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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책差로 삼성·SK 21조 손실"이라는데…돈도 법도 없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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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美·日과 보조금·세액공제 수준 격차로 K반도체 21.2조 보이지 않는 손실"
정부 "보조금보다 세제·금융지원"…전문가 "쓸땐 쓰며 재정 효율 추구해야"
학계 "당장 전폭적인 지원 안 하면 2-3년 후 '반도체 강국' 위상 위협"
설상가상 K칩스법 일몰 연장 불투명, '전력 문제 해소'특별법 폐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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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에 집중됐던 반도체 패권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대대적인 보조금을 내걸며 전략산업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일본 같은 방식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 지원이 늦어질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하면 세금 돌려드려요…일단 올해까지만"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일몰을 맞는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적용 3년 연장에 나선다. K칩스법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에 시설투자를 하면 15~20%의 세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를 두고 여야가 큰 이견은 없지만 21대 국회 회기가 20여일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해당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2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원구성을 두고 여야의 입장 차가 적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 발의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 K칩스법이 일몰 전 연장 결정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첨단 기술 보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K칩스법 외에 별도로 지원하는 보조금이 없다.

"삼성·SK, 한국 대신 미국·일본에 투자했다면 21조 수혜"

K칩스법 일몰이 연장된다고 해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국내외 투자에 따른 격차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각 기업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국내 설비에 투자한 금액을 추산해봤더니 각각 45조원, 6조1천억원으로 계산됐다.

K칩스법에 따른 두 기업의 혜택은 8조3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같은 금액을 미국과 일본에 투자했을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더한 혜택은 미국은 12조1천억원, 일본은 9조1천억원으로 계산됐다. K칩스법이 일몰된다면 국내와 미국, 일본 투자에 따른 수혜금액은 각각 16조7천억원, 13조6천억원으로 더 확대된다.

한경협은 "한국은 국가전략기술 통합투자세액공제로만 기업의 투자를 지원해주고 보조금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일본은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모두 활용해 지원하고 있고 세액공제도 환급 형식의 실질적인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주요국들이 공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을 내놓고 있고, 그에 따른 국내외 투자에 따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K칩스법 연장은 물론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직접적인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부총리 "반도체, 잘 하는데 굳이 보조금 안 줘도"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보조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은 상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한 질문에 "민간이 못하는 부분에는 보조금을 줘야 하지만 기업들이 잘하는 부분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다"며 "제조역량이 떨어지는 일부 선진국은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의 경우 반도체에서 약한 부분이 생태계, 소재·부품·장비, 인프라 부문인데 세제지원과 금융지원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7일 "보조금을 주는건 국회(동의를 받는 과정)에서도 쉽지 않고 어려움이 있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반도체에 국한되는게 아니라 첨단산업, 2차전지, 바이오, 디스플레이를 전략산업으로 키우는데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산업 기금 형태로 만들려고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보조금 대신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증자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의 이런 기조의 배경에는 건전 재정 유지와 대기업 지원시 논란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 전폭적 지원 없으면 K반도체 미래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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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기조가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이종환 교수는 "정부의 상황 인식이 상당히 안타깝다"며 "반도체 생산 시설의 자국 내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조금까지 주면서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들을 유치하는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비 투자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2~3년 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고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는 이미 위태위태한 상황이고, 메모리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2~3년 후 한국이 '반도체 강국'은 커녕 '반도체 빈국'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허준영 교수는 "정부의 직접 지출 뿐만 아니라 감세도 재정 지출의 또 다른 한 축인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재정을 굉장히 긴축적으로 운영한다고 보기 어렵고, 긴축적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쓸 곳에는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증자를 통한 우회 지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 정책이 아니라 금융 정책을 사용할 경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방식이 가진 단점은 결국 산은이 그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라며 "(증자 이후) 산은의 수익성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산은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반도체 산업에 지원을 늘릴 경우 그에 대한 풍선 효과로 다른 산업이 피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조금 못 주면 인프라라도 좋아야 하는데 현실은

토지와 전력, 용수 등 반도체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인도는 반도체 제조 공장을 유치하는 게 목적이지만 우리는 그런 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며 "우리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과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TSCM는 20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신규 공장을 가동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신규 공장 가동까지 5~6년이 걸린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너무 시간을 오래 끌고 있는데 토지와 전력, 용수 등 인프라 지원 등이 보다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새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공장에 필요한 도로망·전기·용수 등과 같은 주요 인프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삼성의 투자 등을 통해 일자리와 세수를 확보했다.

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용수와 전력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재 전력망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사용량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절반의 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유승훈 교수는 "10차 송변전설비계획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고,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의해 수도권에 공장과 데이터센터 신설이 억제된다는 2가지 전제가 충족된다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수도권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며 "재작년에 완공이 계획됐던 동해안 송전망이 이제 착공한 상황을 감안하면 고압 송전 설비가 육상에 다수 만들어지는 10차 송전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겠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345kV 이상 송·변전설비의 건설과 관련해 지역 주민과의 갈등 조정·중재 역할을 전담하는 국가전력망확충위원회를 설치하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도 관계부처 협력을 통해 빠르게 풀어내는 배용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지만 이번 국회 회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폐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유 교수는 "전력망 확충 상황 등을 감안하면 수도권 전력 수급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기우는 아닌 것 같다"며 "송전망 확충이 만만치 않다면 공장 인근에 발전소를 지어달라는 것이 기업들의 요구인데 원자력 정책 등과 상충되어서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반도체 산업 등이) 전력 문제 때문에 공장 증설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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