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관증원법 폐기?…쟁점만 몰두 與野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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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단독 처리→거부권 행사 패턴 반복
채상병 특검법 통과 후 막판까지 강대강 대치
법관증원법 이번에도 넘기면 재판부 축소 불가피
유류분 제도 위헌 판단…개정안은 4년째 계류중
21·22대 법안처리율 연속 40% 미달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259인, 찬성256인, 반대0인, 기권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259인, 찬성256인, 반대0인, 기권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관련 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데 대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건의할 방침이다.

21대 국회가 막판까지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상황인데, 비쟁점 법안이나 민생 법안은 모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막판 폐기됐던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포함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안들도 개정 입법을 하지 않으면서,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번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사법부 최대 현안인 법관증원법 역시 존폐 기로에 서있다.

'구하라법' 4년째 계류중…헌재 판단도 무색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1대 국회 4년 동안 발의된 법안은 모두 2만6810건이다. 그 중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9400여건으로, 법안 처리율은 36.7%에 불과하다. 20대 국회에 이어 법안 처리율이 40%를 밑도는 것.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 당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처리되지 못해 비판을 받았지만, 21대 국회에서도 상임위 계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법안들도 있다.

특히 상속인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상속권을 상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계류 중이다.

그 사이 헌법재판소에서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위헌으로 판단했다. 여론의 지지는 물론 법리적으로도 구하라법에 대한 타당성이 마련됐음에도 국회가 논의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에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보완 입법이 필요하지만 국회가 손 놓고 있는 법안은 이 뿐만이 아니다.

헌재는 2019년 4월 낙태죄와 의사 낙태죄 처벌 규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야권을 중심으로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개정안은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특별법과 과로사 예방법 역시 두 번 연속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는 법안들을 둘러싼 다툼에만 골몰해 온 탓에 크게 이견이 없는 법안들까지 제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정치적 쟁점 법안만 골라 단독 표결을 강행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공방 패턴이 반복될 뿐, 정작 21대 국회 임기 중에 처리했어야 할 필수 법안은 뒷전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여전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표결하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5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제2 양곡관리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단독 재판부 없어질 위기에도 법관증원법 감감무소식 

연합뉴스연합뉴스
사법부 최대 현안인 판사증원법(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개정안) 역시 21대 국회 문턱을 넘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내 법관 정원은 2014년부터 10년째 3214명으로, 법관 현원은 3105명이다. 개정안은 법관 정원을 2027년까지 5년간 3584명으로 370명 늘리도록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을 해소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가운데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원은 예년보다 더 적은 인원을 선발해야 할 처지다. 신규 임용 법관은 2020년 158명, 2021년 157명, 2022년 139명, 2023년 123명으로 꾸준히 세 자릿수를 유지해 왔지만, 개정안이 불발되면 두자릿수로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법조일원화 도입 이래 경력법관제가 실시되면서 올해까지는 5년 이상 경력자들을 뽑을 수 있었지만, 당장 내년부터 7년 이상, 2029년 부터 10년 이상 경력자를 뽑아야 하는 것도 법원으로서는 부담이다.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만큼 지원자 수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판사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 여야 모두 별다른 이견은 없다. 하지만 판·검사 정원을 같이 늘리자는 여당과 판사 정원만 늘리자는 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판사와 검사 정원은 통상 연동돼 늘려왔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까지 주도했던 야당으로서는 검사 정원을 증원하는 것에 못마땅해 하고 있다. 법사위는 7일 오후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처리하기 위한 회의를 연다. 이때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하면 사실상 21대 국회 내 처리는 어렵다.

대법원 관계자는 "증원법이 통과되면 통상 뽑던 인원 만큼 뽑을 수 있는데, 통과되지 않을 경우 두자릿수 밖에 못 뽑는다. 각급 법원에서 민·형사 단독 재판부가 하나씩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며 "또 경쟁률이 치열할 거라고 예상되면 지원자들은 불합격 이력이 남을까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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