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 군의 묘비에 '급발진 의심 사고 대비 및 피해자 등 지원 조례안'을 놓여진 모습. 강원도의회 제공지난해 12월 6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로 12살 도현 군이 사망한 지 1주기가 다가오면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김용래 도의원(국민의힘, 강릉3)은 5일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도현 군의 묘소를 방문해 추모했다.
사고 이후 도현 군의 가족과 강원도의회 등은 제조물책임법의 입증책임을 제조사가 증명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다만 김 의원이 발의한 '급발진 의심 사고 대비 및 피해자 등 지원 조례안'은 지난 달 안전건설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본회의에서 의결을 앞두고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급발진 의심 사고 조례안은 피해자 법률상담, 피해자 및 그 가족의 심리상담·상담치료, 기록장치의 시범 설치, 급발진 의심 사고 대비 교육 등 급발진 사고에 대한 대비와 사후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조례안을 들고 도현 군의 묘를 방문한 김 의원은 "도현이 1주기에 급발진 의심 사고 조례안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법률 개정까지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지만, 도현이 가족과 강원도의회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다음에는 꼭 개정된 법률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앞서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60대)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도현 군이 숨지고, 할머니인 A씨가 크게 다쳤다.
A씨와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약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현재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지난 10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실제 엔진을 구동해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보고,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전문 증거로 활용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채택하지 않고, 불송치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만큼 앞으로 재판 결과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A씨와 가족은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상훈씨(사진 왼쪽)와 도현군(사진 오른쪽). 이상훈씨 제공도현 군의 아버지인 이상훈씨는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그동안의 심경과 함께 제조물책임법(일명 도현이법) 개정을 호소했다.
이씨는 "도현이를 떠나보낸지 1년이 되어가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그 겨울이 야속하지만 되돌아 온다"며 "얼마나 불안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마음속으로 애타게 부르짖었을 도현이의 목소리…그렇게 오늘 하루도 살얼음판을 걷듯 벼랑 끝에 서서 조마조마 하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구멍 하나가 뚫렸다. 도현이가 있던 그 자리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매일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쥐 뜯어낸다"며 "사고 이후 지금까지 관심과 기도로 함께 위로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제조사가 결함원인 입증을 책임지도록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