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수처 제공퇴임을 앞둔 김진욱(58·사법연수원 21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3년 임기 동안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처장은 16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초대 처장인 만큼 지난 3년간 사건 한두 건 (수사)하는 성과보단 지속가능성과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완성은 아니지만 "공수처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일할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하고 나간다"고 평가했다.
김 처장은 "어쨌든 공수처는 과거 1996년부터 (설립 2021년까지) 25년간 '이걸 하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있었고,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의 공약이었다"며 "필요한 조직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도가 우리 사법질서 안에서 잘 뿌리 내리고 정착하고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래 지난 3년간 초기 검사 이탈과 잇단 내홍, 수사력 부실 논란, 검찰 등 다른 기관과의 갈등 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 처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다만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실제 여기서 일을 해보면 사건 한 건 한 건이 민감하고 정치적 함의가 있고,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이나 뇌물 등 심각한 사건을 맡다 보니 굉장한 중압감이 있고 수사 여건도 별로 좋지 않다. 그런 구조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김 처장은 이런 공수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분 보장과 입법 보완 등 일부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임기제 3년 계약직 공무원처럼 연임 보장도, 정년 보장도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또 공수처법에 규율이 없거나, 규정 간 (의미가) 배치돼 다른 규범과 해석이 달라지는 원인을 제공하는 규정 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공수처법 원안에는 '(다른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이 조항이 (국회에서) 없어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관이 새로 생기면 임의로 협력이 되기 쉽지 않다. 홍콩의 반부패수사기구인 '염정공서'도 많은 갈등이 10년간 지속돼다 '세팅'됐다"면서 "특히 기관 간 서로 권한을 가져가고자 하는 관계에선 인위적 협력이 어렵다. 입법적으로, 아니면 다른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학계에서는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불거진 갈등이나 국민권익위원회가 여운국 차장과 자신의 후임 인사와 관련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부패행위로 보고 조사 중인 사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처장 퇴임이 임박하면서 공수처가 수사 중인 주요 사건 처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공수처는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현직 경무관의 수사 무마 대가 뇌물 수수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이에 김 처장은 "사건 마무리는 최대한 책임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오는 20일 임기가 끝나는 김 처장은 19일 퇴임식을 갖는다. 후임 처장 인선 작업이 늦어지면서 여 차장이 직무를 대행하지만, 여 차장도 오는 28일 퇴임이 예정돼 있어 이후 김선규 수사1부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김 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국회의장 산하에 설치돼 논의하는 절차 안에서 좋은 후보가 선정돼 훌륭한 후임이 오시길 바란다"면서 "공수처의 우선순위는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데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사법연수원을 21기로 수료한 뒤 1995년 법관으로 임용돼 1998~2010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9년에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했고, 공수처장 취임 직전까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거쳐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했다. 김 처장은 퇴임 후 거취를 묻는 질의엔 "당분간 쉴 생각"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