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7일 신년 대담에서 집권 3년차 국정 운영 방향과 당정 관계 및 영수 회담 입장, 4월 총선, 남북 관계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두루 설명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선 "앞으론 국민들께서 걱정 안 하게 분명히 선을 그어 처신하겠다"며 첫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집무실을 공개하는 등 대통령실 내부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尹, 대통령실 직접 소개…한동훈·이재명·총선 공천·정치 테러 입장
윤석열 대통령, KBS 특별대담.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이날 밤 방영된 KBS 1TV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 내부를 최초로 직접 소개했다.
대통령실 입구에서 취재진을 맞이한 윤 대통령은 과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했던 자리에서 서서 "출근길에 젊은 기자들을 만나는 게 아주 즐거운 일이었지만, 각 부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 메시지 소통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 여론이 있어 도어스테핑을 일단 중단했다"며 "우리 언론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만들겠다"고 밝혔다.
검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진행을 맡은 KBS 박장범 앵커와 마주 앉아 당정 관계, 영수회담, 총선 공천 등 정치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소통에 대해 "최근에 통화한 적은 없고 비대위원장 취임할 무렵 통화를 했다"며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이라든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가까운 사이였지만 제가 총선 끝나고 보자고 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충돌을 빚었다 봉합된 당정 관계와 관련해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라며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단독 영수회담이 불발된 이유로는 "영수회담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진지 꽤 된다"라며 "여야 지도부끼리 논의한다면 정당 지도부들과 만날 용의가 있는데 영수회담은 여당의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 출신 대통령이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는 지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사법리스크는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있지만 정치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4월 총선 공천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에 대한 후광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후광이 작용하겠습니까"라며 "대통령실의 후광이라는 게 있기 어려울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특혜라고 하는 것은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렇게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공정하게 룰에 따라 뛰라고 그렇게만 말했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상대로 한 '정치 테러'에 대해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년 쌓여온 것으로 본다"며 "긍정의 정치보다 증오의 정치, 공격의 정치가 훨씬 더 효과적이고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반지성주의, 거짓, 가짜 이런 것에 터 잡아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엔 "분명히 선 그어 처신"…제2부속실 검토
KBS 대통령 특별 대담 시청하는 시민들.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선 "저와 제 아내가 앞으로 국민들께서 걱정 안 하시도록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할 것"이라며 첫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제2부속실' 등 보완 제도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완전한 예방책은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재미교포 목사가) 아버지와의 동향이고 친분을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아내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좀 아쉬운 점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매정하게 좀 끊지 못한 것이 어떤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며 "저한테 만약 미리 이런 상황을 얘기를 했다면 저는 아직도 26년간 사정 업무에 종사했던 DNA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에 저라면 조금 더 좀 단호하게 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시간이 좀 짧은데 국민들께서는 직접 제 입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길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도 있다"며 "앞으로는 선을 분명하게, 국민들께서 오해하거나 불안해 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그런 부분들은 분명하게 해야 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 사안에 대해 "시계에다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렇게 이거를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분명히 했다.
"한중 관계, 철학과 기조 같아"…"남북정상회담, 톱다운 방식은 곤란"
대담에선 국제 관계 및 안보 현안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관계가) 업그레이드 될수록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라는 질문에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중국이나 우리나 대외관계의 철학과 기조가 같다"고 밝혔다. 한중 관계에서 중요시하는 상호 존중,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 공동의 번영 등이 토대를 같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과 국가 안보에 대해선 "(북한은)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들이기 때문에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을 가할 때도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세력이란 걸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며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 상황, 과학기술 역량 이런 것을 아주 면밀히 분석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서도 "톱다운(top-down) 방식은 곤란하고, 실무자 간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며 의제도 만들고 결과를 준비해놔야 한다. 그냥 추진한다고 해서 끌고 나가는 것은 또 아무 결론과 소득 없이 보여주기로 끝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일각의 '핵무장' 주장에 대해선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라며 "우리가 마음먹으면 (핵 개발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운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철저히 준수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된다"고 일축했다.
"의대 정원 확대, 더 이상 못 미뤄"…"저출생 대책 최우선 국정과제"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집권 3년차 개혁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에 대해선 "의료 인력을 확대하면서 의사의 법적 리스크를 많이 좀 줄여주고, 보상 체계를 공정하게 만들어주는 한편 필수 진료를 의사들이 지킬 수 있게 하는 정책,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더는 지체할 수 없게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선 '최우선 국정과제'라며 합계출산율 1.0명 회복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이어 "구조적인 부분과 구체적인 정책 부분을 나눠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이라며 과도한 경쟁 구조 해소, 가정을 중시하는 휴머니즘 가치, 지방 균형발전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필요성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을 통한 물가 안정 △대환 대출 플랫폼 구축 △늘봄학교 확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및 조세 규제 제거 등 정책 현안들도 언급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최근 30%대 박스권에 갇힌 국정 지지율에 대해서는 "전 세계 정상들을 봐도 지지율은 굉장히 들쭉날쭉하다"며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까지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민들이) 손에 잡히고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야속한가'라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대선 후보나 검찰총장 시절에 봤던 승부사 윤석열과 달리 취임 후 너무 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이느냐"며 "옳고 그르냐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국민들이 얼마나 잘 살게 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검찰총장 때와는 (스타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부 싸움', '한동훈 2차전' 질문에 웃음…野 '비판' vs 與 '입장 無'
차분한 어조로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윤 대통령은 일부 질문에선 미소를 보이거나 웃음을 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박 앵커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으로 부부싸움을 했나'라고 묻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전혀 안 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2차전'이 예상된다는 질문에도 미소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소개한 대통령실 내부 집무실에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현황판이 벽면에 설치됐으며,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유품인 책장도 놓였다. 윤 대통령은 책장 앞에서 고인의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을 들어 보이며 "아버지가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결국 시장 시스템을 통해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아버지의 생각을 계속 새기고 일하기 위해 집무실에 가져다 두었다"고 밝혔다.
집무실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도 함께 소개됐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을 새긴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을 마치고 귀국하며 준 선물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장도 소개하면서 "많은 책임감을 갖고 이 방에 들어올 때는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들어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자에게 대통령 자리에 앉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대담 말미에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어린이를 많이 아낀 따뜻한 대통령,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그동안 신년 기자회견,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 대담 등 다양한 대국민 소통 방안을 검토해 왔고 주요국 정상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을 기념해 이뤄진 바 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지난해 새해에는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
이번 소통 방식의 경우 설 연휴를 앞두고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 방향을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방송사와 대담을 택했다.
이날 대담은 지난 4일 사전 녹화 이후 편집을 거쳐 94분간 방송됐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이 올린 예상 질문과 답변을 참고하지 않고 현장에서 즉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대담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진실한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