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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문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딸" 부산 영도 스쿨존 참사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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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산 영도구 스쿨존 참사 1주기
사고 피해자 황예서양 아버지 "많이 보고 싶어" 깊어지는 그리움
부산시 스쿨존 전수조사 비공개 결정 등엔 "사태 심각성 모르는 듯"

부산 영도구 스쿨존에서 굴러 떨어진 화물에 깔려 숨진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가 사고 1주기를 맞아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김혜민 기자 부산 영도구 스쿨존에서 굴러 떨어진 화물에 깔려 숨진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가 사고 1주기를 맞아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김혜민 기자 
"얼마 전 가족끼리 케이크를 먹을 때 둘째 예서 생각이 많이 났어요. 예서도 이 케이크 좋아하는데 같이 먹을 수 있으면 참 좋았겠다…"

지난해 4월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한 어망업체가 인근에서 지게차로 하역작업을 하던 중 1.7t 대형 화물을 옮기다 떨어뜨려 등교하던 3학년 황예서(10)양이 숨졌다.

당시 하역작업을 한 어망업체 대표 A씨는 건설기계 면허 없이 지게차를 운전했고 제대로 된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는 사고 1주기를 앞두고 부산CBS 취재진을 만나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됐지만 관계기관은 답답한 대응만 반복한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버지 황씨는 "사고 직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통곡했고 몸무게도 많이 빠졌지만, 지금은 덜 눈물 흘리고 밥도 먹고 잠도 잔다"면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점점 하게 되고 몸무게도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이래도 되나 당황스럽다.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에 죄책감이 들고 예서한테 미안하다"고 운을 뗐다.

사고를 겪은 후 심리치료 등 회복을 위한 과정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이는 오롯이 유가족의 몫이었다며 괴로웠던 심경도 털어놓았다.
 
황씨는 "스쿨존 내에서 화물에 깔려 아이가 숨진 사례를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가족 모두 상담 치료를 받았는데 결과적으론 도움이 안 됐다. 우선 의사조차 이런 경험이 있는 환자를 만난 적이 없어 상담을 제대로 못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거리가 너무 멀어 가족 모두가 시간 맞춰 방문하기가 어려웠고 검사 비용도 부담이 됐다"면서 "그보다는 비슷한 사고를 겪은 은결이 아버지와의 연락이 더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은결(8)군은 지난해 5월 10일 경기 수원시의 한 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위반 버스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4월 28일 1.7t 상당의 대형 화물이 굴러 떨어져 초등학생 황예서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김혜민 기자지난해 4월 28일 1.7t 상당의 대형 화물이 굴러 떨어져 초등학생 황예서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스쿨존. 김혜민 기자
그는 이사도 고민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도구 곳곳에 예서와의 기억이 있어 쉽게 떠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황씨는 "집도, 직장도 영도에 있다 보니 왔다 갔다 하면서 사고 현장도 자주 본다. 모르는 사람이 예서 아빠라는 걸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것 역시 힘들다"면서 "검찰청에서 이사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하고 가족들도 이사를 원하지만 '예서가 어디에서 뭐했는데' 하는 기억이 다 있다 보니 떠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했던 형사재판은 2심에서 끝이 났다. 어망업체 대표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1심과 동일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직원 3명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황씨는 "형사재판은 끝났고 민사가 진행 중이다. 사실 그 사람이 형량은 얼마를 받든 중요하지 않았다. 예서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만 재판 중에 형을 낮추기 위해 가해자 측에서 노력하는 모습은 괘씸했고 제대로 처벌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전국적으로 스쿨존 내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여러 기관에서 통학로 개선 사업에 열을 올리는 데 대해 그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씨는 "솔직히 별로 기대가 없다. 아이가 죽기 전부터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나 학교 측에서 계속해서 해결을 요청했는데 문제를 방치한 건 교육감이나 구청장, 시의원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동초 등굣길은 여전히 위험하다. 확보 가능한 예산 안에서라도 튼튼한 안전 펜스를 설치하면 될 텐데 얼마나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사고 이후 시교육청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국회의원과 교육감, 경찰청 관계자들은 손하트를 한 채 웃으면서 단체 사진을 찍었던 것도 생생하다"면서 "부산시는 스쿨존 전수조사 결과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고, 부산시장은 사고와 상관없는 청학초에 가서 안전 펜스를 흔들어보고 갔다. 그런 식으로 대처하는데 무슨 기대가 있겠느냐"고 강하게 말했다.
 
고 황예서양 생전 모습. 유족 제공고 황예서양 생전 모습. 유족 제공
그는 참사 1주기에 따로 추모공원을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여전히 예서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다"며 옅어지지 않는 그리움을 드러냈다.
 
황씨는 "정상적으로 잘 살아서 나이 들어 죽었다면 기일을 챙겼겠지만 우리 애는 얼마 못 살고 갑작스럽게 죽었으니까 죽은 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가족들은 예서에 대해 언급하는 자체를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보고 싶다. 지금도 안 믿어지고 예서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하루 종일 엄마 귀를 간질이던 막내가 없으니까 시계 초침 소리가 크게 들린다. 너무 많은 부분을 채우고 있던 아이"라고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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