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인희 "백발이 되어 돌아온 '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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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복귀한 '포크의 전설' 박인희
<목마와 숙녀>, <모닥불>, <봄이 오는 길>
81년 미국 떠난 이유, 모르는 세계 알기 위해
6월 14일, 연세대 대강당서 단독 콘서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인희 (가수)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 김현정> 지금 흐르는 이곡 봄노래의 레전드죠. 봄이 오는 길 듣고 계십니다. 이 곡 외에도 모닥불, 방랑자, 약속, 끝이 없는 길 등등등등 7~80년대 청년기를 보내신 분이라면 참 익숙한 노래, 이 노래들을 부른 가수 박인희 씨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1세대 싱어송라이터이자 방송 진행자로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가 1981년에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무려 35년 만인 2016년에 잠시 귀국을 해서 한국 팬들을 만나고 다시 소식을 듣기 어려웠어요. 그랬던 그분이 8년 만에 오늘 이 자리 화제 인터뷰에 오셨습니다. 그리운 목소리, 한국 포크의 전설 박인희 씨 지금부터 만나보죠. 어서 오십시오.
 
◆ 박인희>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세상에.
 
◆ 박인희> 이렇게 흰머리가 돼서. 미안해요.
 
◇ 김현정> 아니, 저는 스튜디오에서 처음 딱 뵀는데 그때 그 소녀 같은 모습 그대로시구나. 너무 깜짝 놀랐어요.
 
◆ 박인희> 너무 예쁘게 봐주시는 거고요.
 
◇ 김현정> 선생님 목소리, 선생님 얼굴 그리워하셨을 많은 뉴스쇼 애청자들께 직접 인사해 주시겠어요?
 
◆ 박인희>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또 화면 보고 계시는 분들도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이렇게 봄에 제 노래처럼 직접 찾아와서 여러분들과 대화도 나누고 싶고 또 특히 이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 최고잖아요. 그 주인공이신 김현정 씨 오늘 만나 뵈러 이렇게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현정>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러니까 2016년에 35년 만에 귀국을 해서 그때 잠시 팬들과 인사를 하시고 다시 미국으로 가셨던 건가요?
 
◆ 박인희> 그렇죠.
 
◇ 김현정> 어떻게 지내셨어요? 지난 8년을.
 
◆ 박인희> 그냥 공연하기 전에 제 모습 그대로 그냥 자연인으로 아무것도 구속받지 않고 그냥 산책하고 또 읽고 싶은 책 읽고 여행도 하고. 그냥 보통처럼 그렇게 지냈어요.
 
◇ 김현정> 그렇게 지내다가.
 
◆ 박인희> 또 한국의 봄이 너무너무 그립고 아까 너무 감사하게도 제가 들어올 때 봄이 오는 길 소개를 해 주셨었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그 예쁜 봄도 보고 싶고 마침 오니까 이렇게 봄꽃들이 환영해주고 그래서 너무 반갑습니다.
 
◇ 김현정> 이거 말씀 하나하나가 어떻게 다 시네요. 봄꽃들이 환영을 해주는. 갈수록 세상이 각박해 혼탁해지고 복잡해지고 이런 세상 속에서 산소 같은 목소리 그리고 서정적인 가사. 본능적으로 우리들이 그 목소리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박인희 선생님 곡인 것 같아요.
 
◆ 박인희> 나이도 많이 들었죠. 또 제가 같이 기획하시는 분께 농담 반 진담 반 그래요. 아니, 예쁘기를 합니까? 젊기를 합니까? 노래도 세월의 흔적이랄까 이런 것들이 있어서 좋게 말하면 좀 여유가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젊을 때 20대에 불렀던 노래보다 조금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 그랬는데 무슨 염치로 이렇게 콘서트까지 하게 되고 아껴주시는지 정말 밤에 잠을 못 이루겠어요.
 
◇ 김현정> 잠을 못 이룰 정도로.
 
◆ 박인희> 감사하죠.
 
◇ 김현정>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목소리는 너무 쨍쨍하세요. 저 몇 년생이신지 제가 얘기해도 되나요?
 
◆ 박인희> 아니, 부끄럽지 않아요. 저는 46년 개띠입니다.
 
◇ 김현정> 46년생이세요. 46년생이신데 정말 제가 아까 소녀 같다고 말씀드렸던 말이 그냥 던진 말이 아닐 정도로 외모도 소녀 같으시지만 목소리도 그때 그 목소리 그대로 지금 말씀하시는데 노래하실 때도 그때 그 목소리 그대로신가요.
 
◆ 박인희> 글쎄요. 들으시는 분들에 따라서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조금 여유가 있고 세월을 이렇게 같이 살아가면서 들으시는 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함께 늙어가는 것 같아서 오히려 듣기 좋다. 또 그 연륜이 느껴져서 좋다, 이러시는 분들이 있고 또 그 맑고 고운 걸 찾으시는 분들은 조금 섭섭해 하시고.
 
◇ 김현정> 그러면 우리 이렇게 토크만 할 것이 아니라 라이브로 노래 한 곡을 좀 선사해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선생님.
 
◆ 박인희> 아니, 제가 참 망설였어요. 그 16년도에는 저는 집에 있고 현정 씨가.
 
◇ 김현정> 전화 인터뷰 했었죠.
 
◆ 박인희> 너무 감사하게도 전화를 주셔서 또 그게 다정다감하게 좋았는데 굳이 스튜디오에 나와서 노래를 해야 된다고 그래서 어쩌면 좋아. 그렇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또 이런 선물이라도 들고 나와야 또 현정 씨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 김현정> 감사합니다.
 
◆ 박인희> 예쁘게 봐주십시오.
 
◇ 김현정> 오늘 준비하신 첫 곡 청해 듣겠습니다. 모닥불 준비하셨네요.
 
◆ 박인희> 모닥불 할까요? 괜찮으세요? 그럼 제가 휴대폰을 좀 끼고 하겠습니다.
 
◇ 김현정> 박수로 청해 듣겠습니다.
 
◆ 박인희> (노래)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감사합니다.
 
◇ 김현정> 박인희 씨의 목소리 그리고 기타리스트 한종면, 윤형준 씨의 멋진 연주로 세상에, 저는 지금 동해바다 와 있는 줄 알았어요. 앞에 모닥불 피워놓고 이렇게 하잖아요. 이렇게, 이렇게.
 
◆ 박인희> 여기 탁자 주변으로 한번 춤출까요?
 
◇ 김현정> (웃음) 수건 돌리고. 진짜 그 시절 그대로 떠오르네요. 세상에.
 
◆ 박인희> 고맙습니다.
 
◇ 김현정> 이 곡은 너무도 유명하고 이 곡 외에도 방랑자, 목마와 숙녀, 얼굴, 세월이 가면, 섬아기. 정말 무수한 히트곡 중에서도 박인희 선생님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곡은 어떤 곡이세요?
 
◆ 박인희> 아무래도 가창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불렀던 노래하고. 왜냐하면 이거는 제가 그 뚜아에무아로 듀엣 활동하다가 솔로 활동하면서 처음 발표한 곡이고.
 
◇ 김현정> 이게 솔로 첫 곡입니까?
 
◆ 박인희> 네, 그래서 제 자작곡이고 그래서 이 노래에도 애착이 가고요.
 
◇ 김현정> 게다가 시를 낭송만 하신 게 아니라 직접 쓰셨죠?
 
◆ 박인희> 네. 제가 불문학을 전공을 했기 때문에 습작 이런 거는 여고 시절부터 했었고 대학 들어가면서 시화전이라든가 이런 거 해서. <목마와 숙녀>처럼 조금 알려졌던 시 중에 얼굴이라는 시를 대학 재학 중에 시화전 하면서 발표를 했었고. 그 이후에 노래하고 방송하고 틈틈이 떠오르는 세상 같은 걸 조금 정리를 해서 시화, 수필집이 한 권 나왔고요. 그다음에 순수 시집이 두 권 나왔고 그래서 세 권 책이 나왔습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그러면…
 
◆ 박인희> 뭘 시키시려고 또 저렇게 입맛을 다지시나.
 
◇ 김현정> 뭘 시킬… 제가요, 우리 박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탐이 나요.
 
◆ 박인희> 아이, 별 말씀을.
 
◇ 김현정> 그냥 이렇게 귀한 자리를 오늘 마련을 했는데 노래만 듣고 보내드리기가 너무 서운해서 목마와 숙녀의 그 시 낭송을. 이 음반에 있는 그 목소리는 몇 살 때 목소리이신가요?
 
◆ 박인희> 그게 20대 한 중반쯤 된 거예요. 그거는.
 
◇ 김현정> 여러분이 지금까지 들으셨던 목마와 숙녀의 박인희는 20대 중반의 20살의 박인희라면 지금 여러분 70대 후반이 된 박인희 선생님의 그 목소리. 이건 아마 방송에서 처음 들려드리는 거.
 
◆ 박인희> 처음이에요.
 
◇ 김현정> 처음이죠? 박인희 선생님이 70의 끝자락에서 다시 낭송해 주십니다.
 
◆ 박인희> 조금만 할게요.
 
◇ 김현정> 목마와 숙녀 청해듣죠.
 
◆ 박인희> (시 낭송)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내가 알던 소녀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죄송해요.
 
◇ 김현정> 진짜 너무 좋네요.
 
◆ 박인희> 아유,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저는 사실은 이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 아니죠. 아닌데 또 눈물이 나요.
 
◆ 박인희> 그래요?
 
◇ 김현정> 어떻게 이렇게 좋을 수가 있죠?
 
◆ 박인희> 아이,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김현정 씨가 제 낭송을 들으시고 그 마음으로 교감이 돼서 눈물을 흘렸다는 거는 제가 평생 못 잊을 거 같아요. 뉴스쇼 못지않게 현정 씨가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하신 다정다감한 분이시구나.
 
◇ 김현정> 멋진 노래와 멋진 시와 멋진 진행으로 그 시대를 풍미하던 가수가 왜 그렇게 홀연히 떠나셨어요? 81년에 왜 그렇게.
 
◆ 박인희> 그때는 제가 정말 과분하게도 제가 사랑하는 일이지만 그 방송을 열심히 했고 하루에 한 6시간 방송 세 군데의 프로그램을 생방송, 그것도 그 무렵에 녹음도 할 수 없는 시절이었고 그래서 방송 스튜디오로 생방송만 몰두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제 일을 제가 사랑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자부심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했었고. 그래서 그러다 보니까 뭐랄까요. 그러니까 남이 저를 평가하기 이전에 제가 네가 뭔데, 조금 일손을 놓고 부족한 것도 채우고 또 더 좀 공부도 해야 되고. 공부라는 게 학위 이런 걸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모르는 세계를 좀 발로 디뎌보고 만져도 보고 정말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라도 그 내음을 좀 이렇게 음미해보고 그런 처음 기초부터 한번 배워보자. 그래서 다 미련 없이 놓고 떠난 거예요.
 
◇ 김현정> 정말 정상에서 다 내려놓고 가신 거예요.
 
◆ 박인희> 정상이라고 표현한 건 아주 잘 봐주신 거고 과연 이 자리에 이렇게 감사하게도 계속 머물러 있을 수가 있는가. 조금 재충전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만해라라고 사인을 보내주시기 전에 제 발로 좀 움직여 보자.
 
◇ 김현정> 아니, 그러면 금방 재충전하고 돌아오셔야 되는데 왜 안 돌아오셨어요?
 
◆ 박인희> 하다 보니까 그냥 자연인의 박인희가 너무 좋았어요.
 
◇ 김현정> 고국에서 팬들이 엄청나게 그리워하고 있다는 거는 아셨어요?
 
◆ 박인희> 알지만 그게 너무 과분해서요.
 
◇ 김현정> 제가 이런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 박인희>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죠.
 
◇ 김현정> 한 몇 년 전인데 어느 대학의 총장님과 제가 저녁 식사를 할 일이 있었는데 그분이 딱 한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다. 이분을 한 번만 좀 어떻게 김현정 PD가 수소문해서 초대해 줄 수 없느냐. 누구신데요? 박인희라는 가수.
 
◆ 박인희> 어머나.
 
◇ 김현정> 너무 궁금하다. 70대 총장님이셨어요.
 
◆ 박인희> 그런 일이 있었군요.
 
◇ 김현정> 그분께서 이 선생님 지금 어디 계신가 한참 제가 했더니 미국에 계시다. 이렇게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으십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잊지 않고 고국을 찾아주셨고 지금 콘서트를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계시는데요. 언제 어디서 하시는 거죠?
 
◆ 박인희> 꽃도 예쁘지만 나무가 정말 싱그럽게 예쁠 때, 6월 달에 금요일 밤에 7시 30분에 단독으로 박인희 콘서트를 합니다.
 
◇ 김현정>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 박인희> 대강당이에요.
 
◇ 김현정> 거기 좌석이 엄청 많은…
 
◆ 박인희> 엄청 과분하죠.
 
◇ 김현정> 오늘 들으신 이 곡들 외에도 많은 곡들 지금 준비하고 계시니까 이제 또 미국 돌아가시면 언제 또 뵐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 박인희> 모르겠어요. 언제 가게 될지도 모르고.
 
◇ 김현정> 이번에도 정말 우연히 그래 한번 해보자, 이렇게 시작된 공연이어서 또 이분이 언제 계획 세우고 돌아오실지 모르니까 여러분 많이들 이 기회 놓치지 마시고 박인희 씨의 노래 선물, 시 선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보내드릴 때가 됐는데요. 정말 선생님 콘서트 준비 잘하시고 체력 관리 잘하시고요. 6월 14일 여러분 찬란한 봄날의 그 아름다운 선물 놓치지 마시고요.
 
◆ 박인희> 열심히 소개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오늘 멋진 기타 선물해 주신 한종면, 윤영준 두 기타리스트께도 감사드리면서 인사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인희> 감사합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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