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개시 여부에 대한 채권단 투표가 11일 진행된다.
전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은행권은 물론 새마을금고과 여신금융협회 등 2금융권까지 소집해 태영그룹 차원의 유동성 공급과 추가 자구계획을 설명했다.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 계획에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진 가운데, 주요 채권자들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날 워크아웃 개시 동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비공개 회의 직후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태영그룹의 자구 약속과 관련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작업,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또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개시돼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채권자 등 많은 이해 관계자의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연합뉴스
자구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11일 열리는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자구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진 이날 회의에는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 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2금융권 채권단 관계자들도 모두 참석했다.
전날 태영그룹은 지난달 워크아웃 신청시 약속한 4가지 자구 계획에 더해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넷 지분 95.3%와 DMC미디어 지분 54.1%를 담보로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받고 기존 담보대출 76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또 자구 계획 이행이 지연되거나 향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실사 과정에서 태영건설에 추가로 유동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계열사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 25.9% 및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36.3%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금융권 채권단까지 모두 참여해 태영그룹 자구계획에 공감하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채권액 기준으로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태영건설은 산은을 포함한 주요 은행 채권자들이 가진 의결권이 약 33.4%에 불과하다.
연합뉴스나머지는 캐피털사나 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채권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반대매수권 청구를 위해 워크아웃 자체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반대매수 청구권은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가 자신이 보유한 채권을 채무자나 찬성 측 채권자에게 매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태영그룹이 금융당국의 잇달은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오너 일가의 SBS 지분 담보도 약속한 만큼, 워크아웃 무산에 표를 던져 급하게 채권 회수에 나설 금융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보다는 워크아웃이 모든 채권단 입장에서 리스크가 덜하다"며 "워크아웃 동의쪽으로 가닥이 타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결론은 늦어도 12일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수가 600곳이 넘는 데다 워크아웃 개시 동의 여부를 서면으로 제출하고, 동의 비율을 채권액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만 워크아웃이 결정되더라도 4월 11일로 예정된 2차 채권단협의회까지 순항한다는 보장은 없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3개월 동안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사들의 채권 행사가 유예되고, 채권단 선정 회계·법무법인이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를 진행한다. 또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도 이뤄진다.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PF 사업장별 채무 조정과 자금 지원, 사업장 철수 등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태영그룹이 약속한 기존 자구안이 지켜지지 않거나,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서 추가로 필요한 유동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워크아웃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은 마지막 변수다.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