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부산대교. 정혜린 기자성범죄를 저지른 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와 바다에 뛰어내린 것처럼 위장한 20대 남성이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부산 영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오후 10시쯤 "부산대교에 신발과 가방이 놓여 있다. 누군가 뛰어내린 것 같다"는 다급한 112 신고가 접수됐다.
관계기관은 곧바로 수중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투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신고 당시 부산대교를 지나간 시내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던 중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영상에는 부산대교 위에 놓인 소지품 주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포착됐는데, 추적 결과 이 남성은 다리 위에 신발만 벗어둔 채 가방에서 슬리퍼를 꺼내 신고 유유히 다리를 걸어내려간 사실이 확인됐다.
다리 인근에서 CCTV가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모습도 영도구청 관제센터 CCTV에 포착됐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다리 위에 신발과 소지품을 두고 사라져 당시엔 위급한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CCTV 등을 분석하면서 의도적으로 행적을 감춘 것을 의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 영도경찰서. 박진홍 기자경찰이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럐법 위반 혐의로 대구의 한 경찰서가 수사 중인 피의자 A(20대·남)씨로 파악됐다.
A씨가 경찰 출석을 요구받으면서 심적 부담을 크게 느꼈고, 이를 피하기 위해 부산에서 종적을 감춘 척 하는 황당한 계획을 세웠다는 게 경찰 추측이다.
이후 동선을 계속 따라간 경찰은 A씨가 부산대교 밑에 몸을 숨겼다가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투신 의심 신고가 접수될 당시 태연하게 버스표를 예매했고, 이후 대구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도서는 A씨가 투신으로 위장한 뒤 대구지역으로 다시 이동한 사실을 확인한 뒤 이를 관할 경찰서에도 통보했다.
관할 경찰서는 A씨에 이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A씨 측은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조사 일정을 미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범행현장에서 경찰서로 동행해 조사를 받았고, 그 뒤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다시 소환해 조사하는 등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