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홍콩H지수가 새해 들어서도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 지수를 기초 삼은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자 손실폭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이 상품의 원금 손실률 최고치는 56%를 넘어섰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19일까지 2천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났다. 지난 8일부터 손실액이 확정됐는데, 11일 만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구체적으론 만기 도래 원금 약 4353억 원 가운데 2057억 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2.8%에 달했다. 지난 17일엔 일부 상품에서 손실률이 56.1%로 확인되기도 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종목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지수다.
이 지수는 2021년 2월 12271.60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 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각종 국면을 거치며 지난 19일 5127.2로 58.2% 추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낙폭이 11.1%에 달해 전 세계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이 판 H지수 기초 ELS 상품은 해당 지수가 일정 '기준폭'을 넘어 하락하지만 않으면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은행은 판매 수수료를 챙긴다.
통상 기준폭은 상품 유형별로 30~50% 수준이며 만기는 3년이다. 만기가 되지 않아도 6개월마다 조기에 원리금을 뺄 수 있긴 하지만, 기간별로 정해진 주가 하락폭 기준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결국 '이례적인 지수 폭락'만 없으면 가입자는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지금은 지수가 2021년 초 대비 60% 가까이 추락한 상황이기에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 상품이 특히 위험한 건 기준폭을 넘어 지수가 폭락하면 지수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손실 규모는 계속해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H지수 기초 ELS는 주로 은행권 신탁 또는 발행 증권사 직접 판매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 등에게 판매됐으며 은행권 판매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11월15일 기준 총 판매 잔액 19조3천억 원 가운데 은행권 판매 잔액은 15조9천억 원(82.1%)이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천억 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는데, 상반기(1분기 3조9천억 원·2분기 6조3천억 원)에 만기가 집중돼있다. 손실률이 60% 수준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은행권 상품의 원금 손실 규모만 상반기 6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들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H지수 기초 ELS 주요 판매처인 은행‧증권사 12곳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