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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부터 타이레놀까지 '쇼티지' 쇼크…약국에 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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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부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유행 등 트윈데믹에 감기 환자 폭증으로 의약품 수급 '비상'
약국 등 현장서 재고 부족에 발 동동…"도매상에 직접 전화해 빼놓은 약 한 두개씩 구매하기도"
방역당국 "중국 마이코플라스마 상황 과장된 면 있어…수급불안정 의약품 민관협의체 통해 대응할 것"

연합뉴스연합뉴스
잔기침을 하는 중년의 여성이 힘 없이 처방전을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들고 처방된 약들을 살폈다. 약 목록을 확인하던 약사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짧은 한숨을 쉰 약사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같은 건물 5층의 내과였다. A약 재고가 다 떨어졌으니 다른 약으로 처방을 해 달라고 요청하자 전화기 너머로 의사의 '핀잔'이 날라왔다.  

"거기는 왜 맨날 약이 없어요?"

의사의 말에 욱 하고 화가 났지만, 맞는 말이었다. 요즘 그의 약국에는 '약'이 없다. 약 없는 약국이라니. 30년 약사 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일들이 요즘 들어서는 그에게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다.

진해거담제 등 기침 가래약은 물론 타이레놀 성분의 약들은 지속적으로 충분한 양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그가 전하는 요즘 약국의 사정이다.

"우리나라에 약국이 2만개가 좀 넘는데 예전에는 감기약 품절 사태를 겪어보지 못했어요. 도매상에 충분히 재고가 있으니까 사재기를 안 해도 되니 한 통씩 사다 썼는데 지금은 불안해서 10개씩 가져다 놓기도 해요."

재고부족, 이른바 쇼티지(shortage)를 매일 겪다 보니 그는 가을부터 진해거담제를 조금씩 사 모아 30병을 약국에 가져다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 소진되고 딱 두 병이 남았다. "도매상에도 재고가 없고 제약회사는 오히려 저한테 없어서 못 주는데 어떡하냐고 성질을 낸다"고 토로했다.

그는 "약을 도매상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데 들어가 보면 다 품절이라서 직접 전화하면 거기서도 몇 개 빼놓은 거 준다고 한다"며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순식간에 나가서 도매상도 궁여지책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이 말 그대로 엉망진창 난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약사는 약을 잘 당기는 약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의약품 주문 도매 사이트인 '바로팜'에는 약을 구하지 못한다는 그의 '절규'가 사실임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의약품 주문 도매 사이트인 '바로팜'의 품절 입고 알림 신청 의약품 순위. 홈페이지 화면 캡처의약품 주문 도매 사이트인 '바로팜'의 품절 입고 알림 신청 의약품 순위.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바로팜'의 의약품 품절 입고 알림 신청 순위를 살펴보면, 1위가 코푸시럽20ml, 2위가 시네츄라 시럽 15ml이었고 5위 타미플루캅셀(성인용) 등 1위부터 20위까지 감기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관리종합정보포털에도 한국얀센과 한국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한국로슈의 타미플루캡슐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인플루엔자(독감)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함께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바이러스성 인플루엔자비이러스는 37주(9.10~9.16)부터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45주 369명, 46주 434명, 47주 735명, 48주 785명을 기록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는 11월 첫 주 174명에서 이달 첫 주 249명으로 한 달 새 약 1.4배 증가했다.

정부는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부처 합동 대책반을 꾸리고 치료제와 병상 수급 상황을 점검중이다. 보건당국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며, 국내 항생제 공급도 원활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에 대해서도 "한국은 안정화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중국 보건당국 의견을 들어봐도 국내 상황이 과장된 면이 있다"면서 "현재 중국도 확산이 하향하는 추세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백신은 없지만 항생제 치료가 가능해 치료를 잘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급불안정 의약품 대응 민관협의체 회의를 통해 현장 수급 동향을 파악한 뒤 대응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16가지 수급불안 제품을 집중 관리하고 있고 질병청이 비축해 둔 항바이러스제를 풀어 수급을 조절했다"며 "향후 수급 상황을 보고 추가분을 시장에 풀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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