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보이며 상황 변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단절'을 선언한 이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지배 구조 역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진행된 라인야후의 1분기 실적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강력한 보안 대응책을 발표하는 한편 네이버에서 독립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기업 내부 시스템과 네트워크 운용은 물론 서비스와 사업 영역에서도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야후 재팬의 웹 검색 개발 검증에 있어서도 위탁 협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라인은 네이버의 기술로 탄생한 만큼 여전히 기술적 부분에서 네이버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재팬 경영통합 시 라인야후를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두는 대신 기술적 부분에선 네이버가 주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 연합뉴스
그러나 이데자와 사장은 "거의 모든 서비스에 대해 (네이버) 위탁의 종료, 내재화 및 대체 수단 목표를 세웠다"며 "기존 서비스 개발과 사내 시스템 위탁 등은 제로(0)로 한다"고 밝혔다. 상세 내용은 오는 7월 공개하기로 했다.
동시에 이데자와 사장은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라인야후에 "소프트뱅크가 다수를 취하는 것이 대전제"라면서 네이버와의 협상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을 강력 요청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라인야후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대표이사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도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제외하기로 해 네이버와의 관계 단절도 시사했다. 이데자와 사장은 경질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사실상 지난해 11월 발생한 약 52만건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신 CPO는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였지만 이번에 물러나면 앞으로 라인야후 이사진은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라인야후는 기존에는 사내이사가 더 많았지만, 사외이사를 1명 추가해 과반수로 하기로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3일 컨퍼런스콜에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와 관련,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서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한 점도 라인야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실제 라인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을 절반 갖고 있어 라인야후 시가총액 약 25조원 중 32.3%에 달하는 8조1천억원가량을 보유한 셈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태 지분 전부를 매각하면 10조원 넘게 챙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7일 보고서에서 "일부 지분 매각으로 네이버와 LY(라인야후)의 연결 고리는 유지한 채 2대 주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이 경우 사업적 관계는 유지하면서 네이버가 몇 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M&A를 추진한다면 주가는 오히려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에 이어 라인야후까지도 지분 매각 요구에 나섰지만 네이버는 아직 정확한 의사 결정을 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신 CPO 사임은 라인야후의 판단"이라면서 "자본변경은 네이버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은 (최수연 대표가 지난 3일 언급한 바와 같이) 동일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며 외교적 대응에 차질 없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인야후의 간담회 직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네이버가 중요하고 민감한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 (정부가) 끼어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정부는 굉장히 신중하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라인야후 공동 소유주인 소프트뱅크는 9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네이버 측에 지분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도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