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총기 테러와 방화로 파괴된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 지역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건물 내부를 살피는 구조대원들. 연합뉴스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난사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13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 테러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한 이슬람국가 IS가 추가로 테러 공격 당시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테러 직후 IS가 자신들이 배후라고 자처하고 나섰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미국-우크라이나가 이를 반박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IS가 추가로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나서 이것이 어떤 여파를 미칠지 주목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IS는 24일(현지시간) 이 단체의 선전매체를 통해 90초 분량의 테러 현장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는데, 테러범들이 소총을 난사하고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는 등 잔인한 장면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쪽에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해 테러가 우크라이나 측과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발언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미국 백악관도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일으켜 미국이 사전에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응징 여론을 우크라이나로 돌려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IS가 이날 자신들이 테러를 저질렀다는 증거 자료로 현장 보디캠 영상을 내놓고 테러 배후라는 점을 더 명확히 하고 나서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등에 흩어져 있는 IS 응징 작전을 동시에 치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해 시리아와 이라크 상당 부분을 장악했던 IS를 몰락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IS도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계속 테러 대상으로 노려왔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러시아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23일 영국 더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그(푸틴)는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에겐 쉬운 선택지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계속 끌고 갈지,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에 대한 응징을 동시에 진행할지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의 결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길을 걸을 수도, 아니면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조사위원회를 인용한 AFP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한 공연장에 벌어진 무차별 총기 난사 테러로 숨진 사망자는 24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137명으로 늘어났다. 초기 발표보다 4명 더 늘어난 수치다.
부상자 수도 180명 이상으로 이 가운데 142명이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공연장에서는 AK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 등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
조사위는 테러 핵심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11명을 검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