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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답은 없다" 알베르토 몬디의 삶을 바꾼 책 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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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알베르토 몬디 (방송인, 작가)

◇ 채선아>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는 <인생책>, 오늘은 한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문학을 사랑하는 남자 알베르토 몬디 씨의 인생책 추천받아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알베르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채선아> 문학을 사랑하시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축구와 여행 좋아하시는 건 아는데. (웃음) 저희 PD가 축구 쪽 팬이어서 축구 유튜브에서 많이 보이시고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 알베르토> 맞아요. 그래도 축구보다 아마 더 좋아하는 게 음악이랑 책일 것 같아요.

◇ 채선아> 저는 그것도 궁금했어요. 알베르토 님은 워낙 다른 나라 말도 잘하시니까 보통 책을 어떤 언어로 된 걸 보실까.

◆ 알베르토> 일단 소설은 무조건 이탈리아말로 봐요. 소설을 영어나 한국말로 읽어봤는데 어려워요. 신기한 게 만약에 에세이를 한국말로 보면 웬만하면 다 이해가 돼요. 모르는 단어가 없는데 소설을 한국말로 보면 무슨 말인지 몰라요.

◇ 채선아> 워낙 비유도 많고.

◆ 알베르토> 맞아요. 순우리말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소설은 무조건 이탈리아말로 봅니다.

◇ 채선아> 인생책을 3권 골라오셨는데 다 소설이더라고요.

◆ 알베르토> 고르느라 엄청 고민했는데, 일단 집에 있었던 중에 정말 제 인생에 큰 영향 미쳤던 책들을 위주로 골랐어요. 하나는 어떻게 보면 진로 과정에서 제일 도움이 됐던 책이고, 하나는 나와 사회와의 관계를 정할 때 도움이 됐던 책, 하나는 '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고민할 때 많이 도움이 됐던 책인 것 같아요.

◇ 채선아> 제가 지금 읽어야 되는 책들 같은데요? (웃음) 첫 번째로 진로에 도움이 된 책부터 볼까요?

◆ 알베르토> 이 책은 사실 뻔하긴 하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입니다.


◇ 채선아> 이 책을 어떤 시기에 만나게 되신 건지 궁금했어요.

◆ 알베르토> 이 책은 16살 때 봤는데, 전 여자친구가 줬던 책이에요. 전 전 전 여친…? (웃음) 저보다 3살 누나였어요. 아무래도 경험도 많고 하니까 '야,  너 이 책 봐라' 해서 봤는데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그때는 사실 반항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자기의 가치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는 시기잖아요.

◇ 채선아> 16살이면 그렇죠. 아직 못 읽어본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줄거리를 좀 말씀해 주실까요?

◆ 알베르토> 일단 여행하는 책이에요. 산티아고라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산티아고는 원래 자기가 관리했던 양들밖에 몰랐던 양치기인데 여행을 하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인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또 많은 멘토들, 스승들을 만나게 돼요. 코엘료의 소설은 자연에 관련된 얘기도 많아요. 자연이나 세상이 우리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이 책은 사람마다 자기 갈 길이 있는데,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얘기해요. 이탈리아말로 'leggenda personale'인데 한국말로는 '자아의 신화'라는 개념이에요. 우리가 가야할 길은 결국 어렸을 때 꿈꿨던 것이래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나? 했을 때 결론은 어렸을 때 꿈꿨던 길로 가야 한다는 얘기에요. 제가 처음 읽던 시절에'아 나 앞으로 뭐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가 어렸을 때 꿈꿨던 걸 따라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또 제가 <연금술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얘기는, 산티아고가 돈을 다 잃어서 유리 가게에서 일하게 돼요. 그 가게 위치가 되게 안 좋아요. 오르막길 끝에 있어서 장사가 잘 안되는데 산티아고가 열심히 유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닦아요. 그러다 보니까 손님이 많아지는 거예요. 제가 읽은 결론은 '인간은 아름다움을 좋아한다. 뭔가 아름다우면 인간이 좋아하게 된다.' 이게 너무 도움이 됐어요. 내가 일을 할 때, 아름답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 거다.


◇ 채선아> 사람들이 찾기 어려울 가게일지언정, 아름다우면 사람들이 찾게 된다는 거군요.

◆ 알베르토> 네. 또 이런 말도 되게 많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당신이 무언가를 바라면, 전체 우주가 당신의 소망을 이루도록 음모를 꾸미게 된다.'

◇ 채선아> 그 대사가 한국에서도 엄청 유명해요. 한국에서 번역된 표현으로 말씀드리면, '자네가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예요. 이 구절이 왜 좋으셨나요?


◆ 알베르토> 살다 보니까 진짜 그런 것 같았어요. 진짜 어떤 것을 즐겁게 하고 간절히 원하고 집중해서 할 때 일이 잘 풀리잖아요. 이 책은 사실 한 번만 봤던 거 아니에요.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도 가지고 왔어요.

◇ 채선아> 이 책을 보면서 꿈을 갖게 됐다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실행해 보신 경험도 있으신가요?

◆ 알베르토> 제가 중국에 가기로 결정할 때, 그리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기로 결정할 때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이런 얘기도 나와요.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은 지식이 아니고 용기다.' 저는 중문과를 나왔고 마지막 한 학기를 중국에서 공부하고 논문도 중국에서 썼어요. 그 후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졸업을 했죠. 졸업하고 나서 사실 운 좋게 바로 취업됐어요.

◇ 채선아> 취업도 하셨으면 한국에 올 일이 없는데요?

◆ 알베르토> 그렇죠. 그때 제가 23살이었는데 회사에 들어갈 마음이 하나도 없었죠. 부모님이 바랐던 건 입사하는 거였는데 제가 그때 원했던 건 아시아로 돌아가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사람 만나고 더 많이 놀고 또 중국에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잖아요.

◇ 채선아> 지금의 아내 분이요.


◆ 알베르토> 네. (웃음) 그 여자를 다시 보고 싶었고,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는데 그 선택을 할 때 이 책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 채선아> "지식보다 용기다"라는 거네요. 중국에서 만난 아내분이 한국분이었고 그래서 한국으로 오신 거네요.

◆ 알베르토> 맞아요. 원래 한국에 잠깐 왔다가 중국에 갈 예정이었는데 그 여자랑 사귀게 되고, 또 잘 풀렸고, 한 달 두 달 되고 17년 됐어요. (웃음)

◇ 채선아> 아주 예전에 읽은 기억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생책으로 언급을 해 주시니까 다시 들여다보면서 '맞아, 이랬었지' 이런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 알베르토> 사실 이 책은 '인생책'이라고 어디서 검색해 보면 무조건 나와요. 재밌는 건, 문학 전문가들이 볼 때 그렇게 문학적으로 대단한 책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와닿고 맞는 말이 많아요. 20대, 30대, 40대마다 볼 때마다 달라요. 본인 인생, 가치관에 대해서 잠깐 쉬면서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해야 되나요.

◇ 채선아>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오거든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언제나 알고 있어야 해. 잊지 말게.' 우리가 살다 보면 잊게 되잖아요. 내가 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생각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또 한 번씩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알베르토> 그 말이 저한테 진짜 많이 도움이 됐었어요. 그래서 한국에 살면서 잘 안 풀릴 때 다시 한 번 보고 '내가 맨 처음에 한국에 왜 왔었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방향을 잡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얇은 책인데, 엄청 천천히 봐야 돼요. 보고 생각하고, 보고 생각하고.

◇ 채선아> 우리나라에서 100쇄를 찍었을 정도로 엄청 인기가 있는 책인데 알베르토 님이 인생책으로 뽑아오셔가지고 저도 오랜만에 느껴봤습니다. 알베르토 님이 이거 말고도 2권을 더 골라오셨잖아요. 그 얘기로 좀 넘어가 보면, 벽돌 책을 하나 골라오셨어요.

◆ 알베르토> 이 정도면 얇은데. (웃음)


◇ 채선아>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이건 언제쯤 읽으신 책이에요?

◆ 알베르토> 이것도 아마 고등학교 때 처음 봤고 한 3~4 번 봤을 거예요. 사실 이 책은 아마 이탈리아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읽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서양권이니까요. 러시아 문학은 보통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보고 나서 불가코프를 보게 되는데, 미하일 불가코프가 거장이잖아요.

이 책의 배경이 1930년대 모스크바예요. 사실 간접적으로 당시 러시아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책이에요. 이런 배경을 알고 봐야 이해가 되죠. 제목의 '거장'은 소설가이고 '마르가리타'는 거장이 사랑하는 여자예요. 그리고 볼란드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볼란드는 악마예요. 이 책이 재밌는 게 우리 보기에 보통 악마는 나쁜 사람이잖아요. 이 책에서는 좋은 사람이에요.

◇ 채선아> 악마가 좋은 사람이라고요?

◆ 알베르토> 그때 러시아는 공산주의 시기였잖아요. 이 악마가 와서 모스크바를 혼란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이 악마 때문에 자꾸 비현실적인 일들이 생겨요.

◇ 채선아>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그 당시에 그런 혼란을 바랄 수도 있었겠네요.

◆ 알베르토> 그게 불가코프가 원했던 바죠. 불가코프 입장에서는 공산주의 사회가 비현실적이었다는 걸 독자들한테 알려주는 거죠. '사실 너희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이반이라는 인물이 또 나오는데 이 사람은 꽤 유명한 시인인데 정부가 좋아하는 시인이에요.

거장은 소설가인데, 예수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한 빌라도에 대한 소설을 썼거든요. 이 소설은 정부 사상과 맞지 않아서 거장이 정신병원으로 옮겨져요. 소설은 출간이 안 되고 본인이 원고를 불태워버려요. 그런데 이반은 능력이 별로 없는 시인이지만 정부 사상과 잘 맞아서 오히려 인기가 있고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에요.

◇ 채선아> 정부 입맛에 맞는 시를 쓰니까 또 여기저기 원고가 잘 나가고 그러겠네요.

◆ 알베르토> 그런데 나중에 이반도 자기 가치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고 생각이 바뀌게 돼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좀 섞여 있는 그런 소설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너무 흥미로운 소설이라서 더 이상 스포하고 싶지 않고 (웃음) 또 이 책은 딱 이 내용이다 말하기도 어려워요.

◇ 채선아> 지금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내용이 궁금해지거든요. 그리고 이 책을 왜 인생책으로 가져오셨을지가 궁금해요.


◆ 알베르토> 이 책은 저와 사회와의 관계를 정의해 줬던 것 같아요. 여기도 명언들이 많이 나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책임도 따라다니는 법이다.' 이게 너무 중요한 얘기인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살다가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우리 투표도 해야 되고 사회인으로서도 살아야 되는데, 자유가 있잖아요. 그런데 내 자유의 한계는 어디 있나. 내가 선택할 때마다 결국 책임져야 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채선아> 자유로운 만큼 책임감도 커져야 되는 거죠.

◆ 알베르토> 그렇죠. 처음 봤을 때 그냥 재미있다 생각했는데 대학교 때 다시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걸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배웠던 걸 다 받아들여야 드는 것도 아니고, (여러 입장을) 들어보고 나는 따로 판단해야 되겠다 생각했어요.

◇ 채선아> 나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되는 거네요.

◆ 알베르토> 우리가 매일매일 뉴스를 보잖아요. 이 책에서 공산주의를 비판하면서 이런 얘기가 나와요. '진실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러나 거짓은 언제나 완전하다.' 공산주의 정부에서 나오는 뉴스들은 누가 봐도 너무 말이 되잖아요. 그럼 이게 거짓이 아닐까?


◇ 채선아> 너무나 완전하면 오히려 거짓일 수 있다. 이거 언론인들이 읽어야 되는 책이겠네요.

◆ 알베르토> 무조건이에요. (웃음) 제가 학교에 다녔을 때 스마트폰이 없어서 학교 가면서 버스에서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여러 개의 신문을 사기 시작했어요. 좌파 성향, 우파 성향, 중도 성향, 다 봐야 되겠다고 이 책 덕분에 생각하게 됐어요.

◇ 채선아> 이번 기회에 <거장과 마르가리타> 꼭 읽어봐야겠어요.

◆ 알베르토> 이 책은 잠자기 전에 10분 보면 안 돼요. 잠들어요. (웃음) 여행 가거나 혼자 있을 때, 혼자만의 시간에 봐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채선아> 이제 마지막 인생책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어빈 웰시의 <트레인스포팅>이네요.

◆ 알베르토> 이 책은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게 된 케이스인데, 영화도 굉장히 유명해요.


◇ 채선아>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죠.

◆ 알베르토> 네. 굉장히 어린 이완 맥그리거가 나오는 영화인데, 영화도 대박 났고 저는 OST를 너무 좋아해요. 제 인생 OST 중에 하나예요. 영화 보다가 너무 와닿아서 이거 책을 봐야 되겠다, 했는데 책이 너무 좋았어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 대한 영화인데 다 마약 중독자이거나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다들 인생이 약간 엉망이에요. 다 실패만 하는 그런 사람들이고. 그래서 처음에 어릴 때 볼 때는 그냥 '애들이 마약하네, 욕도 많이 하고 이것저것 다 하네' (웃음)

◇ 채선아> 소위 노는 애들 얘기가 나오는. (웃음)

◆ 알베르토> 클럽도 가고 하니까 어릴 때 볼 때는 와 대박이다. (웃음) 부모님 몰래 봐야 되는 영화예요. 그런데 나중에 다시 한 번 보면 엄청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예요.

◇ 채선아> 왜요?

◆ 알베르토> 되게 철학적인 영화라고 생각해요. 선택에 대한 영화예요.

◇ 채선아> 선택.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인가요?

◆ 알베르토> 그런 것도 있고, 요즘은 욜로(YOLO)라는 말이 유행인데 그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결국 인생을 안 살기로 결정하는 거죠. 사회에 따라가지도 않으면서도 본인의 하나 뿐인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아무 방향도 없이 아무 진로도 없이 살게 되는데, 주인공인 마크 렌턴은 좀 달라요.

◇ 채선아> 주인공은 어떤가요?

◆ 알베르토> 마크 렌턴도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과 똑같아요. 마약 중독자이고 자기 생각 없이 사는데, 결국 친구들을 배신하고 자기 인생을 다르게 살기로 결정을 해요. 친구들을 배신하고 도망치면서 생각하는 그 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간단히 얘기하자면 '평범하게 살 거냐, 진짜 살 거냐. 진짜 정말 이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제대로 살 거냐, 아니면 남들이 사는 것처럼 살 거냐' 여기서 마크 렌턴은 '나는 남들이 사는 것처럼 살지 않을 거야' 결정해요. 그 선택을 하려면 결국 친구도 배신해야 하고 큰 용기도 필요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살기로 결정하는 거죠.

또 이 책을 보면 다른 친구들의 인생도 비판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일반인들도 비판하고 있어요. 여기 그런 그런 말이 나와요. '인생을 선택해라. 직업을 선택해라. 경력을 선택해라. 가족을 선택해라. 큰 TV를 선택하고 세탁기, 차, CD 플레이어를 선택해라.'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그런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선택할 거냐, 이 두 가지를 다 비판한 거예요.

◇ 채선아> 자기만의 인생을 살라는 얘기 같은데요.


◆ 알베르토> 정답 사회를 비판하는 거죠. 한국에는 정답 사회라는 말이 있잖아요.

◇ 채선아> 답이 정해져 있죠. 몇 살 때 어느 정도 집 크기에 살아야 되고, 차는 어느 정도 돼야 되고, 그걸 선택하는 것 자체도 비판하고 있는 책이군요.

◆ 알베르토> 맞아요. 이탈리아도 약간 정답 사회 같은 게 있어요. 저는 이탈리아 동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동북부는 치안도 좋고 조용하고 일자리도 많아요. 그래서 인생이 다 정해져 있어요. 항상 똑같은 사람들만 만나요. 제 친구들을 보면 학교 때 만났던 여자랑 결혼을 하고 대도시에서 일자리를구해요. 주말마다 애들 데리고 축구 경기 보러 가거나 애들 축구하는 거, 발레나 배구 하는 거 보러 가고, 그렇게 되는 거예요. 애들이 커가고, 똑같은 도시에서 살고, 반복이 되는 거예요. 저는 이 책 덕분에 나 이렇게는 안 살 거다 생각했어요. (웃음)

◇ 채선아> 그러니까요. 알베르토 님이 이 책을 인생 책으로 꼽으신 이유를 듣다 보니 알 것 같은 게, 그 평범하다고 말씀하신 일상을 하나도 안 살고 지금 한국에 계시잖아요. 그게 어쩌면 한 번뿐인 인생, 내가 나의 방향을 선택한 거다 이렇게 보면 될까요?

◆ 알베르토> 맞아요. 결론이 그거예요. 그래서 우리 마을을 떠나게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과학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중문과에 들어가게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 채선아> 진짜 다른 길만 선택해 오셨네요.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저는 엄청 부럽거든요. 원래 내가 살던 곳, 익숙한 거, 거기서 벗어나는 것만큼 힘든 게 없는 것 같은데.

◆ 알베르토> 쉽지 않죠. 사실 저 친구들한테 '야 미쳤냐' 이런 말 많이 들었어요. (웃음) 아무튼 이 책은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책이 아니에요. 또 저도 부모로서 이렇게 생각해요. 나쁜 것을 알아야 나쁜 것을 안 하기로 결정하잖아요. 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어릴 땐 조금 다른 책을 봐도 괜찮다고 봐요.

◇ 채선아> 이런 책 보면서 나쁜 게 뭔지도 배우고. 만약에 책이 좀 그렇다면 영화까지 또 볼 수 있는 책 추천을 해 주셨고, 근데 지금 가져오신 책 중에 이탈리아 책이 하나도 없어요.

◆ 알베르토> 맞아요. 그래서 선물로 가지고 왔어요. (웃음) 제가 쓴 책인데 이탈리아에 대한 책이니까.


◇ 채선아>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얘기가 다 담겨 있나 봐요.

◆ 알베르토>  맞아요. 책도 나왔으니까 홍보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웃음)

◇ 채선아> 잘 읽어보겠습니다. 정말 오늘 얘기를 듣다 보니까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간다는 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고 해야 되나. 뭔가 마이웨이로 가는 그 힘이 항상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걸 좀 닮고 싶다 하는 분들한테 인생 루틴을 하나 추천해 주신다면?

◆ 알베르토> 제가 엄청 좋아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명언이 있어요. '인생이 짧아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할 시간이 없다.' 루틴이라는 게 어차피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사람마다 다 본인이 원하는 거, 좋아하는 거, 믿는 게 다 달라서, 루틴을 정할 때 최대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 채선아> 아무리 누가 이런 루틴이 좋다, 라고 말을 해도 그게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안 하는 거고, 내가 가지고 있는 루틴 중에도 인생은 짧은데 굳이 안 하고 싶은데 억지로 하는 그런 루틴은 또 삭제해 가는 거네요.

◆ 알베르토> 그렇죠. 정말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아 나 이것 때문에 정말 많은 에너지와 시간 낭비했네'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잖아요.

◇ 채선아> 지금은 뭔가 내가 원하는 걸 즐기는 것 자체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게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써라라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 알베르토> 그렇죠. 후회하지 않게 최대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거 줄이고, 물론 안 할 수가 없지만 (웃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는 루틴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알베르토 님의 뜻깊은 인생책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알베르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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