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통째 보관'…대법원 "별건수사 증거로 사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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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서버 '디넷'에 보관된 녹음파일…별건수사에 이용
대법원, 원심 파기 후 파기환송 "수사 위법, 증거 능력 없어"


대검찰청 자체 서버인 '디넷'에 보관된 전자정보를 별건 수사에 이용하는 것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16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검찰 수사 서기관 A씨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원주시청 간부 B씨로부터 진행 중인 수사가 시장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당 수사를 선거 이후로 지연시켜 달라는 내용의 부정청탁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A씨는 B씨에게 주요 수사 단서와 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 수사기관의 내부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있다.

재판에서 A씨의 혐의를 입증할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의 출처가 문제됐다.

검찰은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를 받는 B씨에 대한 또 다른 사건 수사를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B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후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대검찰청 서버인 '디넷'에 저장해뒀다.

그러다 검찰은 대검찰청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탐색하다 우연히 A씨와 B씨가 여러 차례 통화한 녹음파일 등 A씨의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를 발견하게 됐다. 이를 발견한 검찰은 영장 없이 약 3개월 동안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대검찰청 서버에 그대로 저장한 채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면서 A씨의 범죄사실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했다.

수사기관은 대검찰청 서버에서 피고인 A씨의 혐의를 입증한 녹음파일 등 전자정보를 발견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이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이마저도 집행하지 않았다. 이후 영장의 유효기간이 끝나자 한 차례 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검찰청 서버에 저장된 녹음 파일을 압수했다.

앞서 1, 2심은 "영장 집행의 경위와 사건의 특수성 등에 비춰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영장주의의 취지를 회피하려고 시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집된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무관정보인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을 발견한 무렵부터 영장 발부를 청구하기까지 약 1개월 동안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고, 이 사건 녹음파일 등에 기초해 증거를 수집하는 등 영장 없이 수사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관정보를 발견하고 영장을 발부받기까지 약 한 달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은 오로지 무관정보를 기초로 한 이 사건 수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에 대한 영장 집행 종료 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하고 복제·출력하는 일련의 수사상 조치는 모두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 녹음파일 등과 이에 근거해 수집된 2차적 증거들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새로 발부 받은 영장 집행도 복제본이 저장된 대검찰청 서버의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발부된 영장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당연히 삭제·폐기됐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고, 영장을 새로 발부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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