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LG 경기에서 7회말 투아웃 주자 1,2루 상황 LG 김범석이 대타로 나와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LG의 차세대 안방마님 김범석(19)이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김범석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롯데와 홈 경기에서 2타점 쐐기 2루타를 터뜨렸다. 팀의 7 대 2 승리와 연패 탈출에 큰 힘을 보탰다.
이날 승리로 LG는 10승 10패 1무, 5할 고지에 올랐다. 잠실 라이벌 두산과 주말 3연전에서 당한 2연패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날 김범석은 귀중한 점수를 냈다. 4 대 1로 앞선 7회 2사 1, 2루에서 김범석은 2번 타자 문성주의 대타로 나섰다. 그러자 롯데는 좌완 불펜 임준섭을 빼고 우완 최이준을 올렸다. 하지만 김범석은 보란듯이 최이준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선상을 총알처럼 뚫는 2루타를 날렸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쐐기타였다.
LG는 단숨에 6 대 1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이후 김범석의 대주자로 나선 안익훈이 상대 투수 폭투 때 3루로 진루한 뒤 김현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7점째를 올렸다.
적시타가 작렬한 뒤 김범석은 엄청난 덩치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2루까지 달렸다. 베이스를 밟은 김범석은 크게 포효했다. 그동안의 울분을 날리는 듯했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LG 경기에서 7회 말 투아웃 주자 1,2루 상황 LG 김범석이 대타로 나와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범석은 지난해 LG가 1라운드 7순위로 지명해 계약금 2억5000만 원을 받고 입단했다. 차세대 주전 포수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주전 포수 박동원이 맹활약하며 29년 만에 LG의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김범석은 1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이후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범석 육성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준비했다. 스프링 캠프에서 집중 조련해 박동원의 백업 포수로 쓸 요량이었다.
하지만 김범석은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일찌감치 귀국해야 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체중 문제까지 지적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프로필에 따르면 김범석은 178cm, 110kg이지만 몸무게가 더 나갈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올 시즌 2군에 머물던 김범석은 지난 12일 1군으로 콜업됐다. 16일 경기 전 염 감독은 "2군에서 경기에 나가면 1루수를 봐야 하지만 1군에 있으면 집중적으로 포수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도 김범석은 현역 시절 최고 포수로 불린 박경완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김범석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응답했다. 지난 14일 두산전까지 2경기 연속 대타로 나와 안타를 기록했다.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LG 경기에서 7회 말 투아웃 주자 1,2루 상황 LG 김범석이 대타로 나와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루타를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경기 후 김범석은 "세리머니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면서 "4 대 1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6 대 1로 달아나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무척 좋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경기 후 인터뷰를 할 것인지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김범석은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상이라 (캠프 중도 귀국이) 무척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살이 좀 빠졌느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노 코멘트 하겠다"고 웃으며 즉답을 피했다.
선배들과 코치들의 격려로 극복할 수 있었다. 김범석은 "그래도 선배님들, 코치님들이 한국에 돌아가는 날 '언젠가 올라올 테니 준비 잘하라'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귀띔했다.
우여곡절 끝에 복귀한 1군 생활은 힘들지만 즐겁다. 김범석은 "박경완 코치님이 많이 알려주시고, 1군에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배려해주시면서 운동 스케줄도 딱 정해준다"면서 "코치님이 전달해주시는 메시지와 훈련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염 감독은 어느 정도 김범석이 포수 수업을 받으면 일주일에 1경기 선발 마스크를 맡길 방침이다. 이에 김범석은 "감독님은 미래의 주전 포수가 되었으면 한다고 계속 말씀해주신다"면서 "거기(백업)에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