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마치고 맞은편을 바라보고 있다. 이은지 기자
내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이 2천 명씩 늘어난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성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
2006년 '3058명'으로 동결한 지 19년 만의 증원이다.
정부는 연 3035명에서 5058명으로 '65% 이상' 대폭 증원을 통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늘어난 정원 규모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한다.
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연 보건복지부는 같은 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거쳐 이같이 발표했다. 다만 이날 의(醫)-정(政) 협의체 회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확대 발표 강행에 반발하며 입장문만 읽고 4분여 만에 퇴장하며 '파행'을 빚었다.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연 의협은 "모든 치료가 종료된 시한부 환자의 종말을 지켜보는 의사의 심정"이라며 즉각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9·4 의·정 합의' 위반이자, 상호 조정·조율이라는 대원칙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무책임한 태도라고 정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의료계 파업은 의협 집행부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체제 전환을 통해 설 연휴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6일 오전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방안 발표를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연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의협 제공
반면 정부는 작년 초부터 의협과의 협상테이블에서 '의사 수 확충' 관련 논의를 이어 온 만큼 의료계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벼랑 끝'에 몰린 지역·필수의료를 위해 의대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강력한 추진의지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 보장을 공동목표로, 한 데 힘을 모아야 하는 협력자이자 동반자"라며 의료계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만약 의협을 포함한 전공의단체 등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강경 대응방침도 천명했다. 이날 보정심 종료 직후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진행한 브리핑에서 나온 주요 질의·응답을 큐앤에이(Q&A)로 정리했다.
Q. 의협은 오늘 (정부 발표를 앞두고) 총파업 의지를 다시 밝혔다. 정부가 9·4 합의를 위반하고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한 복지부 입장은?A. (이하 조 장관) "의협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계를 존중했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와 별도의 의료현안협의체를 운영하여 28차례 논의한 바 있다. 특히
의료계가 주장해온 의대정원 확대의 전제조건인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근무여건 개선 등도 논의해 지난 주 정책패키지로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의협과 논의해온 이유는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국민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 그리고 국민들 80% 이상이 찬성하시는 의대정원 문제를 단순히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협상(만)으로 정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협상을 통해 의대정원을 결정한 사례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의료 공급자-소비자-전문가가 참여하는 법정기구인 보정심 논의를 거쳐 의대 입학정원 확대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란 주장은 의사단체의 일방적 주장으로,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
Q. (의사 증원의 일환으로) 의대 신설계획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있는지, 2025학년도부터 가능한 것인지도 확인해 달라.
A. "지역의대 신설 필요성은 계속 검토할 예정이다. 의대 신설은 고려할 사항이 많다. 당장 결정해 내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또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반드시 (지역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반면에 우리나라 의대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에 의대 신설보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분들이 지역에 거주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러한 의견들을 잘 검토해서 결정하겠다."
Q. 사실 의대정원을 늘린다고 바로 '필수의료 공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잖나. 언제쯤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있을까. 또 10년 후 부족한 의사인원을 충당하게 된다면, 의대정원은 도로 축소되는 것인지. A. "지금 의대정원을 내년도부터 확대한다 해도 6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지난 1일 발표한 필수의료 4대 정책패키지를 제대로 추진해서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중요한 것은 의료수요 관리다. 특히 고령자 분들의 의료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어르신들께서 병원에 가시기 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또 약간 (거동이) 불편하시더라도 돌봄을 통해 안락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는 정책을 우선 추진하겠다.
그밖에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시니어 의사 활용' 등을 통해 의사가 확충되기 전까지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의대 정원 관련) 주기적인 조정 기전을 도입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기적 검토를 통해 필요하면 (더) 늘리고, 또 필요하면 감축하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Q. 전문가들마다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는 의사 수가 굉장히 다르다. 정부에서도 처음엔 2035년까지 '1만 5천 명'을 부족분(分)으로 예측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1만으로 (충원)규모를 산출한 근거는?A. "다수의 전문가들이 현재 의료인력이 균형상태에 놓여 있다고 가정했을 때 2035년에는 1만 명 수준의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전망을 많이 내놓고 있다. 또한 지금 의료 취약지구의 평균 의사 수를 평균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5천 명 정도의 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10년 후엔) 1만 5천 명 정도의 의사가 부족한데, (의대정원) 2천 명을 확대해 2035년까지 1만 명을 일단 충원하고
나머지 5천 명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라든지 의료수요의 적극적 관리, 시니어의사제 등을 활용해 보충하겠다."
Q. 대학병원에서는 '증원하는 건 좋지만 폭이 너무 크다' 등의 우려도 있다. 의협 내부적으로도 '반발을 달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의료계와 추가 협상 여지가 있나.
의대 열풍이 이미 심각한데, 이번 증원으로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충분히 협의가 됐을까. A. "오늘도 보정심에서 (의대)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교육부에서 직접 '기본적으로 2천 명 증원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교사·교지·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교육여건을 충분히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규모 의대의 경우, 정원 확대로 오히려 교육의 질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의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평가인증제도가 있다. (증원 후에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제도를 통해 교육의 질을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다.
만일 추가로 의과대학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국가가 지원을 해서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적처럼)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는 의대쏠림이 계속되고 심화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의대 쏠림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사인력에 대한 추가수요가 해소됨에 따라, 타 분야와 비교해 균형 잡힌 기대소득이 전망될 뿐 아니라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박종민 기자
Q. (대학별 의대수요 관련) 정부의 현장점검에서 '추가 교육역량 확보가 필요한 대학도 있었다'고 했는데, 몇 군데 정도인가. 이 학교들은 당장 내년도부터 입학정원을 늘릴 수 있을까. A.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의학교육점검반의 총평 부분에 담긴 부분이라 '몇 개 학교다'라고 딱 말씀드리기보다는, 전반적인 여건이라든지 또 여러 가지 투자를 통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학교의 의지 등을 확인하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해) 수요조사를 할 때는 전체 정원규모에 대해서는 (확정해) 얘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총정원 규모가 확정된 상태에서 다시 수요조사를 하게 되면 거기에 맞춰서 (적합하게) 배정이 될 걸로 예상한다."
Q. 지난 2020년에도 의대정원 증원을 시도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했음에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때와는 '달라진' 복지부의 대응, 정책적 방향이 궁금하다.A. (조 장관) "그때는 코로나19 감염이 심각해서 일단 국민의 건강과 생명 확보가 최우선이라 생각해 아마 타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의료계가 협조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만약에 불법 집단행동을 하게 된다면, 저희는 의료법, 그리고 관련법에 따라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