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경문 감독과 최재훈. 연합뉴스"카리스마가 있으셔서 다가가기도, 말 걸기도 힘든 감독님이셨죠."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베테랑 포수 최재훈(35)이 신인 시절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준 은사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겼다.
최재훈은 4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kt 위즈전에 포수 겸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최재훈은 3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필요할 때마다 제 몫을 해냈다. 6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kt 우완 김민수의 3구째 체인지업을 타격, 좌익수 왼쪽으로 향하는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8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는 좌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1타점 적시 2루타로 kt를 무너뜨렸다. 최재훈의 활약으로 한화는 이날 8 대 2로 승리하고 기분 좋게 한 주를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번째 경기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컸다. 지난 2018년 이후 현장을 떠났던 김 감독은 6년 만에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경기가 끝난 뒤 최재훈은 "감독님이 부임하신 후 저한테 '잘하라'고 하셔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께서 편하게 대해 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신다. 선수들도 덩달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두산 감독 시절 김경문 감독과 최재훈. 연합뉴스
최재훈의 야구 인생에서 김 감독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스승이다. 프로 선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가장 처음으로 알아봐 준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과 최재훈은 2008년 두산 베어스에서 처음 만났다. 최재훈은 신인 육성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고, 그 당시 1군 지휘봉을 김 감독이 잡고 있었다. 최재훈은 당시 김 감독의 인상에 대해 "그때는 카리스마가 있으셔서 다가가기가 어려웠다"며 "말도 걸기가 힘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일화도 털어놨다. 최재훈은 "제가 육성 선수로 팀에 들어갔을 때 1군 스프링 캠프를 동행했다. 원래는 훈련 도중 육성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은 한국으로 먼저 돌아갔어야 했다"며 "근데 오기가 생겨서 '(감독님께) 뭐라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한 어깨를 어필했다"고 돌이켰다.
그러자 김 감독은 최재훈을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말고, 1군 훈련에 남기라 했다고 한다. 최재훈은 "그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선수 등록도 6월 1일부터 할 수 있었는데 5월부터 1군 동행을 시켜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베테랑이 된 최재훈의 눈에 김 감독의 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최재훈은 "지금은 (카리스마를) 많이 내려놓으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께서 웃으시면서 '너만 잘하면 된다'라고 하셔서 무서웠다"고도 덧붙였다.
최재훈이 홈을 파고들고 있다. 연합뉴스신인 시절에 김 감독을 겪어본 최재훈은 현재 신인급 선수들에게 한가지 팁을 남겼다. 최재훈은 "제가 본 감독님께서는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공수 교대 할 때도 뛰는 그런 패기 있는 모습을 좋아하신다"며 "화이팅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시는 게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