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종민 기자"저도 한 수 접을 거니까 이제 접자. 피곤하다 이런 얘깁니다, 솔직하게."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해임을 면하게 된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소모적인 분쟁을 멈추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하자며, 하이브(HYBE)에 공개적인 화해 의사를 밝혔다.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민희진 대표의 2차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희진 대표와 법률대리인 2인이 참석했다. 1차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북적였다.
"다행히 승소하고 인사드리게 돼서 가벼운 마음"이라고 한 민 대표는 "저의 첫 번째 신분은 어도어의 대표"라며 "그 역할 수행이 저한테 1순위였다는 걸 인지하고 얘기를 들어 주시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 대표는 "누명을 벗었기 때문에 많이 홀가분한 건 있다"라며 "이렇게 (가처분 인용) 처분이 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제 큰 짐을 내려놨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뉴진스(NewJeans)라는 팀으로 제가 우리 멤버들과 꿈꾼 비전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이 너무 크다. 솔직히 말해서 돈이랑 바꾸라면 바꿀 수 있을 정도"라고 부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인용했다고 30일 알렸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와 같은 민희진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바라봤다.
재판부 결정에 따라, 오늘(31일) 오전 열린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 해임 안건은 통과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 어도어 사내이사 2인 해임안이 통과됐고, 하이브가 추천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 3인을 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종 이수균 변호사, 민희진 어도어 대표, 이숙미 변호사. 박종민 기자법무법인 세종 이수균 변호사는 "민 대표님 해임 건은 부결됐고 나머지 두 분 이사 해임과 하이브 측 이사 선임 건이 가결됐다. 이사회는 민 대표님, 하이브 측 세 분으로 구성됐다. 저희가 걱정하는 건, 이사회가 그렇게 되다 보니 하이브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민 대표가 해임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수균 변호사는 "(어도어)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이사회 결의가 있으면 해임할 수 있다. 법원 결정 취지가 (민 대표가) 이사로서 해임 사유가 없다는 것이고, 그 취지를 존중한다면 선임된 (하이브 측) 이사들은 그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저희가) 법적으로 이사회의 의결권 행사를 강제할 순 없다"라고 민 대표의 '해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주주간 계약을 보면 하이브가 선임한 이사회로 하여금 이사회에서 민 대표가 계속 대표이사를 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라며 "하이브 측 이사들이 (이사회를 소집해) 민 대표 해임안을 올릴 가능성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런 통지를 (저희에게) 하진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민 대표 측은 어제 나온 법원의 결정을 하이브 측이 따라야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주주간 계약을 지키라는 것, 해임 사유가 없다는 게 법원 판결이다. 이사들로 하여금 민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하지 않나, 이 자리를 빌려서 말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 민 대표는 뉴진스와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뉴진스와 민 대표가 함께 그리던 청사진이 있는데 하이브와의 분쟁으로 상황이 혼란스러워졌다며, 민 대표는 "저의 확실한 목표는 뉴진스와 제가 계획했던 계획을 굉장히 성실하고 문제없이 잘 이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싸우면서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잘 모르겠고 뭘 얻기 위한 분쟁인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누구를 힐난하고 비방하는 것들이 너무 지겹지 않나"라며 "대의적으로 어떤 게 더 실익인 건지, 모두가 더 좋은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는 지난달 25일 첫 기자회견 이후 약 한 달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가처분 인용 및 주총 결과 등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박종민 기자민 대표는 "제가 어도어를 위해서 이렇게 헌신하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 저는 이런 부분이 하이브에 큰 기여가 된다고 생각하고 법원에서도 당연히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가 건설적으로 건강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감정적인 걸 내려놓고 그게 경영자 마인드고 그게 인간적으로도 맞는 도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어도어의 대표이사로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인지 확인하는 질문에 민 대표는 "뉴진스와 같이하기로 한 일련의 플랜을 그냥 쭉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게 누구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제가 안 하게 돼서 조직개편이 되고 뉴진스가 쉬게 되고 이게 누구한테 좋은 일이겠냐. 아무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모두를 위한 챕터로 넘어가자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 이후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대면하거나 대화한 적이 있는지를 두고는 "없다"라고만 답했다.
가처분 인용 후 뉴진스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질문에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은 뭐 저희 다 난리 났다. 스케줄이 없었으면 우린 다 만났을 것"이라며 "어머님들은 (이번 사태 이후) 제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매일 전화해서 안부 묻고 밥 먹었냐고 하셨다. 어제도 제가 이겼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서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목소리는 어느 정도로 반영될 수 있었는지 묻자, 민 대표는 "아티스트가 목소리 크게 내면 아티스트 팔아먹는다, 이용한다는 멍에가 쓰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다. 어느 때는 어리다고 폄하되고 또는 어리다고 보호되어야 한다 등 아전인수 해석이 많다"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뉴진스를 위해서 그냥 좋은 판단이 됐으면 좋겠다. 저는 어떻게 해서 알아서 잘 먹고 잘살 테지만, 애들(뉴진스)은 그래도 저를 의지하는 애들이니까 어른들이 잘 좀 좋은 판단을 해줬음 좋겠다"라고 바랐다. 그러면서 "금전적 타협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며 "아무튼 저는 승소를 해서 마음이 개운하다. 누명을 벗어서 개운하고 애들을 위해서 좋은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