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관련 원론적 이야기만 되풀이한 정례브리핑. 연합뉴스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맺은 뒤 한-러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19일 북·러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뒤 정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상임위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해 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러조약을 규탄했다.
규탄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와 북한, 제2국의 선박까지 독자제재 대상에 지정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거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 구역에 보내는 것과 관련, 이는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침략받을 경우에만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경고'가 전해지면서 우리 정부는 21일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1일 오후 2시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북러 조약 체결과 군사협력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김 차관은 지노비예프 대사에게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에 대해 지노비예프 대사는 "북·러 협력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며, "러시아 연방에 대한 위협과 협박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맞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국 출장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잇따라 통화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