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내후년이면 우리나라는 인구의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당연히 노인인구에 대한 돌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간병의 경우, 공적 지원이 전무(全無)한 실정이죠.
정부가 오늘(21일)
내년부터 요양병원에 건강보험을 시범적용(※1차 시범사업은 국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간병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복지부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죠. 이은지 기자.
[기자]네, 저는 지금 세종 복지부 청사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 이 발표가 나오게 된 배경부터 짚어볼까요?
보건복지부 제공[기자]네, 국민의힘과 정부는 약 3시간 전
국회에서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간병부담 완화 대책을 집중 논의했습니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복지부가 확정·발표한 건데요.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정신적 부담은 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복지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또 간병은 단순히 '비용 지원'의 문제만은 아니라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간병서비스 체계를 종합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요양 및 간병지원 내실화'는 사실 윤석열 정부가 선정한 국정과제기도 합니다.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대책'. 복지부 제공[앵커]대통령이 '지옥'이란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만큼 이 간병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거죠?
[기자]네,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간병수요는 계속 증가세입니다.
정부가 인용한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팀 연구('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 2021)에 따르면,
간병인을 쓰는 유급 간병률과 가족 간병률 등을 합친 '사적 간병률'은 2018년 기준 61.2%입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팀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2021).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전혀 없다 보니
간병 난이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사적 간병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고요. 실제로 상급종합병원(75.3%)과 요양병원(74.8%)이 70%대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간병 도우미료도 최근 5년간 37% 이상의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7~9만원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기본 10만원 이상', 12~15만원 정도로 보시면 되는데요.
지난해 기준 사적 간병비 규모는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10조 원이요?
[기자]네. 이렇다 보니, 심각한 가정은 가계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지난 7월 희귀병에 걸린 아내를 3년간 간병하다 살해한 60대 남성과 같은 '간병 살인'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앵커]네 살인은 정말 있어선 안될 일입니다만, 간병살인 기사를 보고 울컥하신 분들 아마 많으실 겁니다. 그만큼 개인이 진 짐이 너무 무거웠단 거잖아요. 그럼 이 부담을 정부는 어떻게 줄여주겠다는 건가요?
[기자]네 우선은
현재 시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선 흔히 '통합병동'이라고 부르는데요. 쉽게 말하면 보호자가 없는 병동,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입원환자를 전담하는 병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 병실보다 더 많은 간호인력이 상주하며 간호를 제공하고, 건보 적용으로 비용이 저렴해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다만, 아직은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는 한계가 있고요. 병원들이 입원환자를 선별하는 관행 때문에 중증환자보다는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들이 통합병동을 이용하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역선택' 방지를 위해
중증 수술환자·치매·섬망 환자 등을 전담하는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 간호조무사는 8명을 담당하는 시스템이고요. 상급종합병원,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복지부 제공인력배치기준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간호조무사 배치는 현재보다 최대 3.3배 늘리고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종합병원은 상급종합 인력기준을 적용해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보게 할 계획입니다. 긴급 결원을 대비한 대체간호사와 교육전담간호사도 반드시 배치해야 합니다.
이렇게
2027년까지 통합병동 이용환자를 400만으로 늘려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10조 6천억 이상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앵커]일단 방향성은 바람직하게 들리는데요.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게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부분인데, 이거 내년부터 전면 적용이 되는 겁니까?
[기자]네, 말씀하신
'요양병원 간병 지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시작됩니다. 대상은 10개 요양병원이고요. 1차로 1년 반 동안 실험을 거쳐
2027년 전국 대상 본사업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국내 요양병원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입원 필요도가 낮은 환자들이 장기입원하는 사례가 많다는 건데요. 이번 사업은
의료필요도와 간병필요도가 모두 높은 것으로 판정된 환자에 한해 지원됩니다.
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요양병원 간병비를 급여화할 때 지원 대상과 지원 병원을 엄격한 기준 하에 선정할 계획입니다. 특히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서 선정할 계획이고요. 지원 병원도 요양병원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병원만 선정해서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복지부 제공간병인은 요양보호사 및 일정 교육을 이수한 자로 제한하고 간병인 1명이 연평균 4명의 환자를 맡게 됩니다. 궁극적으로는 요양병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재정립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인데, 투입되는 재정 규모가 너무 큰 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더라고요.
[기자]네, 맞습니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 지원에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데요. 일각에선 연간 10조~15조원 가량이 투입될 거라며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요양 통합 판정 체계로 지원대상을 객관적으로 심사한다는 점, 추후 소요재원은 2차 시범사업을 통해 정밀 추계할 거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그간 간병이 '고비용 저품질'이란 불만이 많았는데요. 앞으로는 공급기관의 기준을 마련해 등록(인증)제 등 관리체계를 도입해 간병의 질도 제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한 번 임 과장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임강섭 간호정책과장]"그리고 환자와 간병인 간에 계약을 할 때 분쟁이 잦은 실정인데요. 저희가 표준 계약서를 마련하여 보급해서 이 환자와 간병인 간의 계약 과정에서의 분쟁 소지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앵커]네, 시범사업이 잘 진행돼서 간병비 부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이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