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해수욕장에서 19년 만에 발생한 익사사고는수상구조대와 해양경찰의 엇박자가 빚어낸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다.
구조나 순찰도 두 기관이 따로였고 심지어 서로 무선교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해운대 19년 만에 익사자 발생…구조 맹점 많아
10일 오후 3시 35분쯤, 해운대 해수욕장 9번 망루 사이 앞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던 이모(20)씨가 파도에 맞아 튜브가 뒤집히면서 사라졌다.
당시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망루는 9번 망루였지만, 9번 망루에는 수상구조요원이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119 수상구조대가 피서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9개 망루 가운데 5곳만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
또, 8번 망루에 있었던 수상구조대원은 9번 망루 근처에 해양경찰 순찰정이 있어서 9번 망루 인근 바다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해양경찰 순찰정은 근무중이 아니라 휴식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피서객의 신고로 뒤늦게 해경 안전요원들은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구명부표만 던지는 소극적인 구조활동만 벌이다 결국 이 씨를 놓치고 말았다.
알고 보니 이들 해경 안전요원 2명은 전문 구조요원이 아닌 한시적으로 뽑은 인턴대원이었다.
여기에다 해경 인턴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는 동안, 119 수상구조대는 사고 사실을 바로 인지 하지 못해, 결국 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상황은 수상구조대와 해경 안전요원들이 서로 다른 무전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빚어졌다.
◈ 해경, 수상구조대…구조, 순찰 업무 제각각이처럼 두 기관이 업무분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순찰 따로, 구조 따로, 무전도 서로 다른 주파수를 쓰는 구조체계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가동되면서 구조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수상안전관리 업무는지난 2005년부터 소방방재청 수상구조대가 맡고 있다.
여기에다 해양경찰청이 지난해 해수욕장 구조 업무를 맡도록하는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구조인력 28명이 투입돼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은 개장 초기부터 업무분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 현재는 따로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해경측은 올해 해수욕장 업무를 맡으면서, 소방 무전을 같이 쓰자고 제안했지만, 소방본부측에서 보안을 문제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수상 구조대 관계자는 "소방무전의 경우 화재, 구조, 구급 등 보안을 유지해야 할 내용이 모두 오가는데, 임시 구조인턴들과 한 기관의 무전을 공유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해경측은 구조업무를 지원하겠다며 인력을 투입했지만, 실전경험이 전혀 없는 인턴대원들에다 구조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무조건 구조업무를 넘기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해경대로 소방본부가 구조대원을119 수상구조대에 합류시키자는 제안을 했지만, 해경은 자체 기관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결국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관계법률상 해경은 해상의 수난구호 업무를 담당하게 돼 있지만, 모든 업무가 소방방재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 기관은 오는 15일,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회의를 갖고, 업무분장에 대한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상호 불신과 기관 이기주의 탓에 따로 노는 구조체계가 가동되면서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19년 만에 익사자가 발생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