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북스 제공 2005년 소설 '바다'로 부커상을 수상한 아일랜드 작가 존 밴빌의 초기작 '케플러'가 출간됐다.
구교와 신교, 점성학과 천문학, 천동설과 지동설의 대립으로 혼란스러웠던 17세기 유럽. 신성로마제국의 황실 수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로 행성의 운동 법칙을 발견한 요하네스 케플러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다.
온갖 탄압에도 종교적, 학문적 가치를 꺾지 않은 케플러의 삶을 조명한 저자는 방대한 조사로 역사적 사실들과 인물들을 소환해 소설가의 상상력과 유려한 문장을 입혔다.
종교적 대격변 시기 전쟁과 질병이 맹위를 떨치는 유럽에서 재력도 권력도 없이 재능과 열정만으로 무장한 케플러는 끊임없는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유럽 곳곳으로 거처를 옮겨 다닌다. 1600년 1월 아직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케플러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뒤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덴마크 출신의 유명한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의 성을 찾는다.
망원경이 개발되기 전 이미 정밀한 별 관측으로 주목받은 튀코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루돌프 2세의 수학자가 되어 천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서로 달랐던 튀코와 케플러는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둘의 만남은 역사를 뒤바꾼 '사건'이 된다.
저자 존 밴빌은 60년에 걸친 케플러의 생애 가운데 천문학자로서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 틈새를 파고들어 그의 시선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케플러는 당시 비난과 외면을 받았던 태양 중심의 새로운 코페르니쿠스 체계를 천문학의 필수 불가결한 도구로 받아들이고 이를 발전시키는 데 평생을 바쳤다. 튀코가 남긴 방대한 관측 자료를 활용해 실제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 형태임을 밝혔고 이를 토대로 세 가지 운동 법칙을 정립했다.
저자는 끊임없는 혼돈의 시대와 그의 천문학 연구 속에서 우주의 만물처럼 조화를 찾고자 했던 케플러의 삶을 쫓는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탈리아의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독일의 헬리제우스 뢰슬린 같은 위인들과 실제 주고받은 편지들 사이 틈새를 메우며 독자들에게 소설적 상상을 제공한다.
존 밴빌 지음|이수경 옮김|이터널북스|3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