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9시 50분쯤 부산지방법원 앞 거리에서 갈등을 빚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 A(50대·남)씨. 송호재 기자법원 앞에서 흉기 살인 범행을 저지른 50대 유튜버가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백주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당시 상황이 온라인에 중계까지 되면서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는 온라인 공간 특성 때문에 갈등이 증폭하고 결국 살인 범행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50대·남)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9일 오전 9시 50분쯤 연제구 거제동의 한 거리에서 또 다른 유튜버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우발 범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흉기를 준비하고 피해자 동선도 확인하는 등 미리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짙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갈등을 빚던 B씨의 유튜브 채널에 알람을 설정한 상태로, B씨가 부산지방법원 방문 계획을 유튜브로 밝히거나 실제 법원 앞에 도착해 중계를 시작한 사실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는 살인 의도가 없었고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며 "범행 전 피해자가 법원에 방문하는 사실을 미리 알았고, 중계하는 것도 알았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범행 계획 여부와 동기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대낮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흉기 살인 사건에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를 호소했다. 부산 동구에 사는 한 40대 남성은 "한낮에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흉기를 휘둘렀다는 소식에 겁이 난다. 흉악범죄가 계속 일어나 불안하다"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이 범행의 발단이 됐다고 하니 더욱 충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범행 당시 정황이 담긴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피해자 B씨는 법원으로 향하는 상황을 유튜브로 중계하던 중에 A씨에게 흉기로 공격을 당해 쓰러졌다. 해당 영상에는 B씨가 흉기에 찔린 뒤 고통스러워하는 음성 등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현재 영상은 삭제됐다.
일부 유튜버나 콘텐츠 제작자가 구독자를 늘리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처럼 서로를 비방하거나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행태는 이미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번 사건 역시 상호 비방과 갈등에서 참극이 시작된 만큼, 비판과 개선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경대 융합인재개발학부 경찰범죄심리학 전공 함혜현 교수는 "사이버 공간 특성상 서로에 대한 비방이나 명예 훼손 행위가 일반적인 상황보다 훨씬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다른 사람에게도 빠르게 퍼진다"며 "유튜버 본인 뿐만 아니라 추종자(구독자)가 생기면서 마치 세력 싸움이나 편가르기로 번지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튜브는 현행 국내법으로는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먼저 협의체나 윤리 규정 등을 만들어 사안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자정 노력을 한 뒤 국제 공조로 법률이나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범행 이후 경북 경주로 달아난 A씨는 한 커피전문점에 방문해 커피를 마시는가 하면 경찰에 붙잡힌 뒤 파출소에서도 버젓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튜브에 글을 올리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이어갔다. 지난 11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도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