테너시 생산공장의 경우 LG전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초 세탁기에 대한 관세 폭탄을 맞은후 구축된 곳인데, LG전자 테네시 공장 손창우 법인장은 지난 31일 현지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세탁기와 건조기 외 생활가전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은 미국 대관 조직을 격상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

오픈시크릿이 공개한 연도별 삼성전자 정·관계 로비 자금 집행 내역오픈시크릿이 공개한 연도별 삼성전자 정·관계 로비 자금 집행 내역
주요 기업들은 로비액도 늘리는 추세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는 올해 1분기 대미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219만5천달러를 집행했다. 이는 1998년 로비자금 내역이 공개된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다. 지난해 219만달러의 대미 로비 자금을 쓴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에만 76만달러를 집행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 따른 산업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통합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대미(對美) 산업 협력 기능은 현재 외교부·기재부·산업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어 장기 전략 기획과 통합 조정 기능을 갖춘 거버넌스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경희권 부연구위원은 "올해 미국 대통령 및 상하원 선거는 향후 국제 정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방향과 속도를 결정할 중대 이슈이고 현 집권 세력이 재집권하든 새로운 세력이 집권하든 국내 기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며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이 백악관 공급망 회복위원회를 신설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첫 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안보에 중요한 제품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나섰는데 우리 정부도 인력과 예산 등 결정권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미국 권력 구조 개편에 따른 산업계 리스크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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