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이 19일 SSG와 홈 경기에서 3점 홈런을 날리며 역대 최초 팀 홈런 5200개를 달성하자 관련 기록이 전광판에 떠 있다. 삼성'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SSG의 시즌 10차전이 열린 1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경기 전 삼성 박진만 감독은 갈수록 더위지는 날씨 관련 질문을 받았다.
이날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답게 섭씨 36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특히 이날 전국 최고인 39도를 찍은 경산에서 열린 퓨처스 리그 삼성-KIA의 경기는 5회까지만 진행됐다. 박 감독은 "경기 전 훈련 시간을 줄이고, 주말 경기는 자율 훈련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더위 대책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지금 홈 구장은 그래도 좋아진 편"이라고 운을 뗐다. 예전 대구시민구장 시절은 더 열악했다는 것. 박 감독은 "시민구장은 인조 잔디라서 열기가 더 올라왔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삼성은 2015년까지 시민구장을 홈으로 썼는데 무더위에 원정팀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박 감독도 "당시는 원정팀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해 더위를 먹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신축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달라졌다. 박 감독은 "지금 경기장은 주변이 산에 둘러싸여 있어 바람이 좀 부는 편이고 기온도 상대적으로 덜 높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더위 때문에 홈 경기가 유리한 점이 없어졌다"고 짐짓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삼성은 2016년 이후 홈에서 승률 5할을 넘은 시즌은 2021년뿐이다. 당시 안방에서 42승 26패 4무를 거둔 삼성은 정규 리그 2위까지 기록했다. 물론 나머지 시즌은 전력이 강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러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올해도 삼성은 홈에서 17승 17패, 간신히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원정에서는 21승 15패 1무로 더 강하다.
이날도 삼성은 선취점을 내주는 등 초반 불안하게 출발하며 홈 승률 5할이 무너지는 듯했다. 선발 원태인이 4회초 SSG 한유섬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고 실점했고, 6회도 1루수 실책으로 추가 실점했다.
삼성 구자욱과 이성규가 19일 SSG와 홈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삼성하지만 삼성은 경기 중반 이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5회말 SSG 1루수의 실책으로 1점을 만회한 뒤 6회말 승부를 뒤집었다. 연속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에서 박병호의 대타로 나선 이성규가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김영웅이 바뀐 투수 서진용을 우중간 싹쓸이 2루타로 두들겨 4 대 2 역전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홈 구장의 이점을 마음껏 살렸다. 7회말 구자욱이 우월 3점 시즌 14호 홈런을 날리며 5점 차로 달아났다. 역대 통산 1호 팀 5200홈런을 자축한 가운데 이성규도 시즌 12호 1점 홈런을 터뜨리며 쐐기를 박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8회말 김영웅이 시즌 15호 1점 홈런, 김지찬이 시즌 2호 2점 홈런을 터뜨리며 1만여 명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삼성 김영웅이 19일 SSG와 홈 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삼성결국 삼성이 13 대 2 대승을 거두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홈 18승 17패로 5할 승률을 사수한 삼성은 최근 3연패에서도 벗어나며 5위 SSG와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1군에서 제외돼 1번 등판을 거르고 휴식을 취한 원태인은 6이닝 5피안타 3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7승째(3패)를 따냈다. 이성규가 6회말 동점타와 7회말 쐐기 홈런으로 활약했고, 구자욱과 김영웅도 홈런을 포함해 6타점을 합작했다. 차세대 거포 이창용도 1군 데뷔전에서 안타를 뽑아냈다.
삼성의 이른바 '대프리카 메리트'는 떨어졌지만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의 효과는 살아 있었다. 역대 팀 홈런 1위의 위용은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전날까지 삼성은 팀 타율 최하위(2할6푼7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팀 홈런은 75개로 NC(78개), KIA(76개)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달렸다. 이날 4개의 홈런을 뽑아내며 팀 홈런 1위 경쟁도 펼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