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이 지역의 역점 사업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안양시청 제공"희망이 아닌 증오의 씨앗만 뿌리고 있습니다. 정말 최악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최대호(65·더불어민주당) 안양시장이 새해 첫 인터뷰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년 시정 화두를 묻자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돌이키며 '정치' 얘기로 운을 뗐다.
최 시장은 이번 테러의 원인으로 오른쪽과 왼쪽, 양끝을 향해 내달리는 이른바 '극단의 진영정치'를 가리켰다. 포용이 사라지고 혐오로 가득 찬 정치 분위기가 화를 자초했다는 것.
그는 정치인들의 책임을 따졌다.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정당화하자는 게 아니다. "정치 리더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극단적 갈라치기를 해 분노만 들끓게 된 것 아니냐"는 반성이다.
최대호(각 사진 오른쪽) 안양시장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안양시청 제공그간 최 시장은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윤석열 정부 간판급 장관들과 맞손을 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도시 재정비와 교도소 이전, 박달스마트시티 조성 등 주요 현안마다 당시 원희룡·한동훈 장관을 찾아가 단독 면담하고 협약을 맺는 등 철저히 '실리'를 좇는 데 주력했다.
정파를 초월한 협치를 강조해온 그로선 이번 테러가 더 충격적이고 허탈할 수밖에 없다.
최 시장은 지난 3일 CBS와의 신년 간담회에서 "시대 변화로 사상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크게 끌어안을 줄 아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목에 힘을 줬다.
리더의 '리스닝+자기희생' = 통합의 '찐' 정치
최대호 안양시장. 안양시청 제공또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리더십과 뼈를 깎는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견청고언(見聽考言)', 그가 만든 사자성어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한다'.
최 시장은 "참된 정치 리더라면 상대방의 혁신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사상과 지위고하를 떠나 귀와 마음을 열고 잘 들어야 한다"며 '리스닝'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올바른 정치문법은 잘 듣고 소화해서 말로 풀어내는 것일 텐데, 책임지지 못할 워딩부터 터뜨려 대중을 극단에 몰아넣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민생 현장을 살피고 심사숙고해 긍정의 메시지를 내는 게 '찐' 정치"라고 강조했다.
상대 진영과 구성원을 존중하며 스스로 낮추는 희생정신,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을 내세운 최 시장은 "상대방을 섬기는 태도는 구성원들의 역동적이고 창의적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지도자의 덕목"이라며 "리더가 본인 잘났다고만 하면 조직·사회는 의욕을 잃고 병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인을 먼저 높여야 자기 자신도 높아지는 법"이라며 "분열된 사회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인들부터 특권의식을 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역차별 규제' 완화에 총력
지난해 7월 11일 최대호 안양시장은 박달스마트시티 사업부지인 3623부대를 방문해 양여부지와 기부부지 등을 둘러봤다. 안양시청 제공최 시장이 이념을 넘어 포용의 정치를 추구하는 배경에는 "지역의 신성장 엔진을 구축하기 위해선 누구라도 품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최 시장은 "기업이 돈 벌어서 세금 많이 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게 '애국'인 시대"라며 "기업유치와 고용창출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첫째로 꼽은 이유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로 과밀억제권역(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인한 '수도권 역차별'을 지목했다. 관련 규제로 기업들이 3배의 중과세 부담을 떠안는 데다 개발할 땅이 부족해 기존 기업들마저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표시도. 안양시청 제공그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만나 반도체 대기업들이 수조 원씩 투자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평택, 화성 등지에 기업을 뺏겨온 우리로서는 부럽고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 시장은 경기도내 과밀억제권역 지자체장들과 함께 지난해 11월 행정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와 함께 규제 완화 등 기업유치의 애로사항을 중앙정부에 적극 개진하는 데 정치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공공부지 활용 '발상의 전환'…"균형 잡힌 날갯짓"
안양시가 지난해 7월 5일 시청 대강당에서 '시청사 부지 활용 신성장 기업유치 기본구상'(안)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안양시청 제공개발용지 부족에 관해서는 관공서나 국가시설 등 공공 부지를 지역경제 '재도약의 터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먼저 평촌신도시에 위치한 시청사를 매물로 올렸다. 축구장 8개 면적의 시청사 부지(6만㎡)를 매각해 기업 본사와 연구시설 중심의 '복합기업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업유치추진단을 꾸려 20여개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 중으로, 올해 상반기 중 서울 또는 외국계 기업 등 미래산업을 선도할 기업들을 타깃으로 유치 후보군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시청사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권내 옛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종합행정타운 형태로 옮겨 지역내 균형을 맞춰나갈 생각이다.
또한 도심에 위치한 교도소 땅도 오랜 골칫거리에서 재도약의 발판으로 대변신을 꾀한다. 교도소를 지방으로 옮긴 뒤, 남겨지게 될 구치소는 오피스텔 형태로 만들어 혐오감을 최소화하고 인근 호계역세권(인덕원~동탄선)을 복합 개발할 예정이다.
최 시장은 "법무부 업무협약(MOU)에 이어 합의각서(MOA)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로 이전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박달스마트시티 사업부지인 3623부대를 방문해 양여부지와 기부부지 등을 둘러보고 나종철 대대장과 간담을 나눴다. 안양시청 제공
만안구 박달동에 위치한 군 탄약고 부지도 다수 민원 발생의 진앙지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요충지로 탈바꿈을 추진 중이다. 동·서 균형발전의 마지막 퍼즐이다.
일명 '박달스마트시티'로, 탄약시설을 땅 밑으로 옮겨 국방부에 기부한 뒤 나머지 328만㎡ 지상에 스마트융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그린벨트 계획 변경 등에 관한 정부 심의와 합의각서 체결을 남겨둔 상태다.
최 시장은 "안양시가 균형 잡힌 날갯짓으로 다시 높이 날아오르도록 하는 게 3선 시장으로서의 역사적 사명"이라며 "행정타운과 경제타운을 주축으로 한 사업들이 정부 도움 없이는 불가한 점을 감안해 정치력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