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취임 이후 두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첫 방문 당시 중국 경제라인과의 소통채널 구축에 공을 들인 그는 이번 방중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와 신에너지 설비 등의 공급 과잉 문제를 의제로 들고 나왔다.
옐런 장관은 5일 오후 중국 남부의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광저우에 도착했다.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만에 중국을 다시 찾은 그는 오는 9일까지 광저우와 베이징에 머물며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판궁성 인민은행장 등 중국 경제 지도자들과 잇따라 접촉할 예정이다.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의 의제를 이미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그는 방중을 앞둔 3일(현지시간) "우리는 태양전지, 전기 배터리,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 분야에서 과잉 생산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이 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에 따른 영향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유럽, 일본 등 상당수 국가가 이 산업에 대한 중국에서의 대규모 투자로 큰 압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조지아주의 한 태양광 모듈 업체를 방문해서도 "중국의 생산 과잉이 국제 가격과 생산 질서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중국의 카운터파트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수년간 집중 육성한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그리고 태양광 설비 분야 등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해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의 관련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 측의 조치를 촉구하겠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산업의 경우 최근들어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미국의 테슬라마저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의 지난 1분기 전 세계 차량 인도량은 38만 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BYD를 비롯해 최근 몇년간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들이 자국의 막대한 지원과 자국 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저가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에는 샤오미 등 가전제품 업체들까지 전기차 생산에 돌입하는 등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과잉 생산되며 시장의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 컨설팅회사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최고경영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함하면 연간 약 1천만 대의 차량이 과잉생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전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은 여전히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공장을 계속 짓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최근 40%나 더 하락해 미국산 제품에 비해 60% 가량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자원시장 분석 기관인 우드 맥켄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연간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은 861기가와트(GW)이며 올해 추가로 500~600GW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오는 2032년까지 전세계 수요를 모두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기차 등 신에너지 분야는 물론이고 중국 산업계 전 분야에서 발생한 공급 과잉 문제를 중국 측이 수출 확대로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값싼 중국산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각국의 제조업체들이 가격경쟁에 밀려 큰 타격을 받았던 지난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1차 차이나쇼크에 이은 2차 차이나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 장관은 이같은 우려를 중국 경제 지도자들에게 전달하며 과잉 공급된 제품을 수출로 돌려 미국 등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 말고, 침체된 자국 시장 부양과 소비 활성화를 통해 중국 내에서 소화하라고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은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을 향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 조치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들의 요구를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미국은 전기차와 태양광 모듈 등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이들 제품의 수입을 아예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명분을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