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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용도가 '의원'인데?…몰래 예배보는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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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한 상가에 모인 신천지 신도들
'의원'으로 허가된 상가서 불법 종교활동 추정
'연구시설' 과천시 상가도 종교활동 정황
상인 "시시때때로 찬송가 소리 들려"
전국 84곳 중 절반 정도만 종교시설 등록
탈퇴 간부 "대면 예배 강요…공간 부족"
신천지, 인천·고양 용도변경 추진…주민과 마찰

신천지 마태지파가 사용 중인 인천 부평구 산곡동 소재 상가가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다. 주영민 기자신천지 마태지파가 사용 중인 인천 부평구 산곡동 소재 상가가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다. 주영민 기자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한 상가건물 입구로 흰색 상의와 검정 하의, 검정 외투를 입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줄이어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사람들이 든 경광봉은 그들을 건물 안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1층 엘리베이터 앞에도 '안내자'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설치된 작은 차단봉을 뒤로 하고, 정장 차림의 젊은 남녀는 방문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 뒤 안으로 들여보냈다.

수많은 방문객 중 마찬가지로 깔끔한 차림에 검고 두툼한 책을 손에 든 한 중년 남성이 나타나자, 안내원들은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하며 예의를 갖췄다.

한 안내원이 재빨리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숙여 "제가 눌러드릴게요. 5층 가시죠?"라며 버튼을 대신 눌렀다.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건물이지만, 1층에 행정복지센터와 식당이 있을 뿐 나머지 층에는 어떤 사람들이 입주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건물의 내부 창문은 모두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내부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건물 5층은 이단 신천지의 12개 지파 중 하나인 마태지파가 운영하는 교회로, 용도는 '의원'으로 허가된 공간이다. 하지만 이날 CBS노컷뉴스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바로 신천지는 이곳에서 종교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과천시 소재 이단 신천지 요한지파 본부. 이준석 기자경기도 과천시 소재 이단 신천지 요한지파 본부. 이준석 기자
같은날 과천시 별양동의 한 상가. 층별 안내도의 4층 칸에만 아무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다. 직접 확인한 4층 입구에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본부·요한지파'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이 건물의 건축물 대장을 확인했다. 대장상 이곳의 용도는 '교육연구시설'로 돼 있었다.

이날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상가 입주자들은 이곳에서 수시로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입을 모았다.

입주자 A씨는 "시시 때때로 4층에서 찬송가와 기도 소리가 들린다"며 "항의하고 싶지만 이단 종교시설이라는 걸 알고 무서워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천지 교회 절반만 종교시설…교육연구·업무시설서 종교활동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단 신천지가 주민 민원 등으로 관할 지자체로부터 합법적인 '종교시설' 용도의 허가를 받지 못하자, 일반 용도의 공간에서 불법적으로 종교활동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이 입수한 신천지 교회·본부 건물 84곳(2020년 기준)을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 정도만 종교시설로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시설 용도가 아닌 곳은 교육연구시설이나, 업무시설, 사무시설 등으로 등재됐다.

신천지는 예배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등 비밀스럽게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신천지가 공간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부분은 불법 용도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과거 신도였던 내부자의 증언이다.
   
최근 신천지를 탈퇴한 간부 출신 B씨는 "코로나19 이후 신천지 신도가 급격히 줄고 결집력이 약해져 본부에서는 대면예배를 강조하고 있다"며 "신도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신천지 소유의 건물로는 부족해 종교시설이 아닌 일반 용도의 상가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 고양시 신천지 소유 건물의 용도 변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기 전까지 신천지는 상가의 용도가 종교시설인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며 "신천지가 임대한 건물이 워낙 방대해 전체를 조사하기는 어렵지만, 상당수는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건물을 용도와 맞지 않게 사용할 경우 지자체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시정되지 않으면 관련 조례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관내에 신천지 소유 상가가 여러군데 있는데, 코로나19 무렵부터 불법 용도 변경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시정명령 이후 종교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종교시설 용도 변경해달라" 신천지 요청, 지역 갈등으로 확산


신천지가 최근 집회문화시설로 용도변경을 신청한 인천 중구 신흥동 옛 인스파월드 건물 모습. 주영민 기자 신천지가 최근 집회문화시설로 용도변경을 신청한 인천 중구 신흥동 옛 인스파월드 건물 모습. 주영민 기자 
최근 신천지는 인천과 고양시 소재 건축물의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신천지는 지난 2013년 12월 중구 신흥동 옛 인스파월드(신흥동3가 31-35·37 등) 건물과 토지를 매입한 뒤 2015년과 2016년, 202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종교시설로 용도변경 신청을 했다.

하지만 중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천지는 최근 종교시설이 아닌 '문화 및 집회시설'로 용도 변경을 신청해 중구의 허가를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매일 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현재 중구청은 착공을 중지시킨 상태다.

원칙적으로 '문화·집회 시설'에서는 종교 집회가 불가하지만, 신천지는 출입자들의 신분을 지문인식이나 신분증 등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안에서 종교집회가 이뤄져도 이를 단속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신천지의 종교집회는 단상과 스탠딩 관람석, 음향시설만 있으면 가능해 공연장 시설이 집회 장소로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관계자가 지난 2018년 매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소재 한 건물. 송주열 기자신천지 관계자가 지난 2018년 매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소재 한 건물. 송주열 기자
앞서 고양시도 지난해 8월 일산동구 풍동의 지하1층·지상3층 짜리 건축물의 용도를 종교시설로 변경을 승인해줘 물의를 빚었다.

해당 건물은 당초 물류창고였지만 서울 서부와 경기권역에서 주로 포교 활동하는 신천지 시몬지파가 종교활동을 위해 지난 2018년 매입했다.

이후 신천지는 종교시설로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시는 건축심의 과정에서 교통과 주거 환경 등의 이유로 불허했다가 뒤늦게 건물 2층 3258.84㎡ 면적 가운데 2857.95㎡ 면적을 종교시설로, 400.89㎡ 면적을 근린생활시설로 허가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에 고양시는 용도변경을 취소하기 위해 직권취소 절차를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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