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요르단 북동부 미군 주둔지 '타워22'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 PBC의 위성사진. 연합뉴스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면서 향후 미국의 군사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군 사망자가 처음 나온 상황이어서 미국의 보복 대응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공격 배후로 거론되는 이란과 미국의 불편한 심기
미국 CBS 방송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요르단에 있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이 이란제인 '샤헤드 드론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도 이번 공격과 관련해 "우리는 이것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지원하는 민병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카타이브 헤즈볼라(이라크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흔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계속 이들 단체가 이런 공격을 하도록 무기와 장비를 제공한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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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친이란 무장세력은 지난 27일 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을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이 숨지고 약 40명이 부상했다.
이란은 이미 "이번 저항세력의 (공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개입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무장조직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가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선데다 미군의 첫 희생으로 자국 내 비판 여론까지 커진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이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과의 확전엔 거리 두는 바이든 행정부…'선거 악재' 가능성 우려
연합뉴스하지만 미국이 이란을 직접적인 공격대상으로 삼으려는 징후는 아직까지 관측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란과의 확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이란 정권과 군사적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 영토 내부를 타격하지 않는다'는 의미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어떻게 할지 예고하지 않겠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미국이 이처럼 이란과의 확전에 소극적인 이유는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입을 타격때문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선 공격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확전은 현재 휘발성 높은 중동 전체를 크게 흔들 위험이 있다.
특히 이란이 전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응한다면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물가도 급등해 미 대선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힘 실리는 '친이란 무장세력 기지' 타격론…미국 내 여론은 변수
이에 따라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보다는 미국이 친이란 무장세력의 기지와 지휘부를 타격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도 "미국이 이란을 보복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하라'는 야당인 공화당의 공세가 미국 내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맹비난했고,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 내부의 중요한 표적을 타격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피를 명예의 휘장으로 달고 있는 이란 후원자들에게도 심각하고 값을 치르게 하라"며 강경 대응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어쨌든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빠졌다. CNN은 "이미 위태로왔던 중동에서 더욱 더 심각한 긴장 고조가 발생하게 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