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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태영그룹 대주주 일가 개인자금 따로 파킹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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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시장안정조치 모두 준비…법정관리 가능성 시사
"채권단은 SBS 지분 활용한 현실성 있는 유동성 제공 원해"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 지키기인가"
"오너일가 수백억 수천억 자산 자구안에 1원도 포함 안 해"
見利忘義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 비판
"자금조달 수단 있는데 숨긴 것에 대한 불신 해소해야"
윤 회장 호소에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에 기반한 이성의 문제"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NOCUTBIZ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총수 일가 사재 출연이나 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 등 실효성 있는 자체 정상화 방안(자구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의 자구안 내용과 워크아웃 신청 과정에 대해 "오너일가 자구계획이 아닌가 채권단이 의심하고 있다"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어제 (윤세영) 창업 회장도 말했지만 협력업체와 수분양자, 채권단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앞단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신 총수 재산인 티와이홀딩스 지키기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 다시 시행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 금융당국은 채권자와 채무자 간 신뢰에 기반한 협상을 지원할 뿐, 자구안 수정 요구나 채권자 양보 등의 직접 개입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사자성어까지 동원해 태영그룹의 무책임한 워크아웃 접근법에 가감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창원 기자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창원 기자
앞서 태영그룹은 전날 산업은행 주최 채권단 설명회에 윤세영 창업회장까지 현장에 나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폐기물 처리 기업 에코비트 지분 매각, 골프장 운영 계열사 블루원 매각, 양곡화물 사업 기업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총 1조 5천~1조 6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 원 중 400억 원만 태영건설에 지급됐고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 1485억 원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 원을 갚지 않았다.

여기에 블루원 매각자금 중 2300억 원 가량을 태영건설에 곧바로 투입하지 않고 지주회사격인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먼저 사용하겠다고 밝혀 채권단의 불만을 샀다.

또 채권단이 요구했던 오너 일가 사재출연 언급은 쏙 빠졌고,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일부 매각과 담보 제공도 "제약이 많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 원장은 "오너일가가 자회사를 통해 수백억, 수천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구안에는 단 1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여러차례 얘기한 '이익과 손실의 사유화'다. 호황기에 태영은 시공과 시행을 한꺼번에 도맡아 하면서 1조원 넘게 벌었고 상당부분은 총수일가에게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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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는 수분양자와 협력업체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 지난해 말에 나왔던 '견리망의'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고 언급했다.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지난해 말 대학 교수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꼽은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다. 사익추구에만 혈안이 돼 사회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린 상황을 되짚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원장은 "태영측이 상당기간 자금 수주 계획을 진실성 있게 제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채권단이 내부에서 조정하고 협약도 도출하는 건데 어제 발표를 보면 기본적인 상황조차도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미 확보한 태영 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지급 약속도 안 지켜졌다"며 "오너 일가가 더 급한 다른 곳에 자금을 소진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각자금도 회장 개인 보유 자금과 회사 보유 자금 등 성격이 다른데, 회사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된 건 아닌가 하는 것이 채권단의 의심"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들에 지급해야 할 상거래채권을 금융채로 분류해 지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도 엄중 경고했다.

이 원장은 "외담대는 신용공여 관점에서 금융채권인 것은 맞다"면서도 "외담대 성격은 사업을 진행시켜서 좋은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데 외담대를 협력회사들이 떠안게 되면 이들이 태영에 제공한 물품, 서비스 채권을 유동화 시킬 수 있는 틀이 사라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또 "29일에 만기가 돌아올 자금은 외담대 성격이기 때문에 28일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 당연히 주는 것으로 설계가 된 것"이라며 "외담대 운영이 안되면 원할한 사업 진행이 어렵다. 약속을 안 지킨 얇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세영 회장이) 울림 있는 호소를 하시기는 했지만 지금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에 기반한 이성의 문제다. 결국은 숫자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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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한 태영그룹의 소극적인 자세도 꼬집었다.

이 원장은 "태영측이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 방송법을 언급했는데 일부 수긍되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그게 굳이 핑계와 명분이라면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태영홀딩스는 상장법인이고 상당한 지분을 오너가 가지고 있으니 지분을 활용한 현실성 있는 유동성 제공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재된 수단과 입장을 당국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부분에서 채권단과 진실성 있게 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오는 11일 열릴 채권단 협의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도 사실상 열어놨다.

이 원장은 "시한이 11일인데 당일에 이러저러한 방안을 내놓고 채권단에 동의해달라 할 수는 없다"며 "최소한 산은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이전에 제시돼 협의돼야 산은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 이번 주말을 넘기면 사실상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 많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또 "시간이 있다고 오해하는데 11일이 지나도 이 이슈를 끌고갈 거라고 누군가가 기대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태영 측은 자금조달에 필요한 수단이 있는데 뒤로 숨긴 것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며 "어떤 경우의 수가 오더라도 시장 안정조치를 위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선제적이고 과도할 정도로 다 준비해놨다"고 덧붙였다.

태영 측의 진실되고 성의있는 자구안이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을 설득할 수 없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라는 법정관리 돌입은 물론, 그에 따른 시장 충격도 금융당국 입장에서 다 준비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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