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앙통신사 제공3일 오전 대만 동부 도시 화롄(花蓮)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강진으로 대만 전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9명, 부상자는 8백명을 넘어섰으며 수백채의 건물이 붕괴되거나 심하게 훼손됐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쯤 대만 동부 도시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규모가 7.2라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대만 북부 타이베이 등 대만 전역 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우젠푸 기상청 지진예보센터장은 지진 발생 뒤 기자회견을 통해 "지진 발생 지점이 육지와 꽤 가깝고, 매우 얕은 지진이라 대만 전역에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진 발생 10분 뒤에는 규모 6.5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여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앞으로 3~4일 안에 규모 6.5~7.0 이상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명 피해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9명이며 부상자는 8백명을 넘어섰다. 현재 붕괴된 건물이나 진입로가 막힌 터널 등에 고립된 인원이 100명 이상이어서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대만 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대만 중앙통신 등 현지매체와 SNS상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 등에 따르면 지진 발생 이후 화롄에서는 7층 높이의 건물이 심하게 기울어져 소방당국이 출동해 건물 안에 갖힌 시민들을 구조했다.
또,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거나 구조물이 크게 파손되는가 하면 아예 붕괴된 건물도 최소 2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고가도로와 철로가 심하게 뒤틀린 모습도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 한 대학 건물에서는 지진 여파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사태로 낙석이 도로와 차량을 덮쳤고 국립공원 입구가 막혀 등산객들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일부 항구의 지반이 무너지고 방파제가 파손됐으며 건설중인 건물 위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진 발생 직후 타이베이와 가오슝의 지하철 전노선이 40~60분간 운행이 중단됐고, 고속철도 전 노선도 한때 운행이 중단됐다. 대만 전역에서 31만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으며 여전히 8만 7천여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지금까지 신고된 지진 관련 피해 신고는 1100건을 넘어서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눈에 드러나는 피해 못지 않게 대만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에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TSMC는 "회사의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TSMC를 비롯해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와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 등 타이완 반도체기업의 생산시설들이 지진에 매우 취약해 공장 대부분이 진앙의 반대편 해안에 있는데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대만 정부는 긴급 사태를 선포하고 인명구조와 피해복구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재난대응센터를 찾은 차이잉원 총통은 "정부는 각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수시로 대응태세를 가동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취임하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도 진원지 인근 도시 화롄을 직접 찾아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민생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 1999년 9월 발생해 24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규모 7.6의 9.21 지진 이후 25년 만에 대만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다. 우젠푸 지진예보센터장은 "오늘 지진의 규모는 추후 조정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강도가 9.21 지진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