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과 관련해 주목된 내용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현행 연 매출 8천만 원인 간이과세자 기준을 올려 자영업자·소상공인 부가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간이과세자가 되면 일반과세자에 비해 부가세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일반과세자는 부가세율이 10%지만,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이보다 훨씬 낮은 1.5~4.0% 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간이과세자 기준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4800만 원에서 8천만 원으로 올린 것이 4년째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일 정부는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방침을 공개하면서도 지금보다 얼마나 더 올릴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기획재정부 김병환 제1차관은 "간이가세자 기준 상향은 부가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시행령 개정 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행 부가세법은 직전 연도 매출 8천만 원부터 8천만 원의 130% 즉, 1억 400만 원까지 범위에서 정부가 시행령으로 간이과세자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내수 부진 상황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어려움 가중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은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으로 꼽힌다.
특히, 고물가 및 고금리에 내수 부진까지 지속하면서 고통이 커지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은 더욱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23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은 들어 있지 않다.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은 물론 '2023년 세법개정'과 직접적 관련은 없다.
하지만 통상 '◯◯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는 해당 연도 세법 관련 시행령 개정안 외에 정부가 다양한 정책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여타 세법 시행령 개정안도 포함돼 왔다.
당장 이날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만 해도 지난 4일 발표된 2024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내용이 대거 포함됐고, 심지어 이른바 '1·10 부동산 대책' 내용까지 담겼다.
취재진에서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아니라 '2024년 경제정책방향 후속 시행령 개정안'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간이과세자 기준, 시행령 범위 넘길 것도 아니면서…
그런데도 올해 경제정책방향 주요 사안 중 하나였던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은 빠진 것이다.
기재부 정정훈 세제실장은 "부처 간 협의와 검토 등이 더 필요한 내용이 있어 일단 이번에는 빠졌다"며 "조만간 검토·협의가 완료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처 간 검토와 협의 이유가 간이과세자 기준을 정부 독자적인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한도인 1억 400만 원보다 더 올리기 위한 부가세법 개정 필요성 논의 때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정훈 실장은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을 위한 부가세법 개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그 기준을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대로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국가전략기술 범위 확대'와 '신성장·원천기술 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국가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 R&D 비용에는 일반 R&D보다 훨씬 높은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데 주로 대기업이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말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시급한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은 그러나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제외됨으로써 시행이 그만큼 더 늦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