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법률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지난 14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협의회가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취소소송·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의대증원 추진에 따른
의료공백 등 현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18일 제6차 성명서를 내고 "우리는,
국민과 대통령실의 눈을 가리고 품위 없이 망언을 일삼는 조 장관과 박 2차관의 해임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며 △미래를 위한 상식적인 판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료정책도 함께 요구했다.
고려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부적절한 대처로 의료 사태를 악화하는 조 장관, 박 차관은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현안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의사단체와의 협의체를 즉각 구성하라"고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들께서 겪고 계실 불안함, 불편함에 한없이 송구스럽다"면서도
"교수들도 (전공의 공백을 메우느라) 사직 전에 순직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복지부는 의료인에 대한 압박·매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의대 교수협의회는 또 "정부에서 (총선으로 인해) 4년마다 주기적으로 벌이는 '의료 포퓰리즘 이벤트'는 건강보험 재정이 바닥 날 시기를 앞당길 뿐"이라며 "'의사 때리기'로 국정 지지율을 높이려는 이 나라가 전쟁의 폐허로부터 최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나라와 같은 나라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전의교협은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 발표에 앞서
지난해 말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각 대학들이 원하는 증원 수요를 취합한 뒤 정부가 착수한 현장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전의교협 교수 33명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가 이날 공개한 전의교협 설문 결과에 따르면,
복지부가
전국 40개 의대·대학본부를 상대로 진행한 증원수요 조사에서 최소 5개 대학에 대한 실사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설문에 응한 10개 의대 중 한양대 의대와 충남대 의대, 조선대 의대, 대구가톨릭대 의대, 경희대 의대 등 5곳은 '정부의 현장 수요조사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한 대학은 '비대면 조사'가 이뤄졌다고 답했고, 복지부 직원 1~2명만이 다녀갔다고 답변한 대학도 4곳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조사도 기제출 서류의 내용을 단순 확인하는 수준으로, 약 1시간 만에 끝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남대 의대와 충북대 의대는 정원 확대 결정 시 '정치적 압력'이 있었다는 답변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내용을 근거로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석명 요청서를 제출했다. 조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실제 실사자료를 법원에 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로스쿨 현장실사와 비교해 보면, 의대 현장실사는 카데바(사체)와 실습실·해부실, 그룹연구실, 부속병원시설, 기초의학·임상의학 교수 등의 역량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대에 대해 현장 실사도 없이 '깡통 실사'로 2천 명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이에 대해 복지부는 자료를 내고 "전의교협 측이 제기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및 관련 전문가와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두 달 간 운영했다며, △서면자료 검토 △권역별 비대면 점검회의 △현장점검 등 대학별 수요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장점검은 40개 대학 중 점검반에서 별도의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학을 대상으로 나눠 실시했고, 결과는 점검반에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교육부 조사에서도, 의대 증원수요가 3401명으로 도출된 점을 들어 "점검반 활동이 부실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 2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류로 충분히 (내용이) 납득이 되는 곳은 서류 조사로 그쳤다"며 "담당자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줌(ZOOM) 회의로 문답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좀 더 파악했다. 현장에 가서 진짜 실무를 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학교는 실제로 나가서 조사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