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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협의회 '혈세유람' 사실상 예산세탁…권익위 권고도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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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자체장의 해외출장은 굵직한 성과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외유성'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대규모 투자 협약이나 국제 행사 유치 등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며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이들이 있는 반면, 지역 현안을 소홀히 하며 해외관광을 떠난 것이 아니냐는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잦다. 행정협의회란 이름으로 세금을 물 쓰듯 하는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의 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 논란을 심층 취재했다.

[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③]
남해안남중권발전협 부담금 사용처 '깜깜이'
소속 지자체 모르쇠 일관…일부는 자료 보관도 안해
"국외연수 사용 말라" 권익위 권고 있지만 강제성 없어
시민사회 "행정협 예산, 지자체·기초의회 검증보다 허술"

지난해 이뤄진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의의 서유럽 해외연수 활동 사진.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제공지난해 이뤄진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의의 서유럽 해외연수 활동 사진.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작년엔 동유럽 올해는 서유럽…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
②'혈세유람단' 동유럽 연수…1억5천 쓰고 보고서는 달랑 5장
③행정협의회 '혈세유람' 사실상 예산세탁…권익위 권고도 무시
(계속)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지자체를 아우르는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가 외유성 관광 프로그램으로 가득 찬 수억원대 부실 해외연수를 추진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협의회의 예산 투명성도 도마에 올랐다.
 
소속 지자체가 막대한 부담금을 내 협의회를 운영하면서도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호주머니에서 곶감 빼먹듯 지자체장 해외연수에 상당액을 사용하면서 부적절한 예산 집행을 감추기 위한 이른바 자금세탁과 유사한 '예산세탁'과 다름 없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22일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소속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협의회는 올해 초 지자체별로 5천만 원의 부담금을 징수해 한해 예산을 꾸렸다.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는 전남 동부 5개 시·군(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고흥군, 보성군)과 경남 서부 4개 시·군(진주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으로 구성된 행정협의회다.
 
올해 추진하는 공동사업은 △남해안남중권 광역 시티투어 운영 △유튜브 영상공모 및 기획영상물 제작 △이순신 호국 순례길 역사 문화 탐방 △농·수 특산물 소비촉진 라이브 커머스 판촉행사 △농특산물 공동판매장 운영 △제7회 남해안남중권 문화예술제 △영호남 합창 페스티벌 △농어촌 일손돕기 교류활동 △남해안남중권 발전포럼 개최 등이다.

역대급 호화 '혈세유람단'이란 비난을 사고 있는 이번 서유럽 해외연수도 주요 사업에 포함된다.
 
협의회는 지난해 동유럽 해외연수와 관련한 부실 보고서로 눈총을 받았으며 해마다 연수단 규모와 일정, 투입되는 예산 등이 늘면서 예산 운영에 대한 검증을 요구받고 있다.
 
해외연수를 기점으로 협의회 예산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렇게 할 감시 없이 시민들의 세금이 쓰이는 실정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지난해 협의회 예산 집행 등에 대한 서면 자료를 보관조차 하지 않거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협의회 운영이 지자체 부담금으로 꾸려지는데도 예산에 대해서는 협의회 사무국에 문의해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협의회 사무국 담당자들은 현재 서유럽 해외연수에 동행한 상태다.

지자체가 행정협의회를 명목으로 지방의회나 시민사회 등의 감시를 피해 예산을 세탁해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정기회. 광양시 제공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 정기회. 광양시 제공
협의회는 정기회를 통해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에는 사업 성과와 예산 사용에 대한 보고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 지방의회에서 이뤄지는 지자체에 대한 감시와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마땅한 감시 주체가 없는데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행정협의회 예산 사용에 대해 개입하기도 하지만 권고 수준이다.
 
국민권익위는 협의회 부담금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 부담금 관리 투명성 제고 방안'을 의결했다.
 
지자체 예산으로 조성되는 부담금임에도 일반적인 예산집행 원칙을 지키지 않는 행정협의회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이 보고서는 부적법하고 불합리한 부담금 사용 사례 등을 다루고 있다.
 
부담금을 소속 직원 국외연수 등에 사용하는 것은 부담금 조성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는 지출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보니 일선 행정협의회는 무분별하게 국외연수를 계획하고 지자체장의 여행경비를 과감하게 지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권고문은 협의회의 목적에 맞게 부담금을 사용하라는 취지다"며 "세부적인 기준에 대한 판단은 지자체 구성원들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양참여연대 김진환 사무국장은 "행정협의회 예산도 지자체 부담금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감시를 받아야 한다"며 "지자체장을 포함하는 만큼 대시민 보고회 등 예산 관련 검증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지자체나 기초의회의 해외연수보다 검증이 허술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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