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산수유가 만개한 가운데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자살 시도 후 병원을 찾은 3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은 20대 젊은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결심한 동기는
정신적 문제와 대인관계 문제가 절반 가량으로 '0순위'를 차지했다.
자살시도자는 남녀 모두 30% 안팎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관련 국민인식 및 자살시도자의 의료기관 방문 통계를 분석한 '2023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28일 이같이 발표했다. 자살실태조사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의해 지난 2013년부터 5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으며, 이번이 세 번째 조사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한국리서치는 지난해 8~10월 복지부 주관 아래 전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75세 이하 국민 2807명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조사를 수행했다. 금번에는 종이 설문지가 아닌 태블릿PC 기반의 개별 면접(TAPI)으로 자료의 신뢰도를 제고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자살생각 유경험 관련 통계. 복지부 제공조사 결과,
평생 동안 자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14.7%(최근 1년 미만 2.1%)로 5년 전(18.5%, 최근 1년 이내 3.0%)에 비해 3.8%p 감소했다. 자살을 떠올린 주된 이유로는 '경제적인 어려움'(44.8%)이 첫손에 꼽혔다.
이어 '가정생활의 어려움'(42.2%), '정서적 어려움'(19.2%), '신체적 질병의 어려움'(16.1%), '직장 또는 업무상 어려움'(15.6%)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살생각 유경험률은 여성이 16.3%로 남성(13.1%)보다 약 1.2배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60~75세 고령층이 18.6%로 가장 높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30대는 각각 10.5%·9.9%의 비율을 기록했고, 40대와 50대는 15.1%·16.3%로 좀 더 높았다.
또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한 경우, '1인 가구'인 경우엔 미혼·유(有)배우자나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자살 생각을 할 확률이 높았다.
이들 중 실제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있는 사례는 41.1%였고, 의료전문가나 심리·상담전문가 등의 상담을 받아본 경우는 7.9%로 2018년(4.8%)과 비교해 3.1%p 올랐다.
자살 생각이 있음에도 상담을 받지 않은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23.9%) 또는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23.1%)가 가장 많았다. 도움을 청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과반(57.4%)이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를 들었다.
다만, 상담 경험이 없는 자살생각 유경험자 중 절반(50.8%)은 또다시 자살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전문가 상담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약 33% 정도였던 2018년에 비해 17.9%p 증가한 결과다.
언론의 보도 및 미디어가 자살 시도에 미치는 영향은 '있다'는 응답이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52.0%), '영향 없음'(40.8%)이 5년 새 9.7%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관련 보도나 암시·묘사 장면 등보다 개인적 사유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살기사가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81.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드라마, 영화 등 영상물에서의 자살 표현은 부정 응답 비율(89.0%)이 더 높게 나왔다.
자살 위험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로는 '경찰(112)·소방(119)'에 대한 인지율이 8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국가의 제반 자살예방정책 중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홍보'(84.7%)가 가장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자살생각 유경험자의 경우, '자살 유가족 지원'에 효용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86.2%).
정부는 이와 함께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 참여한 85개 병원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3만 665명을 분석한 결과도 공개했다.
자살시도자의 인구학적 분포. 보건복지부 제공작년 한 해 동안
자살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시도자는 여성(64.8%·1만 9870명)이 남성(35.2%·1만 795명)보다 약 1.8배 많았다.
나이대별로 살펴보면,
19~29세가 29.4%(9008명)로 최다치를 나타냈고, △18세 이하 14.0%(4280명) △30~39세 13.9%(4251명) △40~49세 13.4%(4117명)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자살 시도 당시 31.2%(남성 36.3%, 여성 28.4%)가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시도자의 41.9%는 현재 '정신건강의학적 치료'를 받고 있었고, 대부분 약물 복용을 병행하고 있었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응답한 비율은 13.5%다. 다만, 신체적으로는 대개 '건강'(42.9%)한 상태였다.
자살시도 동기는
'정신적인 문제'(33.2%)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인관계문제 17.0% △말다툼·싸움 등 야단맞음 7.9% △경제적 문제 6.6% △성적·입시·취업·승진 등 학교·직장 관련 5.9% 등이다.
자살을 시도한 방법은 '음독'(53.1%), '둔기·예기'(18.4%), '농약' 및 '가스'(각각 5.3%) 등으로 파악됐다. 시기상으론 '5월'(9.7%) 중 '자택'(58.8%)에서 가장 많은 시도가 이뤄졌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자살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국민들의 자살에 대한 인식과 서비스 욕구를 자살예방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등의 차질 없는 이행으로 자살률 감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