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의장단이 선출됐다. 추후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민주당이 모두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쪽 국회'엔 민주당이 다수결을 내세우며 원(院) 구성 협상에서 관례를 따르지 않고 법사위·운영위원장직까지 차지하겠다고 나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이 원 구성 상황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를 사실상 야당에 내어주는 꼴인데, 항의 시위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巨野, 끝내 단독 의장단 선출…與, 불참·항의 시위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우원식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윤창원 기자
국회는 이날 22대 국회 개원 후 첫 본회의를 열고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우원식 의원(5선)을, 국회부의장으로 이학영 의원(4선)을 각각 선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회의를 열었다며 전원 불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만이 항의성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본회의에 잠시 참석해 "거대 야당이 힘 자랑으로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간다"고 비판한 뒤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회의장 입구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본회의장 출입구 앞에 도열한 채 '의회폭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합의 없이 의회 없다", "의회독재 중단하라", "입법폭주 포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22대 첫 번째 본회의조차 의사일정 협의 없이 민주당 일방으로 강행 개최됐다"며 "입법부 수장으로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을 뽑는 선거조차 민주당의 의원총회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야당을 비난했다.
21대 초기와 같지만 바뀐 與野…국회 野에 내주면 尹 부담만 커져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사진행 발언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의 본회의 불참 이유는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국회 관례를 무시하고 핵심 상임위의 위원장직을 차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통상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기 때문에 '면박주기'나 '벌주기'식 출석 요구를 방지하기 위해 여당에서 위원장직을 맡아왔다. 본회의에 앞서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최종 관문격인 법사위는, 본회의를 주재하는 국회의장을 제1당이 맡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차원에서 제2당이 위원장직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바탕으로 개혁입법을 완수해야 한다며 국회의장은 물론 법사위원장까지 자신들이 맡아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과도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대통령실과 관련한 각종 현안을 따져 묻겠다며 운영위원장 또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상임위원장을 차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전망이고, 이 경우 국민의힘은 반대하며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직 중 의석수에 따라 11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를 양보하지 않으면 상임위원장직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국회 운영을 위해 18개 상임위원장직 전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4년 전인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상황의 반복이기도 하다. 당시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주요 상임위를 모두 차지하겠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결국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전부 독식하며 21대 국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당시는 문재인 정부 시절로, 민주당이 '여당'이었고, 국민의힘은 야당이었다는 것이 현재 상황과는 다른 점이다.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을 '행정·입법 독재'라고 비판하며 상임위원장을 포기할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야당에 국회를 전부 내어주는 듯한 모양새는 국정 운영의 책임을 정부와 나눠지는 여당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같은 태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이 의장과 법사위원장직을 모두 차지하면 야당 단독으로 쟁점 법안들을 통과시킬 텐데, 이는 결국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임기 대비 거부권 행사 횟수가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인 탓에 이런 상황은 대통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與, 최소 법사위라도 사수해야…적극 투쟁 필요"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이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최소 법사위라도 사수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범야권의 의석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요건인 180석을 넘어서기 때문에 법사위를 무력화할 수는 있지만, 법사위원장직을 여당이 맡고 있으면 최소한 시간 끌기에라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 지연에 대한 부담을 느낀 야당이 입법 속도 조절에 나서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줄어들 수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너무 점잖게 싸우려고만 하는 것 같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건데, 장외 투쟁을 해서라도 여론전을 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 끝에 드루킹 특검법을 통과시킨 것처럼 내용이 합리적이라면 극단 투쟁을 해서라도 여론에 호소해 (필요한 것을) 쟁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