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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 6984쪽 분량에 등장하는 음식들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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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용재의 '맛있는 소설'

민음사 제공 민음사 제공 
'외식의 품격'으로도 잘 알려진 음식평론가 이용재가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탐구하는 신간 '맛있는 소설'을 펴냈다.

수많은 고전과 현대 소설 속에 스치듯 지나갔던 음식들을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을까.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 스크루지 영감이 끓인 단추 수프, '해님 달님'에서 빼앗아 먹은 떡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야기 속의 극적 장치 정도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을 조금 달리해보면 소설 속의 음식은 독자를 매료하고 상상력에 불을 당긴다. 인물들의 심리와 작품의 문화적 배경을 드러낼 뿐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음식평론가인 저자는 어린 시절 읽은 '작은 아씨들'부터, 오늘날의 현대 문학과 서양 고전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 작품 속의 음식과 그것이 등장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까지 두루 살핀다.

레몬은 물론 바나나조차 귀했던 1980년대 읽은 '작은 아씨들'(1868, 루이자 메이 올컷) 속의 '절인 레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초콜릿 전쟁'(1974, 로버트 코마이어)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이 훔치려고 했던 '초콜릿 성'의 무게는 얼마나 나갔을까. 이반 데니소비치('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96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가 엄혹한 수용소에서 먹던 눈물 젖은 빵은 과연 어떤 빵일까. 루쉰의 단편소설 '약'(1919)에 등장하는, 폐병을 고친다는 '인혈만두'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이 외에도 자전적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인 이자크 디네센(본명 카렌 블릭센)이 말년에 쓴 '바베트의 만찬'(1958),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1982),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1995),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2016),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 세계에 총 6984쪽, 902항목에 걸쳐 등장하는 음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역사와 문화 속의 음식을 차려놓는다.

미국 원주민의 잔혹사를 담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1970, 디브라운) 편에는 원주민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곧 그들을 잔인하게 몰아내고 착취하다 못해 학살까지 저지른 백인들이 그 역사적 생존을 기념하는 명절 만찬 식탁에 올리는 '칠면조'의 아이러니가 담겨 있다.

이처럼 저자는 문학 속에 등장하는 소박한 찬에서부터 화려한 만찬 음식들을 넘나들며 당대 식문화와 역사, 사회상에 담긴 음식 이야기를 '알쓸신잡'(나영석 PD 사단이 만든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준말)처럼 풍부하게 소개한다.

이용재 지음 | 민음사 |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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