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치인' 조국은 누가 단련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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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누가 '정치인' 조국을 조련시켰는가
 
2019년 7월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과 2024년의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은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이 질문을 던지며 필자는 한달 보름여 간 조국의 행보를 쭉 관찰해왔다. 부산 민주공원에서 2월 14일 창당선언을 했던 시점부터였다. 
 
필자가 기억하는 2019년의 조국은 나이브한 서생이었다. 조국이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때부터 인생의 파란은 시작됐다. 윤석열 검찰은 그가 인사청문회 하던 날 밤 10시 30분에 부인 정경심씨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기소했다.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이례적인 기소였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배낭을 멘 조국은 매일 아침 검찰 수사에 앞서 언론으로부터 가족 비리혐의에 대해 추궁을 받아야 했다. 그는 항상 손에 텀블러를 들고 있었다. 그 텀블러 색깔이 거의 매일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비주얼과 외모가 화려했으나 언론과 검찰은 그의 삶을 매일 집어삼키며 옥죄었다. 조국은 2019년 8월 9일 서울 광화문 적선동 사무실에서 후보 지명에 대한 소감으로 이순신 장군의 서해맹산(誓海盟山)론을 꺼냈다. 충무공의 한시에 나오는 서해어룡등 맹산초목지(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의 줄임말인 이 말은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아는구나'라는 뜻으로 조국이 그 시대 과제였던 검찰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서해맹산은 멋진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화려함은 거기까지였다. 바다에 서약하고 물고기에 맹세할 것도 없이 조국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후 6개월 간에 걸쳐 그의 가족은 검찰로부터 멸문지화의 수사를 받게 된다. 부인은 기소됐고 의전원생이었던 딸은 고졸자가 됐다. 지금 돌아보면 조국은 그때 '멋진 언어'를 차용하지 말고 차라리 "내가 딸을 둔 애비로서 자식을 의사로 만들고 싶어 이렇게 됐다"며 국민들에게 허물의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현대 법치국가에서 조국의 고난은 고위공직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일이었다.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그 당시 스스로 불러들인 '자승자박(自繩自縛)의 화'라고 개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국은 윤석열 사단의 검찰 인사를 민정수석실에 채용했으며 그 사람들을 믿고 부인의 변호사로 대리시킬 만큼 순진했다. 결국 그들로부터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후보 시절 조국은 겉은 화려했으나 속은 비었다. 그의 비장한 언어는 국민들에게 '저것이 무슨 말이냐'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끝내는 '내로남불의 화신'을 넘어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내동댕이를 당해야 했다.
 
조국은 평범한 국민이 볼 때 모든 것을 가진 인간이자 고위공직자였다. 서울법대 형법학 교수에 권세를 가진 청와대 민정수석, 교수인 부인, 의대생인 딸, 유명 대학에 다닌 아들, 강남의 집, 사립학원 소유주, 따지고 들면 보통사람은 단 한가지도 가질 수 없는 '복'을 조국은 10가지도 넘게 타고 났다. 국민들로부터 '분노의 질투'를 받을만 했고 그 비판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윤석열 사단은 그 명분에 힘입어 그와 그의 가족을 철저하게 도륙했다.
 
그런 조국이 5년 만에 다시 컴백했다. '검찰의 시간', '법원의 시간'에서 연거푸 만신창이가 될만큼 탈탈 털렸던 조국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돌아왔다. 학자도, 고위공직자도 아닌 '국민의 시간'을 요구하는 정치인이 되어 돌아왔다. 그것도 '돌풍'이 되어 돌아왔다. 
 
정치인 '조국의 돌풍'을 필자가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월 하순 남쪽 지방으로 하방한 친우의 일성에서 였다. "여기는 비례는 조국당을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도네, 조국이가 태풍이 될꺼네. 한 번 잘 지켜보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창당대회에서 당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 조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실마리를 확인한 것은 3월 3일 조국혁신당 창당 행사 때였다. 한 참석자가 "3년은"이라고 외치자 대회장 안에 가득 모인 참가자들은 일제히 "너무 길다"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조국의 언어는 길지 않았다. 짧고 간명했다. 서해맹산 같은 언어는 없었다. "조국 혁신당은 더욱 겸손하게, 더욱 절박하게, 그러나 더욱 단호하게 행동할 것입니다"라는 외침은 간명했고, 반복적이었다. 귀스타브 르봉은 <군중심리학>에서 "대중을 움직이는 것은 과학적 논리적 증명이 아니라 반복된 주장, 즉 확언"이라고 간파했는데 이날 조국은 겉치레 외관이 화려했던 2019년의 조국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정치인이었다.
 
누가 조국을 '정치인'으로 조련하고 단련시켰는가. 대통령 윤석열과 비대위원장 한동훈을 빼놓고 조국의 변신을 설명할 방법은 없다. 조국이 4.10총선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스 비극처럼 매우 서사적이다. 제목을 붙인다면 "감방을 가야하는 운명을 가진자의 건곤일척의 싸움'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조국은 4월 1일 이렇게 말했다.
 
"뭐 감옥 가야죠. 방법이 없죠. 감옥 가야 되고, 제 실형 2년이 그대로 유지될지, 일부 파기가 되어서 감형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가서 그동안 재판받느라고, 정치하느라고 못 읽었던 책 읽고 푸시업하고 스쿼트 하고, 플랭크 하고, 이러면서 건강관리 열심히 해서 나와야 하죠. 사법부를 쥐락펴락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국법 절차를 지키겠습니다."
 
구질구질한 변명이 없다. 상황은 5년 만에 정반대가 됐다. 조국의 비리를 추상같이 묻던 윤석열은 대통령이, 한동훈은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됐다. '내로남불의 끝판왕'으로 지목됐던 조국은 이제 권력을 가진자에서 내려와 탄압받는 야당의 리더로 거듭났다. 권력을 가진 자와 없는 자는 이처럼 천양지차이다. 만약 윤석열이 정경심씨를 사면 복권했다면 조국은 야당의 리더로 떠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권력은 때로는 마법과 같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검사였을때 조국을 '범죄자'라고 불러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권력자인 그들이 작금의 조국을 '범죄자'라고 또다시 부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국민은 정치를 감성으로 받아들인다. 조국은 2019년 '고양이'에서 2024년엔 '사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 조련의 9할은 두 권력자의 내로남불에서 비롯된 것인데, 역사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기막힐 뿐이다.
 
조국혁신당의 공약에서 조국의 목표를 읽게 된다. 그의 모든 공약에 공감이 가는 건 아니다. 특히 검찰 개혁의 방법론에서 여전히 필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정치인 조국은 국민의 심판 앞에서 품격있는 언어와 풍모로 전달력을 높였다. 지금은 구호와 명분이지만 총선 후 '정치인' 조국의 행동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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