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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형제국' 쿠바와 극비리 수교 추진…한류로 허문 벽[안보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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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공산주의 국가 쿠바가 우리나라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게 됐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쿠바는 '북한의 형제국'이라고도 불리고요, 중남미 국가 중에 우리나라와 유일하게 수교하지 않은 미수교국이었는데요. 20년 넘게 공들인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습니다.

통일과 안보, 외교 이슈 취재하는 김형준 기자의 코너, 안보열전 시간에 자세히 들어 보겠습니다.

김 기자,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좀 개요를 전해 주세요.

[기자]
네, 어젯밤 늦게 우리와 쿠바 주유엔대표부가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외교 공한, 즉 정식 문서를 교환하면서 수교했습니다. 효력은 그 즉시 발생합니다. 최종 결정은 설 연휴 때 됐다고 하고요.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죠. 그 유명한 피델 카스트로. 1950년대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뒤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북한과는 형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긴밀한 사이거든요. 북한에선 '꾸바'라고 부르며 노동신문 단골 소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랑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지만 중남미 카리브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랑 수교를 하지 않았었어요.

[앵커]
그런데 계속 안 되고 있다가 이번에 도대체 어떻게 수교를 하게 된 거예요, 외교부 취재하는 출입기자들도 사전에 알고 있었나요?

[기자]
모르고 있었습니다. 극비리에 진행됐습니다. 아무래도 북한 때문이 크겠죠.

안그래도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가 오늘 기자들과 만나서 그저께(13일) 국무회의에 비공개로 수교안이 상정됐는데 쿠바 측의 각별한 보안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쿠바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했겠죠?

지난 1999년 우리가 유엔총회에서 대 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던지면서 관계가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그 뒤로 여러 다자회의라든가 이런 기회에 꾸준히 접촉을 이어가서 결실을 맺게 된 거고요.

말씀드리자면 20년 넘도록 우리 정부가 계속 수교를 위해 노력을 했고, 지난해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쿠바 측 고위 인사를 3차례 접촉해 관련 사항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논의는 주로 장관 레벨에서 있었다고 하고 대통령에게도 계속 보고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예고 없이 한국 시간 이날 늦은 밤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연합뉴스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예고 없이 한국 시간 이날 늦은 밤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연합뉴스
[앵커]
이 수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봐야 할 것 같은데, 앞서 설명드렸듯이 쿠바와 북한은 형제국이라면서요. 그러면 이번 수교를 통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좀더 심화된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정치적 타격은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좀 나간 얘기 같습니다. 그렇게까지 보긴 어렵습니다.

코로나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외국 공관들이 일시적으로 평양에서 철수했었는데, 지난 2월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에두아르도 가르시아 쿠바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건 외교관으로 파견돼서 그 나라에서 인정을 받고, 본격적으로 정식 활동을 한다는 뜻입니다. 국제적인 외교 절차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철수했던 공관 활동 쿠바가 복귀한다는 얘기죠.

그리고 우리랑 북한과 동시 수교한 나라들도 많습니다. 영국조차도, 서방 세계에서 미국의 가장 큰 동맹이라 불리는 영국도 북한과 수교해서 평양 주재 대사관이 있어요. 멀리 갈 것 없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런던 북한 대사관에서 공사로 있다가 우리나라로 왔잖아요?

그러니까 쿠바가 우리와 수교했다고 해서 쿠바와 북한과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이런 얘기는 좀 섣부르고요.

다만 오늘 노동신문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82주년에 외교단이 축하 꽃바구니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쿠바가 언급이 안 됐습니다.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정도라고는 볼 수 있겠습니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무엇이고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사회주의 국가 외교의 완결판"이라고요.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던 북방외교, 구 소련에 속했었던 동구권 국가들과의 외교 통틀어서 완결판이라고요.

[앵커]
우리 입장에선 그렇게 의미 부여를 해볼 수 있겠지만 북한이 고립될 것이다고 하는 건 오버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쿠바에서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전격적인 수교를 맺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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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경제협력과 문화 측면이 컸습니다. 사실 교역 규모가 그렇게 큰 건 아니예요. 2022년 기준 우리 수출이 1400만 달러, 수입이 700만 달러 정도니까 합쳐도 300억원이 채 못 되죠.

다만 종목별로 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AFP통신은 쿠바 싱크탱크 국제정책연구센터의 2021년 연구자료를 인용해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쿠바는 자동차, 전자제품, 휴대전화 산업에서 중요한 사업 관계를 구축했다"고 보도했고요.

스페인 EFE통신은 "한국이 쿠바를 미주 지역 의료 및 관광 산업의 잠재적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들 특징이 무상의료예요. 물론 품질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인데, 쿠바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구당 의사 숫자부터가 매우 많고요, 의료 수준도 높습니다.

다만 속단은 금물입니다. 쿠바가 미국 제재를 받고 있어서 교역을 하더라도 결제가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인데요. 곧장 기업들이 진출하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이니까, 대사관 만들고 교류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앵커]
경제적 측면은 이렇고 아까 문화적으로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건가요?

[기자]
여기도 우리나라 가요와 드라마가 유행입니다.

2016년에 처음으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고요, 2022년에도 같은 대회가 열렸습니다. 현지 한류 팬클럽 회원이 약 1만명, 지난해 7월엔 서울에서 쿠바 영화제도 열렸고 12월엔 수도 아바나에서 한국 영화 특별전이 열렸다고 합니다.

체제는 다르다고 해도, 이런 문화적 교류 때문에 양국 국민들 사이 마음의 벽은 많이 허물 수 있었겠죠? 실제로 코로나 전에 1년에 우리 국민 1만 4천명 정도가 갔다고 해요.

안보실 고위 관계자도 쿠바 국민들 사이에 한류에 대한 호감이 커서 쿠바 정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도 쿠바에서 특별히 뭔가를 요구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쿠바에 놀러 가는 사람들도 많고 오는 사람들도 많고 교류가 많아지는 거겠네요.

[기자]
예컨대 그전까진 쿠바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뭔가 일이 생기면 멕시코에 있는 우리 대사관이 관할했거든요? 거기서 쿠바까지 출장을 와야 했는데 대사관이 생기면 그런 도움도 훨씬 원활하게 가능하겠죠.

외교부 임수석 대변인입니다.
"이번 수교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와 우리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영사 조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조심하실 게 하나 있습니다. 쿠바가 미국에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데, 2021년 1월 이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미국에 비자 없이 전자여행허가제, ESTA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건 미국 정책이라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광화문 미 대사관에서 따로 인터뷰하고 비자 받아야 한다고 하니까 좀 신중하게 결정하실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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