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나라 한국 "유튜브도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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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6명, 1년 간 독서량 '0권'
독서 관련 정부예산 100억 이상 삭감
예산·행사 늘었을 때도 독서율 떨어져
2013년부터 성인 독서율 하락 추세
도서정가제와 스마트폰 보급이 원인?
실효성 있는 독서진흥 정책 고안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조석영 PD,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나와 계세요.

◆ 조석영,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조석영 PD가 준비했습니다.

◆ 조석영> 4월 23일이 세계 책의 날이었는데요. 최근 한국의 독서율이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나왔죠.  '책 안 읽는 나라 한국'에 얽힌 여러 가지 뉴스들 정리해보겠습니다. 지난 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3년 국민독서 실태 조사를 발표를 했어요. 이게 2023이라고 돼 있지만 조사 기간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인데,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독서 선호도, 즉 "나 독서 좋아한다"는 응답은 성인 18.3%, 학생은 39.6%, 이것만 봐도 독서가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예요.


◆ 신혜림> 18.3%면 너무 적네요.

◆ 조석영> 게다가 책을 읽는 사람들 평균 독서량도 줄었습니다. 앞서 독서율이라는 건 1년에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들 얘기인데요. 책을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읽느냐, 2019년 기준으로 성인의 연간 독서량이 종이책이랑 전자책 합쳐서 7.3권이었어요. 그런데 작년에는 3.6권입니다. 반토막 났어요.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2019년에 38.8권이었거든요. 작년에는 34권입니다.  

◆ 신혜림> 우리나라 책은 학생들이 다 읽나보네요.

◆ 조석영> 아무래도 학생들은 공부하는 시기잖아요. 성인들도 20대가 제일 높습니다. 그래서 연령대가 높을수록 점점 책을 안 읽게 되는 경향이 보여요. 20대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들이 70%가 넘거든요. 그럼 성인들은 대체 왜 이렇게 책을 안 읽는가.

◇ 채선아> 그냥 생각해 봤을 때는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으니까 아닐까요?


◆ 신혜림> 유튜브를 보느라 그럴 수도 있어요

◆ 조석영>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혹은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 이 두 가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독서 장애 요인입니다. 독서율 그래프를 보시면 2013년부터 성인 독서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한국에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게 2010년이고 2012년쯤부터는 대중화됐죠. 여기에 도서 정가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고요. 요즘은 검색도 유튜브에서 하는 시대잖아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문화체육관광부는 독서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고요.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행사 때 이렇게 유인촌 장관이 이렇게 말합니다. "성인이 되고 나면 사람들은 같은 일을 비슷하게 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살면서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수없이 넓고 깊은 세상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건 책뿐이다.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이 물론 있겠지만 책은 읽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마음껏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위가 훨씬 넓다"


◆ 신혜림> 좋은 말이네요. 그런데 지금 독서 관련 예산이 엄청 깎여서 출판계고 도서관이고 힘들다는 기사들도 많이 봤어요.

◆ 조석영> 독서 관련 예산이 이전 연도 대비 100억 원이 삭감됐다고 합니다. 도서관 관련 예산도 80억이 아예 없어졌고요. 출판 지원 관련해서는 20억 이상 없어졌습니다. 도서관 이용해보신 분들은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구입한 도서 말고 이용자들이 희망 도서를 신청하면 구입해 주는 서비스가 있거든요. 최근에 희망 도서 신청을 안 받거나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 채선아> 한 10월, 11월 이때쯤 되면은 예산이 없다고 못 사준다 이렇게 말을 하거든요.

◆ 조석영> 그런데 지금 4월이잖아요. 3월에 이미 예산이 떨어져서 못 받는다는 얘기가 경기도에 있는 도서관들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 도서구입 예산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에서 편성해요. 경기도면 그래도 재정이 넉넉하지 않을까 싶은데 벌써 경기도에 있는 도서관들도 예산이 줄었다는 거죠. 실제 통계상으로도 공공 도서관에서 연간 평균 구입하는 도서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어요. 2018년에는 약 6,700여 건 정도 됐는데 2022년에는 5,500건 정도로 확 떨어집니다.


◇ 채선아> 책 사기 부담스러운 사람들한테는 도서관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또 작가들이나 출판사에서도 도서관이 기본적으로 구입을 해 주는 게 출판업 유지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예산을 깎으면 독서율이 과연 오를 수 있을까요?

 ◆ 조석영> 그렇죠. 유인촌 장관이 "예산이 많이 삭감됐기 때문에 주어진 한계 안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올해를 잘 넘기려고 하고 있다. 지금이 내년 살림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예산을 회복해서 확실하게 다시 (여러 지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또 유인촌 장관이 24일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예산 편성 때 잘려나간다. 다리 하나 고속도로 하나 둘 만들 예산이면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장관도 진심인 것 같으니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게 힘을 썼으면 좋겠다 기대를 해보는데요. 제가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조사를 하다보니 흥미로운 질문이 떠올랐어요. 과연 정부 예산이 깎인 게 독서율 하락의 원흉일까.

◇ 채선아> 꼭 그것만이 이유일까요?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조석영> 2022년 10월에 나온 보도를 하나 소개를 해드릴게요.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0년에 독서 진흥 관련 쓴 돈이 4천억 원 초반이었고 2021년에는 5천억 원 후반대로 늘었어요. 전국에 있는 지자체 독서 진흥 관련 사업도 2014년에는 3,700여 건이었는데 2021년에는 6,400여 건으로 늘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작년에 예산 삭감이 되기 전까지는 예산도 그렇고 행사도 그렇고 늘어나는 흐름이 있었다는 거죠.

◇ 채선아> 그런데 독서율은 2013년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었잖아요.

◆ 조석영> 단순히 예산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예산은 예산대로 당연히 투입할 필요가 있는 건데 그 돈을 실효성 있게 써야 한다는 겁니다. 과연 어떤 방향의 정책이 독서율을 올리는 데 제일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서울시에서 지금 야외도서관이라고 서울광장에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금요일터 일요일까지 빈백도 깔아놓고 책도 비치해놓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 채선아> 사진 보면 날 좋을 때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으러 간다라기보다는 한번 서울광장 빈백에 누워서 하늘 좀 봐볼까 이런 느낌인 거죠.

◆ 신혜림> 행사 자체는 좋은 거 같은데 저는 진짜 책을 읽고 싶을 땐 사람이 아예 없는 데로 가거든요.

◆ 조석영> 그런데 이것도 독서 관련 행사, 관련 예산으로 분류가 되는 겁니다. 이 행사가 과연 국민들의 독서율을 높이거나 출판 산업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사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을 거 같구요. 또 하나는 독서량을 무조건 늘리자는 게 정책 목표가 되는 것이 맞나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양이 중요한가 질이 중요한가의 문제라는 거죠.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과연 정보습득량에 있어서 과거보다 떨어졌을까요?

◆ 신혜림> 유튜브를 비롯해서 다양한 매체에서 많이 습득하죠.

◆ 조석영> 유튜브 전에는 페이스북이나 지금은 'X'라고 이름을 바꾼 트위터, 이런 텍스트 기반 SNS가 2010년대 초반부터 엄청나게 떴고 여기서 많은 정보가 유통됐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이런 매체를 통해 접하는 정보나 지식과 책을 통해 접하는 정보나 지식은 무엇이 다른가, 독서가 더 나은 점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독서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거죠.

◇ 채선아> 제 생각에는 책이든 어떤 매체로든, 새로운 정보를 접했으면 그걸 내 삶에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 거기서 나만의 생각, 나만의 통찰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거든요. 저는 그게 책에서 잘 되는 편이라 책을 읽는데 영화를 통해서 잘 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되는 거 아닐까요?


◆ 신혜림> 지난 10월에 서울시민 천 명 대상으로 "유튜브는 독서인가"라는 설문조사가 진행됐어요. "유튜브도 독서다"라는 응답이 10대는 19%, 20대는 13%, 이렇게 대답했거든요. 저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일하는 PD이긴 하지만 책이 시간 대비 효율이 더 낫다고 보긴 해요. 비문학 분야에선 영상이나 오디오가 책에 비해 정보의 밀도가 떨어지고, 소설인 경우에도 내가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는 몰입의 정도가 좀 떨어지더라고요.

◆ 조석영> 각자 취향이나 살아온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 고민이 있으실 거예요. 저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라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책과 유튜브 중에 무엇이 낫다 아니다의 문제를 넘어 리터러시, 즉 문해력이 핵심이라는 아이디어를 다양한 논의를 통해 펼치고 있습니다. 요즘 '문해력이 떨어졌어' 이런 얘기 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문해력이 높다 낮다를 점수로 측정할 수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져요.


◇ 채선아> "너는 문해력이 80이야, 너는 60이야"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죠?

◆ 조석영> 문해력이라는 게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잖아요. 결국 다른 사람들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다리를 놓는 능력이라는 거죠. 책과 나 사이의 다리를 놓는 능력, 나와 다른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는 능력, 나와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는 능력, 이런 능력이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쌓일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책을 만드는 출판 산업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책을 어떻게 읽을 거냐,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거냐,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어줄 것이냐, 이런 고민을 담아서 정책을 설계하면 어떨까 싶더라구요. 책을 왕창 사는 것도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그걸 넘어서서 리터러시를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거에 대한 고민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돈은 돈대로 썼는데 효과가 안 나타날 수 있는 거죠.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우리나라 독서율을 통해서 생각해 봐야 할 점들 짚어봤습니다. 조석영 PD,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조석영,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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