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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암묵 인정'에서 김정은 "허용 못해"로…서해 무력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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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불법무법 《북방한계선》 허용 못해"
1953년 그어진 NLL…실질적으론 해상경계선, 국제법적으론 '글쎄'
남북기본합의서,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 등으로 넘어갔지만…
하노이 결렬 뒤 서해서 우리 측 NLL 근처 행동에 "수역 침범" 주장
'2국가 노선'이라면, 국제법 원칙 적용 안 된 NLL 인정은 모순돼
軍 "NLL 수호 원칙 변함없다"…추후 무력충돌 가능성 점증

해군 1함대사령부 함정이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조업 보호 지원 작전'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해군 1함대사령부 함정이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조업 보호 지원 작전'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수십년 동안 동서해에서 남북의 경계선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했던 북방한계선(NLL)에 다시금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16일 보도했다.

70년 세월 동안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던 NLL의 기원은 1953년 8월 30일 당시 유엔군사령관이었던 마크 클라크 대장이 설정한 경계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방'한계선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원래는 우리 함정이나 항공기가 북쪽으로 갈 수 있는 한계를 설정했다는 의미였다.

국제법상 12해리(22.224km)까지로 보장된 영해와 달리, NLL은 서해 5개 도서(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와 북한 지역 사이의 대략적인 중간선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1970년대 북한의 무력화 시도 이후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11조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북한도 암묵적으론 NLL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던 북한은 1999년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2007년 '서해 경비계선'이라는 개념을 각각 들고 나왔다. 특히 서해 경비계선은 국제법상 인정되는 12해리 원칙과 함께 등거리 원칙, 즉 '서로의 영해가 겹칠 때는 최전방 영토를 기준으로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이어야 한다'는 개념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다만 우리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러 해전을 불사하며 NLL 사수 원칙을 지킨데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라는 말이 들어가고 그해 9.19 군사합의가 체결되면서 일단락되긴 했다.

같은 해 10월 30일 국방부 이진우 부대변인은 "서해에서(북한)의 행동을 보면 북에서 물리적으로 (NLL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행동에 유의하고 있다는 측면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문제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함께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그해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 등이 일어나면서다. 앞의 두 가지는 2024년 현재 북한이 선언한 이른바 '2국가 노선'의 단초로 해석되는 사건들이다.

2022년 9월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에서는 지난 9월 25일부터 숱한 함정, 기타 선박들을 수색 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시키면서 우리 측 수역을 침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리 군이 NLL을 넘으면서 수색하지 않았는데 북한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서해 경비계선'을 수역 경계로 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됐다.

2년 뒤인 2022년 10월 24일엔 북한 상선이 NLL을 넘어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으로 쫓아냈는데,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조선 괴뢰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되었다"고 주장하며 9.19 합의 해상완충구역 내에 방사포(다연장로켓)를 쏘는 일도 벌어졌다.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나선 김정은 위원장의 입에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이 직접적으로 나온 셈이다. 기존의 '암묵적인 인정'과는 달리 최고지도자가 직접 선언한 내용이라서 이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NLL의 무력화가 우려되며, 영토 침범시 전쟁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NLL에서 무력충돌 가능성이 점증한다는 뜻"이라며 "통일 3원칙 표현을 제거한다는 것은 모든 남북합의서를 무효화·파기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사실 북한이 이미 공언한 대로 우리를 '통일의 대상인 같은 민족'이 아니라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본다면, 국제법상 12해리·등거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현재의 NLL을 인정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NLL이 현재의 지위로 굳어진 것은 기본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서로를 외국으로 보지 않던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반영된 처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비밀해제문서를 보면 1975년 당시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주한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에 보낸 외교전문에서 "북방정찰한계선(Northern Patrol Limit line)은 국제법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국제수역을 분리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히 국제법과 미국 정부의 해양법에 반하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키신저 장관은 여기에서 정찰 또는 초계를 의미하는 'Patrol'이라는 단어를 넣어, NLL이 엄밀히는 정식 국경선이 아니라는 점까지 강조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기존에 주장하던 '서해 경비계선'을 남북 바다의 새 경계선으로 삼고 군을 투입해 초계 등 직접적인 행동에 들어갈 경우, 우리 군도 NLL 사수를 위해 대응에 들어가는 수순이 당연하다. 무력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NLL은 우리 장병들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사수해 온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 NLL을 지키고 수호하겠다는 것은 우리 군의 확고한 입장이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의 소위 '2국가론' 주장은 한민족으로서 함께 해 온 장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같은 민족을 핵으로 위협하는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라며 "정부는 북한이 적반하장식으로 남북관계 상황을 호도하고 공세적으로 무력도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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