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강도 높은 대북 강경 발언을 거듭하며 북한을 계속 자극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며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민족 개념을 부정한 채 대한민국을 교전 상대국이자 주적으로 못 박았다"면서 "반민족·반통일 행위이며 역사에 역행하는 도발이고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도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며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28일에는 전방부대를 방문해 "선 조치, 후 보고다. 도발을 당하면 즉각 보복 대응하고 나중에 보고해 주기 바란다"는 구체적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군 최고통수권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군에는 필요 이상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방부와 통일부마저 '북한 정권의 종말' 같은 민감한 발언을 경쟁하다시피 내놓는 판에 대통령의 언어는 조금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원수로서 최소한의 대화 메시지라도 곁들이고 균형을 맞추면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원칙적인 대응은 좋은데 '대화'도 한 마디 언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외교적 대화를 함께 강조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북한 잇단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위협적이고 무책임한 군사 활동"이라 비판하면서도 "외교적 접근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해 12월 "우리는 여전히 북한과 대화를 환영한다"며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미국 전현직 관리들 사이에서 북한의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적대적 노선으로 (대남)정책을 변경한 이후 북한이 향후 몇 달 내에 한국에 대해 치명적인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4일자 사설에서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근 도발이 그저 좀 더 큰 허장성세에 그치길 희망할 수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 위협을 더 심각한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윤 대통령의 강성 발언에 대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윤석열 정부는 언행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