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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시절 낮춰잡고, 尹시절 올려잡고? 주택가격지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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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한국부동산원 가격지수, 민간 부동산 통계치와 상이
최근 1년 서울아파트 하락 0.3%, 민간통계선 3.7%
현정권 출범 이후 현재까지 하락폭도 민간보다 작아
반대로 전 정부 때 서울아파트 상승폭 5배 낮춰잡아
"국토부에 종속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자체가 문제"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NOCUTBIZ

전 정부의 집값통계 조작 의혹이 수사선상에 오른 가운데 현 정권 들어서도 집값통계 관련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통계포털에 수록되는 한국부동산원의 가격지수가 민간업체 통계 흐름과 여전히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1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경실련은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부동산 통계 산출근거를 명확히 밝히라'고 공개질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부동산 통계 왜곡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다.
 
지난해 2월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의 "전체적으로 집값이 고점 대비 15% 정도 하락했다"는 국회 상임위 발언, 지난주 박 장관의 "집값이 가장 높았던 2022년 하반기 대비 85~90% 사이로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기자간담회 발언이 논란이 됐다. 두 발언 사이 1년 시차가 있음에도 이들 언급을 종합하면 '시세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부터 거래 절벽, 미분양 증가 등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로는 지난해 2월초 대비 이달초 전국 아파트는 2.6%, 서울 아파트는 0.3% 각각 떨어졌다. 민간 통계인 KB부동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로 따지면 지난 1년간 전국 4.4%, 서울 3.7% 각각 아파트 가격이 빠졌다.
 
최근 1년간 발표된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보면 한국부동산원 쪽 통계치는 민간조사치에 비해 집값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각 기관 발표자료 재구성.최근 1년간 발표된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보면 한국부동산원 쪽 통계치는 민간조사치에 비해 집값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각 기관 발표자료 재구성.
이 대목에서 특히 더 지적되는 부분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수록되는 '국가통계' 수치와 민간의 통계치 간 '격차'다. 일단 지난 1년간의 '낙폭'에서 한국부동산원 쪽 통계치가 KB부동산 자료에 비해 극단적으로 작다는 게 한 눈에 확인된다. 부동산경기 악화 문제가 불거지고, 각종 규제 완화에 건설경기 부양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현 정권 입장에서는 집값 하락률이 작게 잡히는 편이 유리하다.

한국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정권 출범 때인 2022년 5월 첫주 104.1에서 이달 초 94.2로 9.5% 하락했다. 하필 같은 기간 10%(100.4→90.4) 떨어진 KB부동산 지수보다는 다소 낙폭이 작다. 여기서는 그나마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런데 이 기간은 지수의 흐름 자체가 이질적이다. KB부동산 지수가 지난해 8월까지 급락하다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데 반해, 한국부동산원 지수는 지난해 5월까지 낙폭을 키우다가 11월까지 반등하더니, 이후 다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등 널뛰기하고 있다. 5~8월 구간에서 한국부동산원 지수는 KB부동산 지수가 하락하는 동안 솟구치며 '역행'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의 서울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지수가 민간 통계에 비해 진폭이 큰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최근에는 하락세가 완만해진 양상이다. 각 기관 발표자료 재구성.현 정부 들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의 서울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지수가 민간 통계에 비해 진폭이 큰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말 이후 최근에는 하락세가 완만해진 양상이다. 각 기관 발표자료 재구성.
반대로 집값 폭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전 정부 시절에는, 민간통계보다 상승률이 낮게 잡혔다. 지난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첫주와 물러난 2022년 4월말을 비교하면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은 19.5%, KB부동산 쪽 통계는 3배 이상인 62.0%였다. 이는 정권 교체 뒤 감사·수사 대상이 됐다.
 
범위를 넓혀 두 기관의 주간 매매지수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기간(2012년 5월7일~이달 5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KB부동산 기준 67.0에서 89.8로 34% 상승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은 14.4%(81.5→93.2)로 절반에도 못미친다. 서울만 따지면 격차는 더 커진다. KB부동산에서는 54.8%(58.4→90.4) 뛰었으나, 한국부동산원 자료로는 17.2%(80.4→94.2)에 그친다. 무려 3배나 차이가 난다.
 
지난 정부 5년간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상승폭은 민간 통계치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 발표자료 재구성.지난 정부 5년간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 상승폭은 민간 통계치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 발표자료 재구성.
다만 근본적으로 두 기관이 취하는 조사방식에 차이가 있는 만큼,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만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는 3만3천여 가구를 표본으로 하고, KB부동산은 6만2천여 가구를 조사한다. 각 기관은 실거래를 우선 반영하는데, KB부동산 쪽은 중개업자의 가격 입력이 허용된다. 표본의 정밀성이나 조사자의 주관 개입 여부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렇더라도 이는 '왜 이처럼 정밀하지 않을지도 모를 통계를 무려 국가통계로 공표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한다. 주간통계는 특히 현행법상 주택매매 신고 기한이 최장 30일인 점, 매매 뒤 거래 취소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허수가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부처에 종속된 한국부동산원의 지위 자체가 정권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성향의 정치세력이 집권하느냐가 통계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집값에 목을 메는 우리나라 특성상 관련 통계는 통계청이 전문적으로 맡아야 한다"며 "국토부에 종속돼 있는 한국부동산원이 민감한 통계를 생산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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