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페퍼 선수단. KOVO 제공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프로배구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 시즌 첫 2연승에 도전한다.
최근 23연패를 끊어내며 105일간의 악몽에서 빠져나왔지만, 직후 '베테랑' 오지영(35)이 '후배 괴롭힘 의혹'으로 팀에서 방출됐다. 여기에 팀을 이끌어 온 조 트린지 감독마저 경질되면서 또 다른 위기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퍼는 2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두 번째 경기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시즌 첫 2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페퍼의 올 시즌 전적은 3승 28패(승점 10)로 리그 꼴찌를 확정 지은 지도 오래다. 하지만 직전 경기인 23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 경기에서 페퍼는 초반 1, 2세트를 먼저 내주며 24연패로 빠지는 듯했으나 이후 3, 4, 5세트를 내리 따내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105일, 24경기 만의 승리였다. 이 경기 전까지 페퍼가 거둔 승리는 지난해 11월 10일 GS칼텍스 원정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시즌 23연패를 기록하며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됐고, 자칫하면 남녀부 통틀어 최다 연패 기록(2012-2013시즌 KEPCO 25연패)을 떠안게 될 위기에 놓여있었다.
페퍼 선수들은 이를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퍼부었고, 승리 따낸 이후 서로 부둥켜안고 승리를 자축했다. 일부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조 트린지 감독. KOVO 제공분위기를 끌어 올려 시즌 첫 2연승에 도전해야 할 페퍼지만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팀의 최고참 리베로 오지영이 후배를 괴롭혔다는 의혹에 휩싸여 배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오지영은 선수 자격을 정지당하고 팀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또 시즌 시작과 함께 팀을 이끌어 온 사령탑 트린지 감독이 지난 28일 공식 경질됐다. 페퍼 구단은 이날 "침체된 구단의 분위기 쇄신 및 다음 시즌에 대한 빠른 준비를 위해 고심 끝에 조 트린지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습니다"고 발표했다.
좋은 경기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직전 경기에서 야스민(34점), 이한비(20점), 박정아(18점), MJ필립스(11점)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공격력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공격 점유율도 야스민(33.12%), 이한비(26.11%), 박정아(26.75%)에 고르게 분배됐다. 특히 야스민은 이날 63.46%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공격 주포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IBK기업은행 선수단. KOVO 제공
원정팀 IBK기업은행도 놓쳐선 안 되는 경기다. 봄 배구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승점 3이 필요하다.
IBK기업은행은 현재까지 14승 17패(승점 44)를 기록하며 리그 5위에 위치해 있다. 봄 배구로 향하기 위해선 3위를 차지해야 한다. 혹은 4위를 기록해 3위와 승점 차를 3 이내로 줄여야 한다.
3위 정관장(18승 14패 승점 56)과 승점 차는 12점. 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정관장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GS칼텍스(17승 15패 승점 48)의 4위 자리를 먼저 빼앗고 상승세를 타 정관장과 승점 차를 3 이내로 줄인다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올 시즌 두 팀은 5번 만나 모두 IBK기업은행이 승리를 거뒀다. 위기에 빠진 팀의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페퍼가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시즌 첫 2연승에 성공할지, IBK기업은행이 봄 배구의 희망을 살려 나갈지 큰 관심이 모이는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