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순천시장은 22일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도의 2021년 의대 용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의도적인 왜곡이 다수 확인 됐다고 주장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시는 전남도가 2021년 진행한 의대 용역 보고서 결과를 다시 분석한 결과 "서부권에 유리하게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전남도에 공모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22일 오전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보고서를 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용역 보고서 분석은 순천대학교 의과대학추진단이 진행했다.
앞서 전남도가 2021년 실시한 의대 용역 보고서는 정부에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을 요청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서울시립대학교가 맡았다.
이 보고서를 재분석한 결과 순천시는 비용편익 분석 등 주요지표 58개 중 43개에서 서부권에 유리하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먼저 시는 의료정책 연구에 통상 사용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 표준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의대 병원 설립 시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KDI기준이 별도로 존재함에도 해당 용역은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편익을 계산해 서부권에 유리한 지표는 부풀리고, 동부권에 유리한 지표는 축소 내지 무시함으로써 서부권을 염두에 둔 용역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통비와 이동시간 감소에 따른 비용편익 측정에도 통행거리를 사실과 다르게 계산해 서부권 비용편익이 과다 계산된 점을 짚었다.
전남도의 보고서를 보면 순천의료원에서 전남대 병원까지 거리는 152.1km로 작성된 반면, 카카오맵 경로 거리는 179.2km로 실제 동부권에서 광주에 있는 전남대학병원까지 가는 거리는 더 멀다는 설명이다. 상급병원까지 거리가 멀수록 비용편익은 올라간다.
세 번째 중증응급환자 전원율과 유출율에 대해서도 산정이 왜곡 됐다는 주장이다.
중증응급환자 유출율은 서부권 38.7%, 동부권 34.3%, 전원율은 서부권 6.1%, 동부권 13.6%로 산정됐다. 그러나 해당 조사를 위해 응급의료권역을 설정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서 적시한 '광주권'이란 명칭을 임의로 '전남중부권'으로 변경해 통계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이같은 명칭 변경이 응급환자 유출율 등 중요한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유출율은 환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고, 전원율은 상급병원 접근성이 열악해서 지역 병원에서 치료하다가 옮기는 것이다. 때문에 전원율이 높은 곳일수록 의료 여건이 더 열악하다는 의미를 가지며, 동부권은 중증응급환자 전원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는 순천대학교에 200여 명의 의대 정원이 배정될 수 있도록 대통령실과 교육부 등에 독자적으로 요청한 한편, 동부권 지역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발표할 방침이다.
노관규 시장은 "의대 용역 보고서 재분석 결과에 따라 순천시는 전남도 주관 공모 용역 추진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사전에 실시한 용역 결과마저 서부권에 유리하도록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정부가 요청한 것이고, 시간이 없다며 공모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순천을 넘어 동부권 도민 전체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정부도 전남도의 이런 지역 분열적인 공모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도는 권한없는 심판역할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고 거듭 요구했다.
반면 전남도는 의대 공모를 강행할 방침이다. 오는 23일 공모 작업을 진행할 용역기관 선정을 위한 공고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목포대학교만 공모에 신청서를 낼 경우, 전남도가 대학 한 곳만을 대상으로 의대 공모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